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의 교훈

by 루시

우리 카페에는 디자이너 친구가 만들어준 멋진 생과일주스 광고 배너가 있다. 그 배너를 세운 날, 생과일 주스 네 잔을 팔았다고 어머니는 무척이나 기뻐하셨었다. 실제로 그 배너를 보고 들어오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 배너는 우리 까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느슨하게 조절한 배너

하지만, 유난히 돌풍에 가까운 세찬 바람이 부는 가게앞의 특성으로 인해 자꾸 넘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넘어지는것 뿐만 아니라 배너의 플랭카드가 분리되어 바람에 날리기까지 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는 분을 통해 벽돌을 받아 벽돌로 받침대를 눌러주었으나, 바람이 얼마나 센지 받침대와 그 위에 놓인 벽돌들을 모두 들어버리고 배너를 넘어뜨렸다. 플랭카드를 받침대와 연결해주는 지지대들은 세찬 바람에 부러질 듯 꺾이며 버텨내고 있었다.


지난 금요일, 바람에 넘어지고 분리되는 배너를 보면서 위치도 옮겨보고 갖은 방법을 썼으나 속수 무책이었다. 이에 일단 모든 것을 다 분해해버렸다. 앙상하게 남은 배너를 어찌할까 고민하다 하나하나 다시 조립해보았다. 연결해주는 이미 갈라져 부서지기 일보직적인 듯한 지지대들은 바람을 맞는 반대방향으로 두고 배너의 높이를 최대로 세우지 않고 조금 낮추어 플랭카드가 펴지되 빳빳하게 서지 않을 정도로 조절했다. 그이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빵빵하게 세워지지 않고 느슨하게 세워진 배너는 더 이상 넘어지지 않았다. 세찬 바람에 빵빵한 배를 세우며 버티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이제는 그 바람을 출렁출렁 유연히 넘기며 서 있었다. 강하면 부러지고, 가득차면 넘친다고 하던 옛 성현의 말씀이 배너에도 이처럼 적용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연함이 전부는 아니다. 위의 배너는 유연하게 움직지만, 배너의 받침대는 여전히 무거운 벽돌이 꾸욱 눌러주고 있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흔들림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묵직한 내면의 중심과 함께 외면적 유연함이 함께 할때 시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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