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음식 #아이들자생력 #숟가락 #젓가락 #땅콩카라멜 #육포
"네건 무슨 맛인지 한 입만 먹어보자."
언니는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 숟가락을 내 아이스크림 컵에 조심스레 갖다 대더니, 조금 떠서는 먹는다. 와 정말 맛있다. 역시 비싼 젤라또는 그냥 아이스크림과 정말 다르다. 연신 환호성이다. 파***의 젤라또는 나도 처음 먹어보는데, 맛이 정말 고급이다. 맛이 좋다. 근데 언니가 먹던 숟가락이 내가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에 닿은건 별로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저 쿨한척 응 언니 먹어두 되요. 하고 내 아이스크림 컵을 선뜻 내주었다. 그 언니는 식탐이 많은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는, 꼭 앞 사람 밥도 자신이 먹던 젓가락으로 상대의 밥그릇 안에 있는 것을 떠가는 습성이 있다.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사사건건 새 숟가락을 가져와라, 언니 침이 묻어서 싫다고 이야기 하기도 치사해서 그냥 대강 넘어가는 편인데, 여전히 서로 숟가락 젓가락을 섞는건 마음이 못내 불편하다.
"웩, 엄마 이 땅콩 카라멜 내가 원하던 맛이 아니야."
작은애가 책상 위에 있던 땅콩 카라멜을 입안에 털어 넣더니 당장 뱉을 기세다. 응 엄마 줘. 작은 아이가 머뭇거리며 입을 벌리지만, 나는 시원하게 작은 아이 입안에서 씹다 만 땅콩 카라멜을 냉큼 집어다가 내 입 안에 털어넣었다. 엄마 안 드러워? 라고 묻는 작은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나는 사랑을 담아 화답했다. 응 더럽기는 이 카라멜 맛 좋네. 자식은 집착의 산물이랬던가? 자식이 씹다 뱉은 사탕은 달기만 하고 맛만 좋다. 내 밥 그릇 안에 들어오는 타인의 젓가락은 싫지만서도 말이다. 내 남동생조차도 나의 조카딸래미가 조각이 너무 커서 씹어 넘기지 못하는 육포 덩어리를 냉큼 조카 입에서 뱉어내게 하여 남동생 손바닥에 받아서 맛있게 모두 씹어 먹는다.
글을 쓰는 내내 자문해 본다. 나는 쿨하지 못한걸까? 아니면 일일히 새 젓가락, 숟가락 가져오라고 말을 해야하나. 언니 숟가락 침 닿아서 싫어요. 라고 나는 언제쯤 용기를 내어볼 수 있을까? 안돼요. 싫어요. 초등학생들 성폭력 혹은 유괴방지 교육에 힘주어 가르치는 키워드들인데. 나는 마흔 중반에 접어들고도 안돼요. 싫어요.를 못해서 이렇게 컴퓨터 화면에 한 바닥이 넘도록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내 자신이 자칫 가여울 지경이다.
그런데, 중,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이 뱉은 음식은 여전히 나는 먹을 수 있다. 언제까지 나는 아이들에게 이게 가능한 엄마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아이들 자생력을 길러줘야 한댔는데. 자생력을 길러주는데, 애들이 씹다 뱉은 음식을 엄마가 먹는건 방해가 되는 일일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땅콩 카라멜 정도는 먹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근데 육포 덩어리는 이제는 좀 어렵지싶다. 우리 조카 나이가 한국 나이로 4살 남짓이니, 지금 중 고등학생인 우리 애들은 어려울 것 같다. 땅콩 카라멜은 되지만, 육포는 안되는 내가 아이들 자생력 키우는데 조금씩 준비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하다. 언젠간 나도 싫어요. 안돼요.를 말할 날이 오겠지. "언니가 먹던 숟가락이 내 밥그릇 안으로 들어오는건 싫어요. 안돼요. 새 숟가락 가져오세요." 아니면, 이건 어떤가? "제가 떠 드려도 될까요?" 그러면 내 침은 묻지만, 그 언니 침은 내 음식에 안 닿으니까. 오 기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