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 Jan 24. 2021

'벌써 절반'과 '아직 절반' 사이

시즌 1 완결 후기

안녕하세요. <런던에서 자란 사람>을 쓰고 있는 서남입니다.


<런던에서 자란 사람>의 시즌 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

출국부터 스타벅스를 그만두기까지, 대략 1년 반 정도의 이야기가 끝났네요.



1. 시즌 1을 마친 소감

시즌제를 할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 중간에 한번 쉬게 되었네요.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다'와 '절반만 더 쓰면 된다'가 교차하면 기분입니다. 올해는 반드시 글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 남은 부분들도 열심히 써야지 싶습니다.

사실 초반부는 예전에도 몇 번이나 쓴 소재였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참 쉽게 쓰인 글들입니다. 플랏에 불난 이야기랑 은행 계좌 여는 이야기, 서류 몽땅 잃어버린 이야기는 한 5번쯤 썼던 것 같네요 하핫. 워홀 비자 만료가 가까워오는 시기의 글은 이번에 처음 써봤는데, 시트콤 같은 이야기들을 쓸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어요. 그때 느꼈던 절망과 우울에 잠식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지던 순간에 대해 쓸 때도 괜히 울적해졌어요. 지금 런던이 봉쇄된 상황이라 더 걱정이 되고. 연락을 꾸준히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소식을 모르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늘 이 연재 글을 쓸 때는 런던에 잠시 있다가 온 느낌이에요. 아쉽기도 하고 또 아쉽지 않기도 한, 그런 이상한 기분입니다. 시즌 2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당시의 삶과 감정들, 나아가서 지금의 나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 왜 갑자기 시즌제가 되었나

초반에 저는 이 글들을 30회 정도로 기획했었는데요, 지금이 벌써 20회인데, 나머지 1년 반은 10회로 기획한 게 좀 이상하다 싶었던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 이유는 제가 가이드하는 동안 다이어리를 안 써서 소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는 워낙 드라마틱한 일이 많이 생겨서 이것저것 쓰고 낄낄대는 재미가 있었어요. 하지만 가이드로 일할 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손님은 다르지만, 매일 다니는 곳이 똑같았고 제가 하는 말과 행동들도 거의 같았지요. 그러다 보니 하루의 굴곡이 심하지 않았고, 기록할 내용은 더욱 적어졌죠.

하지만 가이드로 일하기 시작한 첫 글을 썼을 때 감이 왔습니다. 이야, 이건 10회 가지고는 턱도 없겠는걸! 글 하나가 어마어마하게 길더라고요. 10회로 축약했던 소재들에 대해 생각보다 풀 내용들이 많아서 후반부를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시즌제로 들어가게 되었죠.



3. 시즌 2 맛보기

시즌 2는 가이드 일을 시작한 시기부터 완전히 귀국하는 2018년 여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런던에 있었다니 실감 나지 않는군요. 시즌 1에서도 험난했지만 시즌 2도 만만치 않게 험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후우... (벌써 빡침)

고백하자면 현지 가이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어떻게, 또 어디까지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너무 자세히 썼다가 고소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는 쫄보니까요. 알 사람은 안다는 이 가이드 업계의 어두운 면들에 대해 쓴 사람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첫 주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즌 1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였다면 시즌 2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일 겁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당시의 저는 N 포털사의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지금도 씁니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는 제 주변인들이 다 외국인이라 한국 사이트를 이용할 일이 없으니 꽤 자세히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상사도 동료도 한국인, 손님들도 한국인이었죠. 그날 일어났던 일을 쓸 수도 없고, 뒷담화는 더더욱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 시장 점유율 1위의 포털 사이트에서 저의 이야기가 검색되지 않을 확률을 생각하니 갑갑해졌습니다. 노동자의 울분(?)을 풀어내는 통로였던 제 블로그는 가이드를 하면서 점점 잠잠해졌죠. 참으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군요. 그나마 블로그에 끄적여뒀거나 사진을 찍어둔 날은 기억이 나지만, 세세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아서 저도 아쉽습니다.



정비된 시즌 2는 3월에 돌아옵니다. 그전에 재연재 공지를 다시 한번 하도록 할게요.



오늘 날이  좋네요. 아무리 소한과 대한이 지났다지만 날이 풀려도 너무 풀려서 이건 분명히 이상기온이다, 하며 지구 걱정을 하게 됩니다. 아파트 단지 나무들 중에는 이미 꽃을 퐁퐁 피워낸  모르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빨리 피어난 꽃들은 남은 겨울을  견딜  있을까요. 괜찮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에게는 빠르든 느리든 너의 속도가 있다고 말해줄  있지만, 나무에게도 그럴  있는지는  모르겠거든요. 하지만 자연은 나보다 훨씬 위대하니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저는 자전거라도 타러 나가야겠어요.

참, 봄이 오기 전까지는 런던 이야기 말고 아마 다른 글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에서 있었던 일이든, 책이나 영화 리뷰든, 어떤 글이든지요. 그럼 곧 다시 만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