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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Jul 20. 2022

거리를 걷다가 꽃향기가 느껴진 거야

우리가 몰랐던 꽃과 음악의 도시

주말 오후. 이어폰을 끼고 무작정 길을 걷는데 코가 간질간질. 희미하게 꽃향기가 난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김없이 지척에 꽃집이 있다. 멕시코 시티의 길가엔 구둣방 보다 더 많은 꽃집이 있다. 사시사철 날씨가 맑아서 그런가. 종류가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적은 돈으로 꽃을 한 아름 살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길거리 꽃향기가 후각을 간지럽게 한다면 청각을 풍요롭게 하는 음악소리도 제법 자주 들린다. 음악소리의 출처는 바로 길가의 음악가. 나무 그늘이나 교차로에 서서 트럼펫을 부는 아저씨도 있고 바이올린을 켜는 아줌마도 있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는 마리아치가 등장해 멋진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십중팔구 떠돌이 마리아치다. 박수를 치며 동전을 몇 개 주면 아주 만족한 얼굴로 앙코르 공연까지 선보인다. 가끔 연습이 필요해 보이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시선을 피해 딴짓하면 눈치를 채고 다른 골목으로 옮겨간다. 물론 눈치를 못 채고 연습무대가 계속된다면 짜증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마리아치가 연주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브런치를 즐기는 이곳의 분위기

멕시코에 오기 전에 나는 절대 걸어 다니지 않을 작정이었다. 쫄보인 나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값나가는 물건은 모두 한국에 있는 친정집에 맡기고 왔다.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 모두. 하지만 범죄율 1 도시 멕시코 시티의 이면에는 따스한 햇살과 향기로운 꽃, 음악이 있다. 오히려 경직된 한국보다 훨씬 자유롭고 순박하고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매일 느낀다.  따뜻한 나라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와 여유. 낭만이 일상 곳곳에 스며든 곳이 바로 멕시코 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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