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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24. 2023

외로움이 만들어 낸 물건의 숲

소비의 늪

나는 외로웠다. 낮에는 늘 혼자였다. 원래 누군가와 잘 지내는 성격도 아니기에 그저 겉인사만 하고 지내는 이웃 한둘. 남편 직장따라 이사온 동네에는 언제나 낯설었다. 그 중에 언제가 제일 외롭냐면 밥먹을때. 혼자 먹으려니 요리하기도 번거롭고 그렇다고 1인분을 시켜먹자니 배달비가 더 들고 언제나 초라한 밥상.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몇가지 밑반찬과 뜨거운 밥을 혼자 마주하고 있자니 매번 초라한 기분이 들었다. 텅 빈 집에서 해도해도 끝이없는 집안일과 티나지 않는 가사노동은 날 질리게 만들었다. 언제든지 채워져있는 수건과 깨끗한 속옷, 비워져있는 거실. 가족들은 늘 그게 항상 그랬던 것처럼 군다. 예전의 미혼인 내가 그랬듯이. 빨래가 쌓여있어야 내가 필요한 걸 느끼려나.


그래서 착각했다. 북적이는 마트, 나에게 상냥하게 인사해주던 점원, 안면을 쌓으면 잠시나마 근황 얘기도 나눌 수 있다. 물건을 구경하고 결제를 하고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정신없이 집에 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오늘 하루 바쁘게 살았다.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쇼핑백 한두개 쥐고 집에돌아오는 길은 왜그렇게 허전한지 이유를 모른 채.  


뜯지 않은 택배상자, 택도 제거하지 않은채 쌓여있는 옷. 몇번 입지도 못하고 커버려 애물단지가 된 아이 옷. 잘 신지도 않는 신발. 쓰지도 않는 로봇청소기. 점점 물건들이 집안을 잠식했다. 물건에 둘러쌓여 그 물건들을 피해다니며 살 정도였다. 그게 다 돈이었다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외로움을 소비로 해결했던 어리석은 행동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빚은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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