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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dens Nov 07. 2024

중2병 탐구생활(3)

의외로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사용 금지된 물품은?

담배, 술, 마약과 같은 물품들은 당연히 학생이 학교에 가지고 와서는 안 되는 물건입니다. 이런 물품들은 아예 소지 자체가 금지되어 있지요. 한편 소지는 가능하지만 사용은 불가능한 물품들도 있습니다.


커터칼, 가위


학교에서 칼이나 가위와 같은 문구류는 수업 시간에 만들기 활동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해야 될 일이 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렇지만 간혹 이런 도구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다쳐서 보건실이나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올해 1학기 때 학생 한 명이 수업 시간에 가위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손가락 끝을 심하게 베여 병원에 가서 상처를 꿰매고 온 적도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멍 때리면서 커터칼을 드르륵, 드르륵 반복적으로 올리고 내리며 놀기도 합니다. 가위 손잡이 부분에 손가락을 끼워 넣고 뱅글뱅글 돌리는 위험천만한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주로 수업이 지루해서 혼자서 놀거리를 찾다가 그런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칼이나 가위는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수업 시간에 눈에 보이게 꺼내 놓으면 안 되는 물품입니다.


풀도 역시 사용 금지된 물품 중 하나입니다. 칼, 가위처럼 위험한 물건은 아니지만 특히 수업 시간에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물품입니다.


수업 시간에 풀을 꺼내든 태현이(가명, 15세, 중2병 앓는 중)가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풀을 책상 위에 마구 칠하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만집니다. 그러면 책상 위에 여러 번 덧칠한 풀에 끈적한 실 같은 것이 생기다가 끝내는 말랑이 같기도 하고 클레이 같기도 한, 손때 묻은 끈적한 덩어리로 변합니다. 태현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한 덩어리를 친구 등에 가만히 붙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 친구들이 킥킥대고 웃기 시작합니다. 수업 시간에 한 바탕 소란이 일어납니다.


이 같은 이유로 수업 시간에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풀들은 모두 교탁 위수업이 끝나야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A4용지


안내문, 학습지 등을 모두 A4용지에 인쇄해서 배부하는데, 왜 A4용지가 사용 금지냐고요?


아이들이 보기에 별 필요가 없어 보이는 A4용지는 모두 종이비행기나 공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부하고 남은 종이 한 장을 발견한 준수(가명, 15세, 중2병 앓는 중)의 눈이 순간적으로 반짝, 빛납니다.

저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합니다.


"준수야, 남은 종이 가지고 와~ ^^"


준수는 잠시 반항을 해 봅니다.


"왜요? 어차피 남은 건데? 제가 버릴게요~"


"아니야, 준수야, 괜찮아~ 선생님이 버릴 게. 이리 줘~"


준수는 마지못해 툴툴거리며 남은 종이를 저에게 넘깁니다.




종이비행기 좀 접어서 날릴 수도 있지, 공 만들어서 놀 수도 있지, 그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나 종이 공을 접어서 날리기만 하면 다행입니다. 접어서 날리거나 던지다가 못쓰게 된 종이비행기나 공은 그대로 복도에, 교실에 곳곳에, 건물 밖에까지 버려지게 됩니다. 범인을 색출하려고 하면 종이비행기(또는 공)를 최초로 만든 놈, 종이비행기(또는 공)를 제일 많이 날린 놈, 마지막에 날린 놈들이 서로가 서로를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이런 장관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배부하고 남은 안내문, 학습지는 모조리 수거해 가야 합니다.


이렇게 제가 엉뚱한 장난감들을 수거해 가도 창의적인 우리 중학생들은 어디선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장난을 칠 궁리를 하고 있을 겁니다. 중학교 교실은 평범한 물건도 한 번 들어가면 엉뚱한 장난감으로 바뀌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마법의 공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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