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모가 암 투병을 하시다 결국 돌아가셨다. 여장부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신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늘 강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모는 죽음 앞에서 두려웠다가, 나의 농담에 웃다가, 후회하기도 하며 약해져만 갔다. 장례를 치르고 대전으로 돌아와 스승님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강하던 이모의 여린 모습이 놀라웠어요."
스승님은 신호를 기다리는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말없이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하셨다.
"세상에 여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 사람은 원래 다 여리지.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누군가는 강한 척을 하고 누군가는 담담한 척하는 것뿐이지."
참 당연한 말인데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사람은 다 여리다. 그래서 우리가 타인의 행동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번쯤 그 사람의 행동 너머 마음속의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보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사람을 위로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