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정서적 탈진, 소진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슬럼프가 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번아웃', '소진'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물론 슬럼프와 번아웃은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나에게 온 현상이 슬럼프건 번아웃이건 비슷한 느낌을 경험한다.
번아웃의 무서움은 어느 순간 허무함, 공허함이 몰려오다 무기력해진다는 점이다. 무기력은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 죄책감과 분노를 일으킨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한 사람은 점점 가라앉는다.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들이 그렇듯이, 번아웃은 가랑비에 옺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천천히 개인에게 스며든다. 그렇게 조금씩 일상생활에 묘한 불편감을 느끼다 어느 순간 '아 내가 번아웃이 왔구나' 깨닫게 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휴대폰 배터리와 같이 살고 있다. 일상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소모한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으면 조금씩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번아웃이 오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자신이 요즘 에너지를 어디에 소모하고 있는지 모른다. 즉, 무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한다.
2. 특정 이슈에 대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반복적으로 생각하거나 해결하기(단숨에) 위해 애쓴다.
3. 생각보다 자신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 없거나 잘 모른다.
4. 충전을 했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신적으로만 충전하거나 육체적으로만 충전을 한다.
5.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근본적인 정서와 의미를 잘 모르고 타인에게 표현하지 않는다.
6. 채우기 어려운 완벽주의 또는 강박성을 지니고 있다.
위의 특징들은 현실적으로 번아웃을 해결하고 다루기 위한 특징들을 적은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1. 하루, 한주, 한 달처럼 기간을 나누고 자신의 에너지가 '100'이라면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나누어보고 과도하게 소모하는 부분이 있다면 왜 그런지 숙고한다. 예를 들어 한 내담자는 자신이 평범한 일상을 반복한다고 했지만 에너지를 숫자로 돌아봤을 때 직장에서 '90', 가족에게 '10'을 소모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조절하면서 나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 방법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내 에너지가 어디로 질질 새고 있는지' 먼저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2. 특정 이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는 대부분 열등감, 분노,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주로 어떤 감정인지 인식하고 가능하다면 의미를 바꾸는 편이 현실적이다. 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다면 최대한 잘게 쪼개서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단숨에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은 무기력하고 압도되게 만든다.
3. 탈출구는 여러개일수록 좋다. 당신이 자주 사용하는 탈출구는 어느 날 막혀있을 수도 있다.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당신만의 방법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더 세부적으로 나눈다면 '혼자 할 수 있는 방법'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목록을 나누어 만들고 실행한다.
4. 정신과 육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어 충전해라. 에너지를 충전한답시고 밤새워 영화를 보지 마라. 육체와 정신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신력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다면 육체를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해라. 쉽게 말해 잘 먹고, 잘 자라.
5. 당신의 심리적 고통은 절대로 약점이 아니다. 제발 당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기댈 수 있는 사람에게 표현해라. 단순히 '나 힘들어'라고 하지 말고 2번에서 숙고한 당신의 주 감정(분노, 수치심, 죄책감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해라.
6. 무의식적으로 당신이 이상을 크게 잡고 완벽하게 하려 하는지, 강박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라. 완벽주의라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걸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강박적이라면 무엇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지 숙고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