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영화 ‘타이타닉’
세계 최대의 여객선인 타이타닉호가 처녀항해 중 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 다음날 새벽 침몰한 비극적인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타이타닉’이 개봉 25주년을 맞아 2023년 재개봉했다.
이 작품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약혼자와 함께 1등실에 승선한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사랑을 그렸다.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은 명작으로 1998년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체 17개 부문 중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11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내며 역대 최다 수상작 자리에 올랐다.
로맨스 영화이지만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빙산의 일각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1912년 4월 14일 밤,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를 몰던 항해사는 갑자기 나타난 빙산을 보고 방향을 틀었지만 거대한 빙산에 부딪혀 선체의 오른쪽 앞부분에 구멍이 나면서 깊은 북대서양 바다속으로 가라앉는다.
‘전방의 빙산을 조심하라’는 무전 경고 메시지를 무시한 채 빙산 지대에서 최고 속도로 운행한 것이 침몰의 주된 원인이다.
‘빙산’은 사실 거대한 얼음덩어리이다. 물과 얼음의 밀도 차이는 10%이므로 전체 얼음덩어리의 10%만 물 위에 뜨고, 나머지 90%는 물 안에 잠긴다.
‘빙산의 일각’이란 표현도 대부분 숨겨져 있고 외부로 나타나 있는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조직에서 일할 사람을 뽑고, 역량과 성과를 측정하는 HR조직에서 구성원을 대할 때 빙산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인사담당자라면 ‘역량의 빙산모델 (Competency Iceberg Model)’을 들어봤을 것이다.
‘역량 (Competency)’은 하버드대학의 맥클리랜드 McClelland 교수가 학력, 적성검사 등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문지식보다 직무의 핵심적 성공 요소와 연계된 구체적 직무 수행 능력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역량은 물 위에 드러나 용이하게 측정할 수 있는 역량은 일부이고 수면 아래 잠겨 평가하기 어려운 역량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수면위에 드러나 있는 역량은 지식 (Knowledge), 스킬 (Skills) 이고, 수면안에 숨겨져 있는 부분은 가치관 (Values), 태도 (Attitude), 자아 (Self Concept), 동기 (Motives), 특성 (Traits) 등이다. 상층부의 역량은 훈련을 통한 향상이 가능하나 하층부의 역량은 쉽게 바뀌지 않고 학습이나 훈련을 통한 개선도 어렵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은 이미 노출이 되었기 때문에 재차 확인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직에 들어오려는 입사지원자의 역량은 소위 학벌, 경력 등 ‘스펙’으로 판단되기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태도, 가치관 등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
첫째, 학벌, 경력 등의 ‘스펙’을 가리는 일명 ‘블라인드 채용’ 도입이다. 이는 채용 평가자의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항목을 배제하는 대신 입사지원자가 가진 역량과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도구만을 통해 선발한다는 개념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면접전형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면접의 객관성을 저하시켰던 요인은 면접관의 편향적인 오류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면접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여야 한다. 다양한 면접 기법 활용이 중요하다.
역량과 관련된 과거의 사건을 구체적인 행동 중심의 꼬리물기식으로 진행되는 ‘구조화 면접’, 과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분석발표형 면접’, 제시된 과제에 대한 토론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어떻게 의견을 제시하고 반응하는지를 평가하는 ‘집단토론 면접’, 가상의 상황을 맞이한 대처자세를 관찰하는 ‘상황면접’, 발표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성, 의사전달력을 평가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 등이 있다. 채용 직무에 맞는 면접기법을 선택해야 한다.
블라인드 면접은 입사지원자의 스펙 정보를 가리고 역량을 검증해야 하므로 ‘Right Person’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면접의 횟수를 3~4차례로 늘려야 한다. 검증 필요 역량을 4~5개로 선정하고, 역량별 10분 이상 할애하고, 지원자 한 명당 면접시간을 늘려야 한다.
둘째, 수면속에 감춰진 ‘빙산의 대부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과거 히스토리를 검증하는 ‘평판조회’ 과정이 필요하다.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면면접이 최소화되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재검증 방식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평판조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채용담당자는 입사지원자를 파악하기 위해 전직장의 인사담당자 또는 동료직원에게 대인관계, 퇴사사유, 업무능력, 인성 등 전반적인 ‘평판’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평판’은 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 일까? ‘특정인에 대한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전반적인 의견, 평가’ 등 제3자에 의해 만들어진 주관적인 정보도 개인정보의 범위에 포함된다. 특히,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업무 자체가 조직구성원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업무이므로 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처리자’이며, 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깊이있게 숙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평판조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입사지원자에게 ‘평가조회 실시 동의서’를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다. 실시 목적, 동의 및 동의 거부권,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수집대상 정보, 조회 대상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사람을 보는 눈
“이 배의 탑승권을 따낸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당신을 만났으니까”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조난당한 채 나무판을 붙잡은 잭이 로즈에게 하는 대사이다.
입사지원자의 스펙은 조금 떨어지지만 직무적합성, 잠재 역량, 우수한 태도를 파악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가진 채용담당자는 입사자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사에 입사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당신과 같은 HR담당자를 만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