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는 특히 마음이 괴로웠다. 가족들도 있고 예뻐하는 고양이도 집에 있고, 번듯한 일도 있고, 정기검진도 잘 받고 그럭저럭 무탈했는데도 말이다. 매일 밤 길고양이 밥을 주러 나섰다. 그러다가 마음이 울컥해서 행인이 없는 길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걷다가, 얼굴이 말끔해져서 집에 들어서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었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살릴 수는 없지만, 몇 마리의 길냥이들이라도 허기를 면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혼자 뿌듯해서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밤에 나와서 밥을 주러 다니고 있다. 피곤해서 멈추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배고픈 걸 정말 못 참으니, 애들이 굶는 것을 상상하기 싫었다.
거의 매일 보던 아이들이 4~5마리 정도인데, 그 와중에 한 번씩 만난 현 오복이(구 삼색이)는 다른 캣맘께서 정성껏 보살피는 아이였다. 비록 길고양이지만 공원의 수풀 한편에 자기의 공간이 있고, 내가 볼 때마다 꼬박꼬박 밥과 물이 있어서, 안심하고 ‘또 만나~’라고 인사하고 지나왔던, 그저 알고 지내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밥그릇을 좀 더 채워주는 정도로 내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아이였다.
지난 4월의 어느 일요일 밤, 다가오는 월요일을 괴로워하며, 고양이들 밥을 주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당시 삼색이로 불렀던 오복이 안부가 궁금해서 그 아이의 장소에 들렀는데, 있었던 집, 밥그릇 등이 모두 사라졌고, 아이도 보이지 않았다. 잘 있겠지 싶어 지나치고 며칠 만에 들렀던 터라, 순간 걱정이 되었다.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돌봐 주시던 캣맘에게 미리 받아 두었던 번호로 전화와 문자를 남겼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해서도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마침 캣맘님이 내 문자를 보고 전화를 주셨다. ‘삼색이가 학대를 당해 심하게 다쳐서 유기보호센터로 갔다’고 하셨다. 순간 캄캄했다. 치료가 되면 다시 원래 지내던 곳으로 방사한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치료(소독, 연고 처치 등)만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떻게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고, 다시 아이가 멀쩡하게 돌아올 수 있을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어떻든 간에 치료라도 제대로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지만, 이미 집에는 4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치료비 부담도 없진 않았다. 결심을 하기 어려워서 남편에게 의논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울음부터 터져 나왔다. 흥분한 나머지 울면서 뭐라 얘길 했는데, 내가 한 말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남편의 치료해 주자는 말이 너무 고마웠다. 아이가 있다는 보호소에 전화를 하고 상태를 묻고,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바로 외출 승인을 받고, 집에 들러 캐리어를 챙기고. 애가 어찌 되었을지 몰라 걱정이 되어서 중간중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울다가 진정하다가 하면서 40분 거리를 운전해서 찾으러 갔다. 그날 비가 왔던 것 같기도 하다.
보호소에 도착하니 데려가려면 입양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서, 뒷일은 생각도 않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아이를 기다렸다. 입양등록이 쉽지는 않을 텐데, 다친 아이라서 치료를 하겠다고 신청해서 인지 생각보다 절차가 빨리 진행되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일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웬걸? 캐리어에 실려 온 애를 보니 콧등의 상처 외에는 멀쩡했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아이를 찾으니 마음이 놓였다.
차에 실어서 병원부터 향했다. 보호소에선 군말 없던 아이가 뒷좌석에 실려서는, 이동하는 내내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도 집에 오는 길에 가끔씩 일부러 들렀어도 약간의 사료를 주고 바로 헤어져서, 아이가 친한 척을 해도 받아주지 않았던 터라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그저 얘가 이제 살았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여 자기 할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유일한 동승이 고양이여서 나는 운전에 집중하느라 반쯤 건성으로 대응했었다.
평소에 다니던 동물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아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내가 깜빡했던 걸 깨달았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리를 고쳐 앉은 아이는 다친 부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상처가 크고 깊었다.
거기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더 큰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다행히 수의사선생님이 봐주실 수 있다고 했다.
치료비 선금을 내고, 아직 이름을 짓지는 못 해서 대충 발견된 장소를 활용한 이름으로 등록해 주셨다. ‘망뚱’이가 된 삼색이는 그날 바로 입원해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같은 날 집에 돌아온 아이들에게 다섯 번째 고양이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고, 치료를 해서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낼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늘면 기존에 있던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도 고민해야 했고, 영역에 변화가 왔을 때 원래 있던 아이들의 증폭된 예민함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아직은 입원 중이니 고민해 보자고 하였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날 것도 생각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