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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Dec 30. 2021

빛이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섬, 남해에서

채영아 희망만 있으면 . 그럼 뭐든지   있어.”


2년 전 졸업영화를 영화제에 성공적으로 출품했던 친구가 했던 말이다. 그때의 나는 비단 기획자라면 아티스트의 마음을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결심하며 창작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던 때라, 어쩌면 희망이 가득했던 때라,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가슴 깊숙이 남아있던 말이었다.


올해를 돌아보며 가장 부족했던 것은 희망이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고,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긍정의 회로를 아무리 돌려보아도 희망의 ‘ㅎ’ 자도 찾아볼 수 없던 올해였다. 삶을 납작하게 눌러서 호떡처럼 만들면 윤기가 좔좔 흐르는 기름이 흘러야 하는데, 메마른 공갈빵 같았다는 말이다. 힘들었다.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지칠 만큼.


요즘은 손이 자꾸 메마른다. 핸드크림을 아무리 바르고,   수건에 물을 적셔 놓아도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건조함. 그래, 나는  건조한 사람이  것일까. 메마른 수건을 보며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든 이야기에는 인력이 있어, 친구가 했던 문장 그러니까 희망이 나를 자꾸 끌어당겼다. 그렇게 올해가 하루 남은 오늘 의자에 앉아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자그마한 빛을 따라나선다. 기꺼이. 그 끌어당김에 속아보자고. 거짓말이라 할 지라도, 친구의 말을 믿고서 따라가 보자고.


올해 다이어리 가장 첫 장에는 나의 다짐 가득한 문장들이 쓰여있었다. 이제야 알아차리지만 그것들이 모두 이루어져 있었다. 희망을 너무 먼 곳에서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내 눈앞에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데, 그거면 됐는데.


어제는 애인과 친구 집 옥상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발을 치켜들고 별들과 함께 하늘을 걸었다. 그 걸음들이 하늘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면 무엇일까? 지구는 둥글잖아. 앞과 뒤 그리고 위와 아래라 정의해놓은 것은 무용하다. 모두 그저 나의 시선으로 선택한 것들일 테니.


내년에는 그러니까 내일모레부터는 시선을 조금만 더 돌려보자고, 빛이 있는 곳으로.

희망찬 2022년을 기대하며.


2021년 12월 30일

해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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