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란

by 루시


맛있는 커피를 위한 여섯가지 원칙: 신선한 원두, 청결한 도구, 브루잉 도구에 알맞는 그라인딩(분쇄), 적당한 분량, 알맞은 추출시간, 알맞은 온도.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커피샵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이 커피의 맛이다. 과일 주스나 효소 주스의 경우 적절한 단맛과 각 재료가 가진 맛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고민되지 않았으며, 홍차나 허브차는 즐겨 마시던 음료수라서 그 풍미의 단맛에 익숙했다. 하지만, 커피의 경우 카페인에 예민하다는 이유로 즐겨 마시자 않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맛있다의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도무지 단맛이라고는 없는 커피에 어떻게 맛있다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세운 맛있다는 것은 어떤 맛인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여러 커피 전문가의 글을 읽어 보았으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쓴맛과 신맛, 바디감 등이 잘 어울어진 조화로운 맛' 이었다. 조화로운 맛은 모든 맛있는 음식의 공통된 맛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조화롭다만큼 추상적인 표현이 또 어디있을까. 어렵다. 가끔 단맛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던데, 커피 자체의 풍미에도 없는 단맛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커피전문가들에 의하면 커피의 맛은 생두, 로스팅, 바리스타의 손맛, 그리고 마시는 사람의 기분과 분위기에 의해 정해진다고 한다. 생두와 로스팅에 의해 원두의 맛이 결정된다. 바리스타의 손맛은 원두의 분쇄, 탬핑, 추출, 그리고 물 또는 우유와의 배합 방식 등을 통해 나타난다. 카페의 브랜드와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 바리스타의 전문성에 대한 고객의 기대, 그리고 고객의 상황에 따라 최종적으로 맛이 결정된다.


원두는 근처의 좋은 로스터를 통해서 부드럽고 구수한 맛의 원두를 준비했다. 커피를 즐겨마시던 친구도 괜찮다하고 개인적으로도 강하지 않은 쓴맛과 약간의 산미가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누룽지 같은, 한국적인 커피맛을 추구하는 이정기씨에게 배운 로스터였다. 바리스타의 손맛은 쉽지 않지 않았다. 음식을 했기에 겁내지 않고 시작은 했으나 연습이 충분치 않았고, 커피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샀던 자동 그라인더의 스위치 작동방식이 좀 오작동이 많아서 애를 먹었다. 원두양의 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커피의 추출시간이 길어지면서 쓴맛이 강하게 나오는 등 문제가 생겼었다. 물론 그 덕분에 이제는 원두의 적절한 양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어, 설혹 기계가 제대로 오차를 내도 양을 조절하여 일정한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어떤 바리스타처럼 나도 커피를 갈고 추출할때 '맛있어라 맛있어라' 주문을 왼다. 이 이후에 이어지는 맛을 음미하는 개인의 주관적 체험 부분은 사실 내가 알 수 없다. 샵인 샵의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인테리어를 크게 신경쓰지 않은 카페이기에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지 않으리라는 것을 추측해볼 뿐이다.


쓰지않고 부드러운 커피의 맛을 일관되게 낼 수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맛있는 커피라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손님을 기다리며 어머니와 수다를 떨다가 아메리카노를 뽑아 마셨다. 한모금 마시고 넘기는 순간, 달콤한 감칠맛이 입안에 남았다. 아! 이 맛이구나. 쌉쌀하면서 약간은 새콤한 산미 이후 입에 남는 감칠맛. 무언간 입에 감기고, 한 모금 더 마시고 싶어 입맛을 다시게 되는 그게 맛있는 커피였다. 그 날의 커피가 유독 맛있게 느껴졌던 것은 어머니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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