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오래 전 학교 근처의 북카페를 보면서 언젠가 북카페를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테이크아웃 카페를 하려던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미 정해진 스케줄이 6월까지 있었고, 내 개인적으로는 카페창업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준비 없는 내가 창업을 하게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다.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나보다는 어머니의 창업의지가 강하셨다)
어머니는 벌써 6년 전에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셨다. 카페인에 예민하신 분이 바리스타를 하신다하셨을 때 연세도 있고 해서 온 가족이 말렸었으나, 해보고 싶으신 의지가 강하시다보니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시고 나서 어머니는 바리스타 공부를 함께 하시던 분들과 의기투합하셔서, 서울시의 마을기업 사업 지원금을 받아 카페를 창업하셨다. 내일은 청춘 바리스타 협동조함 카페 티앤유. 여러가지 내부 사정으로 티앤유의 경영에서 손비용을 줄이시기을 떼신 후에는 또 시니어센터 카페에서 현직 바리스타로 활동을 시작하셨고 지금도 하고 계신다.
어머니의 창업경험 덕분에 기본적인 준비를 매우 쉽게 할 수 있었다. 티앤유 창업당시, 어머니께서는 법무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공서를 이리저리 뛰어다시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하셨고. 함께하는 분들과 다리품을 팔아가며 커피머신 등을 비롯한 온갖 비품을 준비하셨다. 그 덕분에 창업을 위한 관공서 업무는 하루만에 정리가 되었고, 비품을 구매하는 문제도 이전에 거래한 적이 있는 사장님을 통해 했기 때문에 다리품 팔 일이 없었다. 고민하던 싱크대는 근처 인테리어 전문점에서 했고, 메뉴 결정등의 세부적 문제도 어머니가 해오시던 것을 있어서 별 준비 없이 가능했다.
그래도 내가 어머니의 카페 경영에 쉽게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 어머니의 일을 도와왔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를 하시기 전 어머니는 폐백 이바지 음식 장사를 하셨었다. 가게를 낸 건 아니었지만, 주문이 많을 때는 매주 폐백과 이바지 음식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나는 어머니를 도와서 떡을 만들기 위해 잣을 손질하고, 대추채를 치고, 다식을 만들고, 밤새서 전 부치는 일을 돕는 등의 일을 해왔다. 그러다 내가 일을 도와드릴 수 없게 된 후 어머니께서는 폐백이바지 일을 서서히 중단하시더니 바리스타로 업종을 바꾸셨다. 그 덕분에 카페를 창업하게 되었다.
지난 번 폐백 이바지 일과 달리 이번 카페는 가업이 될 것 같다. 일단 가게를 열었고, 이 가게에 두번의 사업실패로 힘든 삶을 살았던 동생도 곧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섬세한 미각을 가지고 있고 꼼꼼한 녀석이라서 테이스팅이나 로스팅이나 원두감별까지도 잘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가업이 지속되려면 수익이 나야하는데 조금 걱정이긴하다. 방법을 찾아 이것저것 시도하다보면 점점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