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화내지 않고 습관을 교정하는 나만의 방법
조금 더 연차가 덜 찼던 시절의 저는, 지금보다 학생들에게 화를 더 많이 냈었습니다. 저 역시 미성숙했던 탓도 있었을 테고, 어쩌면 지금보다 열정이 더 넘쳤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학생들에게 되도록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처해 보았자 나아지는 것은 없고, 서로 기분 상하고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매운맛 3단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따끔하게 훈육, 지도도 하고 사건에 부합하는 각종 위원회를 열어 학생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방안을 많은 선생님, 학부모님들과 함께 고민해 보기도 합니다.
'매운맛 2단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실제 현장에서는 위원회를 열 만한 상황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들이 훨씬 많습니다. 지각을 자주 한다거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거나, 선생님이 계시는 앞에서 욕설을 하는 등의 가볍지만 그냥 넘어가기 힘든 상황들이지요.
예전의 저는 자주 지각을 하는 학생에게도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화를 백 번 내도 한 번 든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가 않더라구요. 아마 학생에게도 저의 말은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 정도였을 것입니다. 저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어서 그때를 생각하면 '생각해보면 나한테 잘못한 것도 아닌데 화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시간 약속, 규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할 수는 있었겠지만 화낼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매운맛 2단계'의 상황이 펼쳐지면 일단 경고를 두 번 정도 줍니다.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교무실로 불러서 깜지를 줍니다. 깜지의 내용은 상황별로 다릅니다.
<타반 출입, 심한 장난-배려>
배려란 주위 사람이나 사물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고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배려는 세상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줍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배려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다른반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타반 출입을 하지 않을 것(혹은 친구가 싫어하는 장난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지각-믿음직함>
믿음직하다는 것은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고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믿음직한 사람은 책임감이 이강합니다. 한 번 약속한 것은 잊지 않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이 당신의 손에 맡겨졌다는 사실을 알면 사람들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제믿음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 약속을 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안전 사고-책임감>
책임감은 무슨 일이나 많은 일을 훌륭하게 해냄으로써 다른 이들이 당신을 신뢰할 할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실수로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변명을 하는 대신 용서를 구하고, 그에 대해 배상을 합니다. 책임감은 유능하게 대처하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저는 안전을 추구하며 조심성 있게 행동하는 책임감 있는 학생이 되겠습니다.
아이들이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10번씩 반복해서 쓰게 합니다. 위의 내용들은 '미덕 카드'라고도 부르는 <버츄 카드>의 내용을 참고한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각 미덕의 개념을 학생들이 지켜야 할 규범과 관련지어 놓았습니다. 이 내용을 반복해서 적으며 아이들이 배려, 성실, 책임감 등의 미덕을 내면화하기를 바라면서요.
제가 앞에서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 아이들은 듣기 싫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것입니다. 하지만 저런 내용들을 반복해서 적다보면 내용이 머릿속에 남게 되고, 머리에 남은 지식은 내면화되어 아이들의 인품으로 남고, 결국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책에서 나오는 좋은 내용을 필사하며 좀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해보는 것이지요.
성인이 되었을 때, 이 아이들이 성실하고, 배려심 깊고, 책임감이 강한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났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