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되기 얼마나 힘들게요.
2학기 임원선거가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1학기때 부회장을 했어요. 같은 직책은 못하기에 2학기는 회장이 아니면 할 수가 없죠. 그런데 막강한 회장 후보가 가장 친한 친구예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기에 유튜브를 보고 나름대로 1학기 보다 훨씬 괜찮은 공약을 준비했어요. (사실 2학기는 공약 따위 무쓸모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하고 싶어서 저렇게 준비하는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걸 그냥 응원할 수밖에요.)
안되더라도 그건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런 거니 속상하겠지만 누가 되든 축하해 주고 너한테 표를 준 친구들을 알게 되면 정말 고맙다고 꼭 인사하라고 하고 등교시켰어요. 하교하는 아이를 창문으로 보고 알았죠. 아, 안 됐구나.
사실 어쩌면 아이도 안될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나가겠다는 게 참 멋있더라고요. 나는 과연 저럴 수 있을까. 안될걸 알지만 도전하는 일이 언제 있었나. 그나마 몇 달 전 공모전에 글 썼던 일.
그때의 나는 안될걸 알면서 왜 썼을까. 재밌어서. (는 거짓말. 긴 글쓰기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지요.) 결과는 배드였는지 몰라도 과정은 전부 굿이었더라고요.
무모한 도전을 해본 적 없었다면 아이를 말렸겠다 싶었어요. 떨어지고 상처받으면 어떡하나 그럴 거면 안 나가는 게 낫지. 상처를 받아도 아이가 받는데 그래도 나가겠다는 아이를 말릴 이유가 없는데 이런 작은 마음으로 어찌 육아를 하고 있었던 건지 원.
이래서 부모가 열심히 살면 애는 저절로 큰다는 말이 있나 봐요.
평소에 어차피 안될걸 알아 그래서 안 한다 이런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안 그러고 싶어도 이 친구가 아주 고착화되어 버려서 고치기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뭐라고 초등학생 임원선거에서 배웠습니다.
1학기 때 대차게 떨어졌던 친구들도 다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애들은 애들이구나 싶으면서도 나는 언제부터 저 마음이 사라지기 시작했을까 다시 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새로운 공모전에 도전해봐야 하나 생각하니 시작도 안 했는데 안될 거 아는데 이미 풀 죽어 있더라고요.
아이는 안되면 내년에 또 나가지 뭐 그러던데 저 배짱 대체 어떻게 배울 수 있는 건가요.
아이는 잘 크고 있는데 괜히 엄마가 노심초사 전전긍긍 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고 하기 싫어서 흐린 눈 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겠습니다.
개학하면 우다다다 뭐든 할 것처럼 해놓고 더 늘어지고 더 쉬고 있네요.
일기 숙제 하기 싫어서 미루고 있는 아이 혼내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