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풍족하다 여기는 아이들

by 양소정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2013)에서 곽금주 교수와 함께 진행한 '부모–청소년 경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실제 부모가 말한 가계 소득보다 청소년들이 인식하는 ‘우리 가정의 소득’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아이들은 가계 소득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 집이 풍족하다고 여기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든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애써왔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건 시켜주고, 먹고 싶은 건 먹게 하고, 갖고 싶다는 말이 나오면 최대한 맞춰준다.


그 결과, 아이 마음속에는 이런 전제가 자연스럽게 쌓인다.

‘부모는 언제나 나를 서포트해 준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사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부모님이나 시댁에서 조금은 도와주시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기억이 있다.

누가 그렇게 말해준 적은 없었지만, 어딘가 당연하게 여겼던 마음이었다.


얼마 전, 나는 강민이에게 ‘실제 물가’를 알려주는 릴스를 하나 만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치킨버거는 5,000원, 소금빵은 3,500원이라는 말을 듣자 강민이는 “헉” 하고 놀랐다.

자신의 (소비용) 용돈은 주당 1500원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돈의 ‘크기 감각’을 잘 모른다.

부모가 대신 계산해 주고,
부모가 대신 결제해 주고,
부모가 대신 책임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이 빵을 매일 살 수 있는지,
이 외식 한 번이 하루 노동의 어느 정도인지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인식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미래의 인생 계획 어딘가에 부모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게 대학 등록금이든, 결혼 자금이든, 혹은 내집마련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아이와 경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이번에는 현실 물가, 조금 더 크면 우리 가계의 자산, 그리고 이 자산을 어떻게 모아 왔는지까지.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당연함’을 깨는 시작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선택하고, 계산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보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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