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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럽보다 달콤 Sep 15. 2019

똑똑한 그들이 '기생충'을 막지 못한 이유

대중문화속 HR



영화 기생충을관람했다. 가족 모두가 백수인 반지하네 가족 4수생인 아들이 대학생으로 신분을 속이고 부잣집의 과외교사가 된다. 이 기회를 발판으로 미션 임파서블 속 영국 첩보국 ‘M16’에 버금가는용이주도한 사기극을 펼치며 그 집의 막내아들의 미술교사로 딸을, 운전기사로 아버지를, 가정부로 어머니를 취업시키는데 성공한다. 가족 모두가 부잣집에 기생하게된 것이다. 부잣집네 가족이 12일 여행을 떠난 사이 가족 파티를 열다 음모로 쫓겨난 입주 가정부의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그들보다 더 아래층지하실 가족의 존재가 밝혀지게 된다. 


작품 속 의미가 풍성한 영화답게 관람객들은 갖가지 해석을 나누며, 지난경험, 일과의 접점을 이야기한다. 성공하고 똑똑한 그들이기생충을 막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폐해


영화 속 반지하네 가족딸 기정은 PC방에서 오빠의 대학 재학증명서 위조문서를 뚝딱 만들어 온다. 이를 본 아버지 기택은 서울대에 문서위조학과 없냐?”라고 칭찬을 하고, 위조한 서류로 부잣집 과외교사 자리를 차지한다


현실은 어떨까? 2000년대 초 만해도 조직에서는 입사지원자의이력서를 전적으로 믿었다. 함께 제출한 증빙서류가 위조되었을 것이라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학력위조 논란은 한국 사회전체를 몸살 앓게 한다. 최근에도 취업난으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위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위조 문서로 취업한 경우, 형법상 문서위조죄, 위조문서행사죄 그리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문서를 위조한 이도문서위조죄의 공범으로 처벌된다. 회사는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청구할 수도 있다. 잘못된 채용으로 발생하는 손실의 규모는 얼마일까?미국의 한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위직 임원급을 잘못 채용할 경우 그로 인한 기회비용은 연봉의 24배라고 조사되었다. 여기에 모럴 해저드와 사기저하 등까지 감안한다면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손실은 실로 엄청나다.



촘촘한 채로 고운 가루만을 남겨야


채용담당자라면 눈부신 경력과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경력사원을 채용한 후 부적합한 인력임을 나중에야깨닫고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입사하려는 지원자 만큼이나 채용담당자는 중무장을 해야한다.


 



첫째평판조회를 강화하자.


최근 ‘평판조회’ (Reference Check)가중요한 채용도구로 강조되고 있다또 다른 접근을 통해 놓칠 수 있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장점이 있다면접관의 역량 구조화 수준이 낮은 경우 평판조회를 보완하여 채용과정의 신뢰도를높일 수 있다평판조회는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결과의 신뢰도가 달라진다지원자의 주변인과 대화를 통해 진행되므로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요소를 노련하게 간파할 수있어야 한다직무와 연계된 평판조회가 진행되어야 한다개인적인성향과 단점을 들춰내기 보다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직무수행자로서의 적합성’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완벽한사람’을 검증한다기 보다 ‘조직과 직무에 최적임자’를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판조회와충돌을 여부를 살펴보자. 입사지원자가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므로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영역이 아니다하지만입사지원자 입장에서는타사 입사지원 사실이 비밀로 유지되리라는 기대가 있고만일 내∙외부로 알려지게 된다면 직·간접적인 이슈가 발생될 수 있다채용담당자는입사지원 대상자에게 단계별 전형과정에서 평판조회가 진행된다는 사실에 대해 사전동의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준비된 면접관을 만들자.


면접관의 역할은 제한된 시간동안 효과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 과정을 통해 지원자가 보유한 가치와 역량을파악하는 것이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먼저, 구글의 면접방식을 살펴보자구글의 면접은 최대 10차례 진행된다인사담당자의 질문으로 진행되는전화면접은 1차 면접이다. 2차 면접은 엔지니어, 3차 면접도 또 다른 엔지니어와 진행된다. 구글이 만든 질문리스트중에서 채용 직종에 해당하는 질문을 묻는 방식이다동일한 질문으로 진행하여 면접결과 비교를용이하게 한다채용담당자는 면접관이 작성한 면접보고서를 검토한 후 채용대상자를 최종 확정한다.


국내 기업의 사례를 돌아보자. 일반적으로 사업부문의 직책자나임원을 면접관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이력서도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장으로 들어가는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면접관은 1년에 한두번면접에 참여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고입사지원자의 화려한 언변과 경력에 현혹될 여지가있다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각 역량이 요구하는 수준을 구조화하여정형화된 질문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행동사례면접 (Behavior EventsInterview) 방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과거 특정한 상황의 행동을통해, 가까운 미래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담겨있다행동사례면접을 통해 핵심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황과제행동결과의 4단계질문이 필요하다.


 



채용담당자는 냄새에민감해야


이 영화에서 결말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요인은 ‘냄새’이다감독의말대로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하는 이야기’이다채용에 빗대어 보자채용담당자는 입사지원자가지원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서로를 인지할 기회가 없다하지만입사지원서를 제출하는 시점부터 지원자와 채용담당자는 서로의 체취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인사담당자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사람의 냄새’에 민감해야 한다. ‘직업적인 육감뿐만 아니라 도구 (평판조회 프로세스)와 지원군 (면접관)으로 후각의 민감도를 셰퍼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등장인물의 이름조차도 함부로 짓지 않았다. (‘기생충’이라는 제목에 맞춰 기택네 가족 이름에는 모두 ‘기’자와 ‘충’자가 들어간다아버지는 기택, 아들과 딸은 기우와 기정부인은 충숙이다.) 채용담당자는 봉테일 만큼 촘촘한 채용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당신이 채용에5분밖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면, 잘못된 채용으로 5,000시간을 쏟아 붓게 될 것이다.”


피터 드러커 (Peter Ferdinand Drucker,1909~2005)는 채용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채용담당자의 책상 정중앙에 단단히붙여놓아야 할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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