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안아줄 때, 세상이 살만해졌다.
회사 생활에서 내 안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주어진 일을 빨리 처리하고, 상사의 말에 즉각 반응하며, 남들보다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야근도 서슴치 않는 성실한 직원이 되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성실한 직원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착한 직원'이 되어 버렸다.
팀장이 내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줄 때면 뿌듯했고, 회의에서 내 보고가 무리없이 넘어갈 때면 안도의 숨을 내쉬며 혼자 흐뭇해했다. 그러다 가끔 내 의견이 채택되는 날엔 마음속으로 '야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 순간들이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공허감이 찾아왔다. 분명 열심히 일했고, 인정도 받고 있는데 왜 내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을까?
내가 진짜 원한 건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존중'이었고,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상사와 회사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진짜 나'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에 쏟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종종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 좋은 사람'이 되기를 요구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불합리한 상황에도 순응하며, 기대 이상으로 일하면서도 감정은 철저히 숨겨야 한다. 그렇게 회사에 맞추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은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남는 건 단 하나, "왜 아무도 내 진짜 마음을 몰라줄까?"하는 억울함 뿐이다.
그 억울함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한번 무너졌다. 한창 일이 많고 지쳐있던 시기였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본사와 협의해 결과를 내야하는 일이 내 몫이었고, 그것을 백업없이 혼자 감당하는 것은 생각보다 벅찼다. 그러면서도 한편 '어차피 내일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몇달간 집과 회사만 오가며 집중했다. 수없이 고객의 불평을 듣듣고, 여러차례 본사에서 거절을 당하며, 나는 양쪽을 다 설득시켜 원만한 합의접을 찾아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서장이 지나가다 내게 말했다.
"요즘 얼굴이 어두워, 좀 밝게 일하면 더 좋지 않겠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내 뒤의 다른 사람에게 말한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다른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몰두했던 나의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한 것 같았다. 순간 반항심이 솟구쳤다.
'회사 일이 힘든데, 거기에 웃음까지 강요하는 건가?', '웃는 얼굴이 당연한 의무인가?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씩씩거리기를 며칠,,,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가 내 노력을 '알아주길'바라고 있었음을. 즉, 나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아주 깊고 절박했던 것이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분명 내가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덕분에 내 능력보다 더 큰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그 욕구가 너무 커지면 나를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살아갈수록, 나는 점점 '나'가 아닌 회사내의 직책과 역할로만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지조차도 모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 반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 일이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가?"
나는 타인의 인정뿐만 아니라, 내 자신의 마음도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 질문들은 나의 가시돋친 마음들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이제는 모든 일에서 칭찬을 기대하지 않는다. 때로는 인정받지 않아도, 내가 했던 노력을 스스로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대신, 내 감정과 성과를 스스로 명확히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인정보다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 나에게 더 깊은 만족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일을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해가는 나 자신이 뿌듯하다"
"이번 일에서 나는 함께 일하는 이들이 같이 잘되었으면 하는 내 생각을 지킬 수 있었어."
회사는 끊임없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인정에 목말라 흔들리는 삶은 결국 스스로를 해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사는 내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