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상담보다 드라마가 필요한 순간, 다섯 번째 작품은 '런 온'
런 온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는지 이야기한다. 이 드라마의 큰 흐름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는 '소통과 표현'의 방법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개성은 강하다. 한 명, 한 명이 드라마에만 나올법한 인물들이다. 특히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선과 악의 경계도 모호하다. 이런 면에서는 인물들은 굉장히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다.
'기선겸'은 착한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릴 정도로 애매한 표정과 말투로 행동한다. 이러한 이면에는 주관적인 자신의 경험과 아픔들을 숨기고 눌러놓기 위한 애씀이 있다.
'오미주'는 늘 뭔가 경계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유연하며 솔직하고 개방적이다. 어느 선까지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존심도 버리지만 자신만의 '경계선'은 확실하게 지킨다. 또 이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거침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소통한다. 평균적인 사회인들의 대화를 생각하면 때로는 시원하기까지 하다.
재벌 집안의 딸 '서단아'는 소시오패스처럼 보일 정도로 날카롭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서단아 역시 이면에는 감정을 눌러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과 '그림'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정서를 채워나간다. 후에 그림의 자리를 사람으로 채워 넣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표현에 대해서 배워나간다.
상담적인 관점에서 이 드라마는 '자신만의 언어'를 고집하며 살아가면 어떻게 보이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각자만의 언어에는 각자의 사정과 사연이 있다. 누군가의 '언어'를 틀렸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관계 문제로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상담장면에서 만나면 개인의 소통방식이 주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나만의 소통방식과 언어가 운 좋게 내가 머무르고 있는 사회에 잘 맞아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쉽게도 당신의 언어가 후자 쪽이라면, 타인의 소통방법과 언어도 이해하고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 당신의 색깔을 지울 필요는 없다. '나'라는 배경위에 몇 가지를 더하는 것뿐이다.
이마저도 내키지 않는다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무인도라면 당신의 고집은 그 누구에게도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사회에서 살아갈 예정이라면 당신의 고집을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자신만의 소통방법과 언어를 고집하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타인의 세계와 언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면 어떤 관계와 삶을 경험하는지 궁금하다면 '런 온'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