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는 밥숟가락으로

보드게임도 재미있게 함께 해주는 막내고모

by 루씨리Rhee

#명절 #친척 #보드게임 #아이스크림


"엄마가 내일 눈 많이 오고 하니, 내려오지 말래." 막내 시누네에 시어머니 모시고 먼저 설 명절을 지내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카톡을 받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간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오지 말라고 하니 어째야 하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바꿔달라고 했다. "어머니, 내일 설 당일인데, 가야 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럽긴 하겠어요." 나도 모르게 본심이 나왔다. 분명히 새벽 KTX 타고 내려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말이다. 어머니는 평소 마음씨 좋게, 그래 오지 말어. 뭐 보고 싶긴 하지만. 이라며 말씀을 흐리셨다. 전화를 끊고,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 KTX 타고 막내 시누네 집에 오전 9시경에는 떨어질 수 있게 차 편을 작은 애 것까지 예매한다.


설 당일에 도착한 천안은 설국이 따로 없다. 눈이 쌓여 발목까지 빠질 지경이다. 멀리서 남편이 보인다.

"나 엄마한테만 말하고 몰래 나왔는데, 매형이 차 몰고 여기까지 뒤따라 오셨데." 막내 아주버님께 시어머니는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아들 며느리 눈 맞고 오게 생겼다고, 어서 가보라고 성화를 하셨다고 했다. 막내 시누네 도착해서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막내 시누와 시어머니는 두 분이 손을 모으고 거실 한가운데에서 콩콩콩 뛰며 나와 작은 애를 반기어 주셨다. 잠시 오기 망설였던 마음을 뒤로하고, 한달음에 내달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국을 맛있게 끓여서 오손도손 나눠먹고, 내가 집에서 들고 간 딸기도 싹싹 씻어서 사이좋게 먹었다. 역시 명절엔 커피믹스! 요즘 새로 나왔다는 단백질+스테비아 커피 믹스 신상을 한잔씩 들고 하하 호호 기분이 좋다. 남자들은 포커 게임을 하기 시작하자. 애들 막내 고모는 보드게임을 들고 나온다. 우리 둘째가 좋아하는 건데, 루미*브를 꺼내서 게임판을 나눈다. 오 내가 집에서 맨날 마지못해 졸면서 하던 보드게임이다. 나는 왜 게임판 앞에만 앉으면 졸린지. 게임을 몇 차례 돌리자, 졸린 머리를 깨워야 해서 두통이 오기 시작한다. 포커에 한창이던 남편은 냉장고 문을 벌컥 열더니 "아이스크림 먹을래?"라며 질문을 던진다. 그래 두통엔 아이스크림이지! 나는 붕어싸만코! 먹을 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그런데, 갑자기 애들 막내고모는 투게더를 꺼내온다. 덮여있는 껍질을 새로 뜯는다. 완전 새 거네? 붕어싸만코를 먹고 있는 나를 제외하고, 우리 둘째랑 둘이서 먹을 요량으로 밥숟가락을 두 개 꺼내온다. "투게더는 밥숟가락으로 퍼먹어야 제맛이지! 고모는 어렸을 때 너희 아빠랑 서로 한 입 먹겠다고 얼마나 경쟁을 했는지 몰라! 진짜 잔뜩 퍼서 입안이 꽉 차게 넣은 후에, 입안이 얼얼하도록 가득 물고 먹는 맛이 이게 진짜지!" 하며 둘째에게 밥 숟가락을 쥐어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침이 직접 아이스크림에 닿도록 퍼서 먹다니. 둘째는 신이 났다. "우리 엄마는 어제 저녁에 아이스크림도 못 먹게 했어요." "그리고 이런 보드 게임도 같이 안 해줘요. 맨날 잠만 자요." 고모에게 종알거리며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을 이르기에 바쁘다. 밥숟가락으로 퍼먹는 투게더 맛이 꿀 맛인지, 둘째 아이는 연신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며 마냥 즐거워한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 우린 몸을 일으켜 서울로 향했다. 지하철로 걸어가는 길은 바람이 불고 눈발이 거세게 휘몰아쳐 매우 추웠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우릴 바라보며 두 손 모아 콩콩콩 뛰던 시어머니와, 숟가락으로 투게더를 함께 먹는 추억을 둘째에게 쥐어준 막내시누가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보고싶고 그리운 얼굴을 함께 마주하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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