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리로

세느강을 따라서

by 루시

뉘른베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뮌헨을 거쳐 파리로 왔다. 지금은 오래되어서 그것이 파리의 어느 역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북역이었던 것 같다. 파리에 가면 즐겨 묵는 아드베니앙(Adveniant)에 짐을 풀었다.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경영하는 숙소인데 세느강에서 가깝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벌써 세번째 애용하였다.

빨래를 돌리고, 세느강으로 산책을 나갔다. 내가 파리에 도착하기 전까지 비가 많이 왔다고 하더니 세느강물이 넘칠 듯이 다리 상판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있었다. 지난 번에 왔을 때 먹었던 맛있는 크레페 가게가 있던 세느 강변 산책로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나무들이 그곳이 산책로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쇠사슬이 쳐있었다. 가끔 용감한 사람들은 그 너머로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세느강을 떠도는 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정박해 놓은 배까지 가기 위해 로프를 잡고 물을 헤치고 걷거나, 작은 보트를 사용해서 오가기도 했다.

2016-06-07 19.46.14.jpg 머리만 내밀은새느강 산책로의 나무들

위태로운 강물의 풍경과 달리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파랗고, 파란 하늘 속에 파리의 오래된 건물들은 아름다웠다. 강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파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파리는 세번째 방문이었다. 그러나 처음 두 번은 여기저기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파리 구석구석을 누비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느라, 두 번째는 베르사유와 반고흐의 마을을 가보느라 바빴다. 이번에는 짧게 하룻밤 머무는 것이지만, 아무 일정 없이 느긋하게 파리를 산책하다보니 파리지엔이 된 듯한 여유로움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며,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다리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퐁네프 다리에 도착했다. 지난번 파리 방문 때 가보고 싶었으나 세찬 비 때문에 방문하기를 포기했던 이름만 들어도 웬지 설레이는 다리 퐁네프. 대학교 때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오래 전 영화라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지만, 두 주인공의 열정적인 또는 광기어린 사랑과 남자의 불꽃 곡예, 세느강으로 뛰어들던 두 사람이 세느강을 지나가는 화물선에 구조되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열정적 사랑의 상징인 퐁네프 다리에 드디어 도착했다.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던 퐁네프 다리의 돌의자 앉아서 본 세느강은 유독 아름답게 느껴졌다.

퐁네프 다리 한 쪽 끝에는 조그마한 광장과 누군가의 동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 난간에는 수 많은 자물쇠들이 달려있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곡예를 보여주던 곳이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광장에 매달린 자물쇠는 서로 간의 사랑이 굳건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종종 한글이름이 쓰여진 자물쇠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물쇠를 보면서 그 때 이 자물쇠를 달아 놓은 커풀이 지금도 함께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2016-06-07 19.57.44.jpg 퐁네프 다리의 자물쇠들

퐁네프 다리를 건너 소르본 대학으로 향했다. 소르본 대학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번 내부를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거대한 사각형의 건물에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좀 더 돌아볼까하다가 소르본느 이름 앞에서 셀카를 찍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노트르담을 거쳐 노을 지는 세느강을 바라보면 숙소로 돌아왔다.

2016-06-07 21.04.57.jpg 세느강의 저녁 노을


짧은 오후의 산책이었지만, 지난 20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달라진 나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거침없이 셀카를 찍었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제사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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