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메일 있는데요
2016년 4월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만 8년 동안 회사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나름 어영부영 버텨오며 나의 직장 생활을 유지해왔는데, 어제는 조금 신선한 전화를 받았다.
사건 개요
연말연초라 휴가를 간 사람이 많았다. 내부든 외부든 비슷한 상황이라 일부 업무는 잠시 멈춰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어제부터 휴가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복귀하면서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됐다. 나도 외부 업체에 리마인드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하기 메일에 대하여 리마인드 드리오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간략한 내용으로 작성한 이유는 메일 스레드 덕분이다. 이전에 주고받은 메일 내용이 새로 작성한 메일 아래쪽에 자동으로 첨부되니, 굳이 상세하게 적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메일에는 **"~ 프로젝트에 대한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으니 리마인드 메일의 내용은 명확했다고 생각했다.
전화의 시작
그런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하기 메일이 무엇인가요? 하기 메일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당황했지만, 구두로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설명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혹시 내가 실수로 회신 버튼을 누르지 않아 메일 스레드가 누락된 건 아닌지 확인해봤다. 하지만 발송된 메일함을 확인한 결과, 스레드는 정상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신선한 반응
8년 동안 일하면서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물론, 전화를 건 분의 의도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보통은 스레드 내용을 보고 이해하거나, 혹은 요청 사항이나 제안 사항에 대해 이해되지 않았다면, 이를 바탕으로 질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정 관련 요청 사항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와 같은 형태로 회신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하기 메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었다. 여전히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이번 일을 통해 타인에게 질문을 할 때는 두루뭉술하게 묻기보다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지점을 명확히 언급하고, 필요한 설명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의사소통에서 디테일의 중요성을 실감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