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끄적루씨 Jan 05. 2022

지금 누군가 부러우신가요?

[글,책_겨울] 다섯번재 이야기


포장마차에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앉아 있다.

"내가 사표를 .... 내자 내자!"

한 남자가 이제는 질렸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 모습을 TV로 보고 있는 남자.

추리닝을 입고 방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백수다.

"이야 부럽다. 취직을 해야 사표를 쓰지."


그 모습을 TV로 보고 있는 군인.

다른 군인은 모두 편안하게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데, 혼자 허리를 펴고 꼿꼿이 앉아 있다.

이제 군대에 막 들어온 신입인 것 같다.

"부럽다. 누워서 TV도 보고"


군대의 모습은 TV로 바뀌고 다시 처음의 포장마차로 돌아온다.

아까 사표를 내겠다는 남자가 말한다.

"부럽다. 그래도 저 때는 제대하면 끝이었는데"


2012년에 TV로 방영되었던 피로회복제 광고이다. 피로회복제 광고의 주제는 '대한민국에서 OOO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광고가 큰 인기를 얻어 피로회복제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딸로 살아간다는 것' 시리즈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모두 피곤하고,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피로회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피로함에 공감했고, 피로회복제를 사 먹었을 것이다. 그 당시 광고를 보면서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나의 피곤함을 생각하고 '맞아, 맞아. 우리는 다 피곤하지.'라고 생각했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내 머릿속 광고는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참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피곤하다는 단순한 메시지 뒤에 '우리의 삶은 누군가 부러워하는 삶이다'라는 메시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TV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TV를 보며 부러워하는 모습은 SNS로 옮겨갔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모두 화려한 모습뿐이다. 비싼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지내는 모습,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집의 넓은 거실 사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에 맞춰 집을 꾸민 사진, 해외에서 멋지게 생활하는 모습, 각종 명품으로 치장한 사진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자신의 멋진 모습을 뽐내고자 SNS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쓴다. 한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는 것이 불편했다. 모두 자기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인 모습이 싫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질투를 느꼈고, 그 질투는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만 불러왔다. 그래서 SNS의 앱을 모두 지우고 세상과 단절한 채 나만의 이야기만을 꾸리며 살아왔다.




작년 초에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브런치 작가로 책을 여러 권 출판하신 '스테르담' 작가님이 하시는 모임이었다. 참여하신 분 중 바디프로필을 찍는 분이 계셨는데, 그때 '스테르담' 작가님이 하신 말씀은 내 마음속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예전에는 그런 사진들을 보면 부럽고 질투가 났는데, 지금은 '그 사람이 그걸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모든 사람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다. 왜 그동안 나는 그 사람들이 이룩한 성공의 화려한 모습만 보고 그들을 질투하고 싫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이 부럽다면 그 사람들을 보고 배워서 그 사람들처럼 되면 그만인 것을. 왜 부정적인 감정을 소비하며 나 자신을 힘들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 멋진 사진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는 열심히 사진을 공부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SNS에 어떻게 하면 사진이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연구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돈을 열심히 모아 큰 집을 사서 이사를 하거나 여행을 갔을 것이다.




2022년, 박카스 광고가 나오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안다.

우리가 부러움을 느끼는 대상이, 내가 질투를 느끼는 SNS의 사람이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뒤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이제 더 이상 SNS를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부러운 마음이 들면 나도 노력해서 그 자리에 오르면 그만이다. 부러운 마음이 들면 그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을지 생각해보고 따라 해보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자리에 오를 것이다. 박카스 광고의 백수는 퇴사하고 싶다는 회사원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할 게 아니라 취업 준비를 하면 된다.



2022년이 시작되고 5일이 지난 지금.

나는 다짐해본다.

부러움의 이면에 담긴 모습을 보기로.

부러운 모습을 내 것으로 만들어 보기로.

작가의 이전글 마흔, 나를 만나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