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정신모형을 외면화 하기위해 필요한 것
지난글에서 지식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할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이 지식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알아 보도록 하죠.
일단, 네트워크란 무엇일까요? 네트워크는 노드간 연결로 이루어진 구조 자체를 말합니다. 인터넷은 세계 컴퓨터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죠. 각각의 컴퓨터가 노드입니다. 사회적 관계도 일종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이 노드가 됩니다. 대중교통도 하나의 네트워크로 볼 수 있습니다. 역 하나하나가 노드가 되죠.
거대한 네트워크는 노드 간의 연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네트워크 내부에는 작은 네트워크가 존재하기도 하고, 허브 역할을 하는 노드가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서버나 데이터 센터 등이 주요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 네트워크에서는 가족이나 동호회, 교회 등이 작은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노드로, 폭넓은 인맥을 가진 친구나 새로운 사람을 소개시켜주려는 사람들은 허브 역할을 하는 노드로 볼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에서는 시외버스 터미널이나 서울역과 같은 곳이 허브로 기능하는 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노드, 허브, 작은 네트워크가 서로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입니다. 일부 노드가 유실되거나 허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회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네트워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뇌도 네트워크 입니다.
뇌는 ‘네트워크’다 뇌 네트워크는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진 더 작은 네트워크 또는 서브네트워크subnetwork로 구성된다. 각 서브네트워크는 그것이 기능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결합했다가 떨어져나가는 신경세포들의 느슨한 모음이다.
<책, 이토록 뜻밖의 뇌 과학> 중에서...
네트워크란 무엇일까요? 지식 네트워크 역시 기본적으로 노드 간의 연결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서도 허브 역할을 하는 노드가 존재하고, 작은 네트워크가 노드처럼 존재하기도 합니다.
지식 네트워크에서 노드는 사진 한 장, 인용구, 정보, 아이디어, 계획, 문득 스쳐 지나간 영감 등이 담겨 있는 메모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한 타임라인으로 정리된 한국 근대사 정보는 작은 네트워크이자 하나의 노드로 역할을 합니다.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메모 위치를 저장하거나, 특정 주제와 관련된 메모 제목이 나열된 메모는 허브 역할을 하죠. 메모 간의 연결은 선으로 표시되거나, 관계를 설명하는 콘텍스트를 담을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로 멧칼프 법칙(Metcalfe's Law)[1]이 있습니다. 이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가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입니다. 즉, 노드 수가 늘어나고 연결 수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유용한 지식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지식 습득과 메모 축적, 그리고 다른 메모와의 연결 과정이 필요합니다.
멧칼프 법칙이 시사하는 바는 아래의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보라색은 1차 함수, 주황색은 2차 함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가치는 노드 수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주황색 곡선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x가 1이 되기 전까지 주황색 곡선은 보라색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값을 가지고 있어, 마치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이라는 임계점을 넘기게 되면 네트워크 가치는 비선형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이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네트워크는 노드와 연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작은 네트워크나 허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의도적으로 사용하거나 네트워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합니다. 마치 공항처럼 클러스터로 묶이는 것이죠. 클러스터는 대부분 로컬 트래픽을 처리하는데, 이는 큰 수도관이 아파트까지 와서 각 가정으로 나눠지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의 생각을 담은 짧은 메모를 하나의 노드라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이 메모에 다양한 태그[2]를 달 수 있습니다. 해시태그처럼 핵심 키워드를 사용하거나, 관련된 프로젝트, 연구 주제, 관심 있는 테마 또는 상위 그룹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도서 분류법이나 위키피디아처럼 통상적인 분류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메모가 연결된 태그는 자연스럽게 허브 역할을 하게 되며, 원하는 메모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내 관심사와 최근 주력하는 일을 태그의 크기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활용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필수적인 태그 유형은 무엇일까요? 프로젝트 명은 프로젝트 종료 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수 있고, 특정 주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장 자체가 잘못되거나 관점이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 인출 관점에서 프로젝트 명이나 문장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반면에 키워드는 짧고, 시간이 흘러도 본질적인 의미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키워드를 허브로 사용하면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연결하는 것도 수월해집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의학, 교육,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듈로 벽돌처럼 만들지 않으면 단층집은 지을 수 있어도, 빌딩은 지을 수 없어요. 진흙 덩어리로 예술적인 집을 지을 수 있지만 빌딩은 지을 수 없어요. 학문은 예술이 아닙니다. 빌딩을 짓는 과정입니다. 그럼 반드시 블록이 필요해요. 지식의 덩어리. 규격화된 덩어리가 필요해요. 그 규격화된 덩어리는 용어입니다. (중략) 그게 키워드에요
문장을 기억하라는 말을 안 합니다. 저는 단어를 기억하라는 거에요. 저는 키워드 기억법을 강조하는 사람이에요. 문장은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애인처럼 가슴에 품어보라는 거에요. 그렇게 한 집단이 있습니다. 스님들이요. 관문을 돌파하는 방법은 한 소리를 깨닫는 것. '무'. 이것이 박문호식 공부법입니다.
<유튜브, 박문호TV - 지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 중에서 [3]
박문호 박사는 지식의 규격화된 덩어리를 키워드라고 말합니다.[3] 물론 모든 사람이 학자가 되기 위해 지식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학문을 위해서만 지식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해서 무너져 버릴 모래성을 쌓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소중한 생각과 유용한 정보들을 담는 그릇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지식 관리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만의 정신 모형을 만들고자 한다면 키워드를 중심으로 메모를 쌓아 나가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2] 제가 사용하는 Obsidian 에서는 태그, 링크, 메타데이터 등을 태그 처럼 사용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태그'라는 용어를 썻습니다
[3] 유튜브, 박문호TV - 지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
다음글은, 제가 사용하는 옵시디언 프로그램에서 키워드 노트를 어떻게 구성해놓고 사용하는지, 앞으로 어떤 기능들을 추가 할 것인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보통 정보 수집, 메모 하는 과정의 순서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중간 단계가 어떤지 보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생각하고 정리하면, 어떤 작업 흐름을 가져야 하는지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을거에요. 한 번 가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