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인 튼튼건설(주)의 아파트현장 공사과장인 허달근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대형건설사인 무지큰건설(주)에 입사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보름 뒤 채용되었다는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은 달근씨는 다음날 10년 동안 근무한 튼튼건설(주)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친척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정리하고 있었지요. 그때 따르릉 울리는 전화. 무지큰건설(주) 채용담당자의 전화였습니다.
“허달근 과장님이신가요?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리죠. 갑작스런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그동안 진행해온 경력직 신규채용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허달근 과장님에 대한 채용 건도 취소되었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뚝!”
달근씨는 첫 출근하는 날 입으려고 양복까지 새로 사놓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채용내정 연락을 받은 순간 이미 근로계약 성립!
사실 채용내정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입니다.
‘채용내정’이란 회사가 정한 채용절차에 따라 합격이 되었으나 아직 정식으로 입사하기 전인 상태를 말합니다.
입사를 지원한 사람은 회사로부터 근로계약을 체결하겠다는 통지를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대학 졸업예정자를 채용시험에 합격시킨 뒤 졸업하면 채용하겠다고 통지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채용내정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봅니다. 졸업하지 못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생겨 근로관계가 제외되지 않는 한,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당 직원과 회사간의 근로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합격 통지를 받은 직원에게는 입사 시점까지 일정한 법적 지위가 주어집니다.
채용내정이 취소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앞의 허달근씨 사례는 마치 네비게이션 사서 오는 길에 자동차를 도난당한 것처럼, 막판 입사 준비로 바쁜 시점에 다닐 직장이 없어진 꼴입니다. 이러한 황망함을 방지하고자 채용내정자 해고는 일정부분 제한됩니다. 판례에서는 실행 가능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업부문에 당사자를 채용내정해서 통지한 뒤 해당 부문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채용을 취소했다면, 정식 채용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취업 기회를 포기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채용내정을 하기 전에 회사의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나서 채용할 직원의 규모를 정하고, 또한 적정한 인원 내에서 채용내정 통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채용내정이 취소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니, 채용내정 기간 동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일하게 될 회사에 입사할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가 아닌가 싶네요.
판례, 행정해석
채용내정이 취소된 경우 채용 취소 전까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대법2000다25910, 2002.12.10)
채용내정이 취소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대법92다42897, 199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