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아침에 개구리를 드시겠습니까?
만약, 개구리를 먹어야 한다면 언제 먹는 것이 좋을까? 마트 트웨인은 개구리를 먹어야 한다면 아침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여기서 "Eat the Frog"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가장 어려운 일이나 미루기 쉬운 일을 먼저 하라는 의미다.
"Eat the Frog"법칙이 유용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미루기의 유혹에 늘 패배하는 사람은 Eat the Frog를 실천하다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수많은 실패 끝에 나는 "Eat the Protein"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만약 이런 당신이라면..?
딴짓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
시간 계획이 있으면 숨막히는 사람들
미뤄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
최적의 때를 결정하는 사람 vs 최적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
대부분의 일의 시작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미루는 사람도 있다.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자 일찍 마무리한다. 이들은 최적의 때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미루는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상황을지켜보고 행동을 결정한다. 이 들은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또한 미루고자하는 본능을 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본능에 충실한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몸이 아플 때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되도록 먹으려 한다. 뇌가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음식이라는 상징으로 알려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적 관습에 의해 특정한 음식을 먹고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내면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은 방법중 하나다. 누구도 통증, 피로, 피곤함을 외면하는 사람은 없다.
(비약적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미루고 싶은 욕구, 딴짓을 하고 싶은 욕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부터 내 육체를 보호하기 위한 내면의 신호일 수 있다.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본능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Eat the Frog와 파레토 법칙의 충돌
파레토 법칙은 80%의 결과가 20%의 원인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줄여서 20:80 법칙이라고도 표현한다. 생산성 분야에도 파레토 법칙이 자주 언급된다, 이 법칙의 핵심은 성과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업무의 마지막 20% 시간에 80%의 업무량을 처리한다는 말이다.
파레토 법칙보통 업무 끝날 시간이 되면 일을 마감하고 퇴근하고자 하는 욕구로 주의력이 향상된다. 즉 업무시간이 8시간이더라도 최상의 주의력을 발휘하는 시간은 마지막 20프로라는 말이다. 나는 파레토 법칙이 딴짓의 욕구가 자연스러운 본성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한 발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업무 시작 시각 20%는 실제 업무 성과와 아무런 관련 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업무시간과 업무 성과 상관관계파레토 법칙으로 업무시간과 성과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지만, 미루기 형 인간의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적합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Eat the Frog 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굉장한 의지력이 동원되는 일이다. 미루기의 본성을 거스르고, 최고의 집중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닌 때에 중요한 일을 쳐내야 한다. 의지력이 고갈되는 자원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되도록 의지력이 동원되지 않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는 대부분 동의한다. 즉, 미루기 본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Eat the Frog"가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딴짓의 효능
파레토 법칙으로 따지면 업무시간의 80%는 딴짓을 한다. 내가 다닌 회사 중에 인터넷 사용 시간을 측정하는 회사도 있었다. 사내 전산팀에서 매주 업무 외 인터넷 사용 시간 랭킹을 매켜서 각 팀장에게 순위와 사용 시간을 보냈다. 나는 거의 순위권에 있었다. 1등 할 때도 많았다. 종종 연구소장에게 다이렉트로 전화 와서 불려 갔다. 그렇다고 해도 별일은 없었다. 대부분 직무에 도움이 되는 국내 국외 사이트들이었기 때문이다. 딱히 피해는 없어서 불만은 없지만, 회사의 정책은 이해가지 않았다.
딴짓은 성과의 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딴짓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딴짓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딴짓의 유용성을 알면 유연한 업무 전략을 세울수 있다.
뇌의 각성 상태(의식 수준)에 따라 뇌파는 5가지 종류로 나뉜다.
델타파 : 의식이 거의 없고 가장 낮은 수준
세타파 : 얕은 잠의 상태
알파파 : 깨어있지만 멍하거나 편한 휴식 상태
베타파 : 주의 집중을 하고 있는 높은 수준 각성 상태
감마파 :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각성상태, 강한 몰입
출처 : https://www.diygenius.com/the-5-types-of-brain-waves/
새벽형 인간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시간이 나를 위한 최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에서 막 깨어나서 멍한 상태는 알파파(8~14Hz)이다. 이 상태에서는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 이때 관건은 뇌가 집중하기 좋은 뇌가 집중하기 좋은 베타파(12~30Hz)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베타파로 들어가기 위해 일종의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보는데, 그중에 하나는 뇌의 각성 상태를 올리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한 루틴은 거창한 것이 필요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커튼을 펼치는 등 자기 통제감을 주는 행위를 하면 된다. 굳은 몸으로 바로 본 운동에 들어갈 수 없듯이, 뇌도 워밍업을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딴짓은 일하기 전에 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뇌를 깨우기 위해 의지력을 동원할 힘이 없다. 이때 즐거운 딴짓은 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지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거나, 지친 상태에서 작업을 전환할 때 유튜브 쇼츠와 같은 딴짓의 유혹은 오히려 뇌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딴짓을 무작정 차단하기보다, 지금의 컨디션에 따라 딴짓을 참을지 받아들일지 유연하게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딴짓은 참을 수록 증폭된다.
<초집중>이라는 책에서는 딴짓의 근본 원인을 불편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라고 말한다.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라는 책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원인은 부담이라고 한다. 해야 할 과제가 많으면 도피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무계획의 철학>이라는 책에서 미루고 싶은 충동은 자제력의 양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즉, 할 일이 규정되면 딴짓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사실은, 스프링을 누르면 누를수록 반발력이 더 커지는 것 처럼, 딴짓의 욕구를 참을수록 증폭된다는 사실이다.
스프링을 누르면 누를 수록 반발력이 더 크게 작용, <출처:https://www.efunda.com/><초집중>이라는 책에서는 딴짓의 유혹을 제거하기 위해 딴짓을 하는 시간을 계획 할 것을 권장한다. 미루기 본성이 강한 사람에게 이 솔루션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일을 할 때 발생하는 딴짓의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다. 또한, 딴짓도 할 일이 되어, 새로운 딴짓의 욕구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실행하지 못할 계획만 세우게 된다. 미루기 형 인간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나에게 중요한 일
내가 주장하는 것은 딴짓의 욕구를 거부 하지 않고, 딴짓을 하고 싶은 추진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딴짓을 행동으로 옮길 때는 아무런 저항이 없다. 의지력을 0으로 행동할 수 있다. 나의 제안은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딴짓의 추진력으로 나에게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보편적인 방법중 하나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다. 중요성과 긴급성을 기준으로 작업을 분류한다. 이 기준에서 먼저 해야 할 것은 1사분면에 있는 중요성이 높고 마감이 가까운 작업이다.
일의 우선순위 - 아이젠하워 매트릭스
미루기 형 인간에게는 다른 작업 분류가 필요하다. 단 두 가지로 분류한다. 나에게 중요한 일과 오늘 해야 하는 일로 구분되어야 한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은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에서 1사분면에 있는 일이다. 오늘 하지 않으면 혼나는 일이다. 1사분면에 있는 대부분의 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에게 급한 일이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성장형 미루기 인간이 되려면 진짜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구분해야한다.
나에게 중요한 일은 미래의 내가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갖추면 좋을 만한 것들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다면 기사가 된 내가 있으면 좋은 능력을 갖추는 행위가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6개월 이후의 내가 있으면 더 편해질 만한 것에 시간을 보내는 일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중요한 일이다.
진짜 나에게 중요한 일은?단순히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래의 내가 필요한 것들을 세분화할수록 다양한 주의력이 사용되는 형태의 작업으로 분류가 된다. 최근의 관심사와 오늘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미래 나를 위한 딴짓을 결정할 수 있다.
Eat the Protein First
Eat the Protein은 (남에게) 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가치가 있는 일부터 하라는 의미다. Eat the Frog가 아닌 Eat the Protein을 먼저 하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 번째, 나를 위한 딴짓으로 시작해서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저항 없이 뇌를 빠르게 각성상태로 만든다. 파레토 법칙에서 버려지는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여유로운 상태로 창의적인 발상을 활용할 수 있다. 파레토 법칙에서 버려지고 업무효율이 낮은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채우는 것이다.
Eat the Protein두 번째, 하기 싫은 일을 창의적으로 처리한다. 창의적이란 말은 여러 가지 방면이 있다. 마감의 압박을 이용해 적절한 퀄리티를 결정하는 능력.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해 내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일을 끝내야 한다는 높은 집중력으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한 창의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때로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 방식을 처음에 적용하면 적당한 수준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안목이 발달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하지만, 당장 오늘의 성과는 낮아질 수 있다. 대신에 하루 하루가 특정 시점(3개월 이후, 6개월 이후)의 나에게 크고 작은 무기를 하나씩 선물하는 셈이 된다. 평범한 미루기 형 인간이 어느 순간 게임에서 전직을 하듯 능력치가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젖병은 나중에
아이가 분유를 먹던 시절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싱크대에 하루 동안 먹은 젖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젖병을 먼저 닦고 하고 싶은 일을 할까?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젖병을 닦을까? 나의 결정은 젖병을 나중에 닦는 것이었다. 젖병을 먼저 씻게 되면 좀처럼 생기가 돌지 않는다. 설거지하는 시간도 늦어지고, 하고 나면 지쳐서 다른 일을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을 먼저 하면 활력이 생긴다. 어쨌든 젖병은 씻어야 하므로 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활력이 있는 상태와 빨리 마무리하고 자기만 하면 된다는 마감의 효과 덕분에 더 빠르게 젖병을 씻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설거지한다. 설거지를 마지막에 해야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 (비교적) 하고 싶지 않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을 먼저 하면 기력을 소진하고 나에게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딴짓의 추진력을 재대로 사용하기 위한 조건
Eat the Protein은 딴짓의 추진력으로 나를 위한 일을 하고, 해야 하는 일은 파레토 8:2 원리로 처리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방법이 동작할 수 있게 하려면 조건이 있다. 나에게 중요한 일 하는 행동을 허비하거나 망각해 버리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을 작업구조가 필요하다.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RPG 게임이나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는 멈춘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신뢰감이다. 게임 속 가장 공간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 시스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