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수행 차량의 갑질

by 루시


아침 7시 반, 정신 없이 내려와 가게를 열고 손님 맞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매장의 불을 켜고 포스를 비롯한 켜고, 기계들의 전원을 모두 켰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open'으로 간판을 돌리고, 문을 열고, 배너와 입간판을 내어놓았다. 배너를 내려놓고 입간판을 세웠는데, 차도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다. 돌아보니 "공무수행"이라는 딱지가 붙은 불법 광고물 단속해서 실어가는 트럭이다. 입간판을 치우라고 소리지르며 손짓을 한다. 살짝 짜증이 났지만, 법적으로는 입간판을 세우는 게 불법이라서 민원이 들어오면 집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서 세웠던 입간판을 다시 들여놓았다. 그리고나서 안전하게 배너를 사유지 안쪽으로 놓기 위해 나갔다. 법에 의하면 건물을 지을 때는 사람들의 보행권을 위해 일정정도 안쪽으로 짓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법적으로는 사유지이지만, 공용의 공간이 된다. 공용의 공간이지만, 사유지이기에 민원이나 정리기간 단속시에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럭에서 다시 소리 지른다. 그래서 더 안쪽으로 땡겨놓고, 들어왔다.

잠시 후 찻길의 신호가 바뀌자 그 차량은 가버렸다. 민원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냥 길을 가다가 눈에 띄니까 시비를 건거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차량이 사라진 후 입간판과 배너를 다시 내어놓았다. 갑자기 분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분이 너무 나빠져서 고민을 하다가 소금을 집어 들고, 입간판과 배너, 그리고 그 차가 서 있던 차도를 향해 소금을 뿌렸다. 소금을 던지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미신이라 머라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악귀를 물리칠 수있는 힘을 가진 소금을 던지며 재수없다고 말하는 행위에서 묘한 치유력을 느꼈다. 소금뿌리는 행위 속에서 상대는 악귀로 규정되며, 나는 마력을 빌어 주문과 함께 악을 제거하고 나를 보호한다. 소금을 뿌리면서 내 안의 분노도 함께 밖으로 나간다.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나니 분노를 살펴볼 수 있게되었다. 시간이 갈 수록 나를 더 화나게 했던 것은 그 부당한 명령을, 갑질을 내가 순종적으로 따랐다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못들은 척 무시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화가 났었다. 그러다가 만약 무시했으면 와서 시비걸었을 테니 부딪히지 않고 그렇게 한 것이 길게 봐서 현명했던 행동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마음이 더욱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이제는 분노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글을 쓰다보니, 그래도 분노를 없애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라 공무수행 차량에 따고 있던 사람을 생각해보았다. 대부분 철거는 용역을 준다. 그 분들은 공무수행을 하고 있지만, 사실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을일 테니 얼마나 갑질을 하고 싶었을까. 하인이 있어야 상전이니, 입간판 내어놓는 나를 단속하면서 갑이 한 번되보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화는 완전히 사라졌으나, 슬픔이 밀려온다. 왜들 그렇게 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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