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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Jul 31. 2019

스페인 한 달 살기, 민박 스태프 0일 차

워킹홀리데이 그 후 1년, 다시 돌아온 유럽

나름 한 도시에 오래 있는 여행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동이 잦아지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감기까지 걸려 베를린에서는 거의 쉬다시피 여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바르셀로나 행 비행기를 탔다. 스페인 한 달 살기가 시작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막 학기에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었으나, 언제나 그렇듯 계획은 바뀌기 마련이고, 까미노를 걷기로 했으나, 여름에는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하여 겨울에 스페인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19년 7월 여름 나는 지금 바르셀로나에 와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곳에 길이 있다.


대략 4개월 전부터 한인 민박 사이트 민다를 통해, 구직을 했다. 합법 한인민박인 만큼 돈을 벌 수 없는 여행자 비자인 나는 무급 스태프로, 숙식을 제공받기로 했다. 사장님과는 보이스톡으로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됐는데, 차분하신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방문 전 계속되는 스케줄 변동에도 염려 말라고 편한 날 오라고 말씀해주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오늘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됐는데, 역시나 차분하시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저녁에 도착하여 사장님과 내게 인수인계를 해줄 다른 스탭 언니와 함께 숙소 근처 극장 앞 야외 펍에 방문했다. 에스텔라 맥주 한 잔과 염소치즈 바게트를 사주셨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음악을 좋아한다는 내 말에 사장님도 말문을 트셨다. 하드락을 좋아하신다는 사장님과 디제이 페기 구를 함께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여자시고, 50대 중반 정도 돼 보이셨다. 그리고 스페인에 5년 정도 머무셨고, 지금 스페인어 학원을 다니며 배우신다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나는 그 자체로 대단해 보였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우라고 말씀해주셨다.


스탭 언니로부터 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지금껏 민박 스태프를 해본 친구들에게 들은 경험담들에 비해 자유시간도 많고, 무척이나 편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물론 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스탭 생활이 종료될 때 내 모습은 어떨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도.


내일은 본격적으로 바르셀로나 민박 스탭으로서의 일과가 시작된다. 오늘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이상하게 설레고, 처음 여행하는 것처럼 느꼈다. 아무래도 좋은 꿈을 꿀 건 가보다.


19.7.30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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