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에 직장을 다닌 분들에게 ‘조상제한서’ 얘기를 하면 단번에 5대 은행을 떠올릴 겁니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현재는 이 시중은행 5개가 이름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국내 은행간 통폐합이 진행되었기 때문이지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합병해 현재의 우리은행으로 거듭났고, 서울은행과 조흥은행도 2000년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각각 합병되면서 이름이 사라졌지요. 2005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SC제일은행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이것마저 2012년 1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뀌었습니다. 합병된 은행 내에서 출신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인사철만 되면 ‘○○은행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고 하네요. 그럼 회사가 합병되면 직원들의 고용조건은 어떻게 될까요?
회사가 합병되면 근로관계도 포괄적으로 승계된다
‘합병’이란 2개 이상의 기업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지는 것입니다. 모든 회사가 해산하고 새로운 회사로 탄생하는 ‘신설합병’과, 하나의 회사가 모두 흡수하는 ‘흡수합병’으로 나뉘지요. 기업이 합병되면 원칙적으로 직원들이 동의했는지에 상관없이 합병된 회사로 직원들의 근로관계가 승계됩니다. 다시 말해 기존 회사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 합병된 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지요.
그러므로 임금도 기존과 동일하고 퇴직금, 연차휴가 계산할 때의 계속근무기간도 합병과 관계없이 그대로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잘 새겨놓고 다음의 판례를 살펴보기 바랍니다.원칙적으로 합병에 의해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경우 직원 개개인별 종전의 근로계약상의 지위는 그대로 합병되는 회사로 포괄적으로 승계됩니다. 합병 당시 취업규칙의 개정 등을 통해 합병 후 직원들의 근로관계 내용을 단일화하기로 변경·조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없는 한 말입니다.
둘 이상의 기업이 하나의 기업으로 흡수합병되는 경우 고용관계는 승계되고 근로조건은 흡수하는 기업의 근로조건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흡수되는 기업의 근로조건, 흡수하는 기업의 근로조건, 기업의 경영 여건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서 새로운 근로조건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양도·양수 또는 흡수당한 기업의 직원이 자유의사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수령한 후, 양수 또는 흡수하는 기업에 새로이 입사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근로관계가 단절됩니다.
이처럼, 지금 다니는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된다고 해서 직원들의 근로조건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이 원칙임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판례, 행정해석
새로운 합의가 없는 한 새로운 회사에 합병된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퇴직금은 기존과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된다. (대법93다1589, 1994.03.08)
판례, 행정해석
기업의 양도·양수 또는 흡수 합병시 직원이 본인의 뜻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새로이 입사한 경우 기존의 근로관계는 유효하게 단절된다. (근기01254-226, 199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