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제때 할게요.
스케일링 해야 하는 거 알죠. 그런데 치과가 습관이 되기는 정말 이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렵더라고요.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잡아 먹히는 게 나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차일피일 미뤘어요. 그리고 스케일링하러 가면 더 해야 하는 것들이 분명 있거든요. 치과는 몫돈이잖아요. 걱정은 하면서 마치 남의 치아인 것 마냥 살다가 시간이 더 가면 돈이 더 들 텐데 그때 더 여유가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여유여, 그대는 대체 언제 생기는가.)
안 되겠어서 가까운 치과에 스케일링하러 왔다고 했더니 꼼꼼히 보시고 이것저것 해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내 이럴 줄 알았지.) 어떡하겠어요. 이 정도에서 타협하길 다행이지 하며 "해야 할거 있으면 다 할게요"라고 호기롭게 말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예약을 잡고 스케일링을 시작했는데 이는 시린데 치석은 빼내야 된다고 하니 얼마나 눈물 나던지 이렇게 혹독할 일인가 싶었습니다.
장마 기간이라 치과에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랬는지 살면서 이렇게 꼼꼼한 스케일링 처음 받아 봤어요.
받으면서도 눈물은 나는데 감사했어요. (속으로만요.)
그렇게 스케일링을 하고 레진으로 씌우고 하는 과정을 2주에 걸쳐 받았습니다.
다 받고 나니 카드값 걱정은 되지만 후련하더라고요.
이렇게 마음속 짐이었는데 막상 눈 질끈 감고 하고 나면 평온해지는 일들이 있더라구요.
며칠 전 아이 방학을 맞아 괜한 신경질을 낼까 싶어 옷장을 다 뒤집었습니다. 옷장정리가 힘들어서 화가 난거지 네가 방학이라 화가 난 게 아니라고 하려고요. 옷이 없는 편인데 (허언증) 텍도 안 뗀 옷들이 나오더라고요. 아깝다고 못 버리고 갖고 있던 갖가지 겨울 옷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눈 질끈 감고 죄다 헌 옷 수거함에 넣었어요. 솔직히 어떻냐면요. 뭘 버린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옷이 있는지 몰랐다는 얘기죠.
어쩌면 또 살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거의 확실하지만 아깝다고 입지는 않아요. 꾸준히 입는 사람이 입는 거지 귀찮아서 교복처럼 건조기에서 나온 옷만 입는 저 같은 사람은 제 아무리 고가여도 안 입더라고요.
그렇게 옷장정리와 더불어 냉장고 정리까지 끝냈습니다. 속이 후련해요. 구석구석 치석을 다 빼낸 느낌이랄까요.
절대 못하고 있는 딱 하나가 책장정리인데 왜 이렇게 미련이 남는 건지 지식에 대한 집착인 건지 읽는 사람이라고 뽐내고 싶은 건지 책장 속 욕심은 두 눈 질끈 감아도 해결이 안 되네요.
아직 멀었나 봅니다. 더 읽고 더 쓰라는 마음의 소리라고 믿어볼게요.
방학이 가기 전에 장난감으로 가득 찬 팬트리를 한번 건드려 보겠습니다.
대치상황이 예상되어서 시도만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