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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Jan 07. 2022

감사해요. 미안해요. 지금이에요.

[글,책_겨울] 여섯 번째 이야기


띵똥

메시지가 왔다.


"루씨님, 안녕하세요. 12월에 북클럽에 참여했던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추천해주셨던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너무 잘 읽어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회사에서 하는 북클럽에서 이끔이로 활동 중이다. 북클럽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다. 매일 각자 자유롭게 책을 15쪽 이상 읽고 오늘 읽은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을 찍어서, 읽었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은 문구와 함께 채팅방에 남기면 된다. 모두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인증을 하느라 바쁜데, 가끔 사람들은 자신이 읽고 좋았던 책을 추천하곤 한다. 작년 12월에 다른 독서 모임에서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라는 책을 추천받아서 읽었고, 너무 좋아서 간단한 책 소개와 함께 책을 추천했었다. 추천하고 별다른 반응은 없었던지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추천해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메시지를 주신 분은 작년 말에 번아웃이 왔는데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고 이겨냈다고 하셨다. 메시지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내가 추천해준 책을 읽었다는 것이 기뻤고, 그 책을 통해 번아웃을 이겨냈다는 것이 기뻤다.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기쁠 수 있는 것은 메시지를 주신 분이 나에게 바로 감사인사를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그분이 책을 읽고 나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그분의 감사하는 마음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에게 메시지를 준 게 정말 감사했고, 나도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간다.

"아야"


아이는 못 본 척 그냥 지나간다.

"OO야, 엄마 아픈데 미안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OO가 일부러 치지 않았어도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거야."


아이는 계속 내 말을 무시하다가 나중에 내 곁에 와서 말한다.

"엄마, 미안해"

"그래, 그렇게 말하는 거야. 잘했어. 다음에도 꼭 그렇게 말해줘"


아이는 올해 5살.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자신만의 사회생활을 하는 중이다. 어느 날은 신나게 놀다가 선생님의 눈을 살짝 친 모양이다. 선생님을 보고도 그냥 다른 곳으로 가길래 선생님이 아이에게 선생님이 아프니 미안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는 바로 말하는 게 쑥스러웠는지,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선생님한테 안기면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말을 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알림장에 그 내용을 자세히 써주면서 미안함의 표현을 잘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연계 지도를 부탁한다고 하셨다. 처음에 아이는 미안함을 표현하기를 쑥스러워하고 표현을 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자꾸 선생님과 엄마, 아빠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표현하는 시간이 짧아져 미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말한다.


그때 깨달았다. 아, 표현에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문득 나는 그동안 미안함을 바로 말하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사과를 받는 사람이 이미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에서 미안하다고 한 건 아닐까? 아니면 말하지 않고 넘어간 건 아닐까? 감사와 미안함의 표현은 바로 말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서 감사와 미안함을 표현하려면 그 감정이 온전하지 않아 전달하기 어렵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제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그 상황을 기억을 못 할 수도 있다. 혹은 감정이 이미 상할 대로 상해버린 다음일 수 있다. 그때서야 전하는 미안함은 그 사람의 화만 더 자극할 뿐이다. 감사 또한 마찬가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

라고 노래하던 초코과자 광고가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올해는 예년과는 조금 다른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감사와 미안함을 바로 말하는 습관


좋았어!

오늘부터 습관 1일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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