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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공상태 May 20. 2020

행복하다, 느낄 때

충분하다

메일함을 열었을 때, 선물처럼 와 있는 소중한 친구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나는 아주아주 충분하게 행복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강산이 한번 변하는 동안, 개인적인 시간들에서 이런저런 굴곡이 있었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시간의 힘에 몸과 정신을 내맡기며 지낼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일상의 위대함과 소중함은 어느새 뭉개 뭉개 커져만 갔다.


예전의 나였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들의 감사함을 알게 되고


예전의 나였다면, 당연하게 여겼을 것들의 가치를 새로이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메일함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보낸 사심 가득한 메일.


그 친구 역시, 자신의 상황 안에서 가끔은 지난하다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냈을 터.


카톡으로 매우 쉽게 근황을 물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시간을 들여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갔을 이메일.


손편지는 사치라고 여겨질 법한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사적인 이메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느껴지는데, 나만 그런 걸까?


한 친구의 메일은 최근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이 적힌 독후감 메일 이었고,

한 친구의 메일은 한 달 정도 이어진 나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응원 메일 이었다.


오늘 하루, 나는 충분하게 행복하다 느꼈다.


지구 상의 모든 이들이, 오늘 하루, 자신의 주변에서 반짝이고 있었을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렸기를, 그리하여 나만큼 혹은 나보다 훨씬 더 행복했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나 소중할 아주 사적인 순간, 그 짧은 찰나가 주는 힘은 결코 시간에 비례하지 않음을 오늘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참 많이 감. 사. 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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