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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니 May 09. 2019

챔피언스리그 4강2차전 아약스 vs 토트넘

무게를 버티는 자, 결국은 얻는다



2018-19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가 아약스의 홈구장에서 열렸다. 전날 있었던 리버풀의 엄청난 역전승의 기운이 아직 가시기 전, 또 한편의 뜨거운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일정 중간에 끼어있던 리그 막바지 경기를 소화하는 토트넘은 전혀 좋지 못했다. 특히 직전에 있었던 본머스전에서는 손흥민과 포이스가 퇴장을 당하며 결국 패배로 끝난 최악의 경기를 치른 상태였다. 이런 모습으로 과연, 촘촘하고도 패기넘치는 아약스를 원정에서 이길 수 있을까, 더구나 일차전 홈경기에서 져서 이기려면 반드시 2골이상으로 승리해야 하는, 희미한 상황이었다.


완벽한 패스플레이에 의해 얻어진 지예흐의 두번째 골.

본머스전 퇴장으로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고, 모든 시선이 또한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전에, 아약스는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완패, 토트넘의 완전한 시즌아웃..을 보여주는 것 같은 절망의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그러나 그 처참한 절망을 뚫고 루카스 모우라의 골이 두 차례나 들어가면서 토트넘은 점점 가세를 더했다. 실점하지 말고, 따라잡아 이기자. 오직 그것을 위해 모든 선수가 있는 힘껏 뛰고 필사의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아약스도 벽을 치지 않고 계속해서 무서운 슈팅을 시도했다. 2:2 상황에서부터는 스코어를 지켜내려는 무게를 버티는 아약스와, 스코어를 깨뜨리려는 무게를 버티는 토트넘의 진정한 투혼이었다.


엄청난 선방으로 집중력을 보여준 요리스.

마지막 인저리 타임이 이르도록 스코어는 변하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아약스의 결승진출이 성사되기 직전이었다. 토트넘은 골키퍼까지 박스 안으로 올라가며 이 마지막 일격의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기적은 이뤄지지 않고 승리는 아약스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으나, 코너킥 상황에서 파울이 일어나면서 경기가 지연돼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게 되었다.


토트넘 역사상 첫 챔스 4강에서 해트트릭을 이뤘다.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도 루카스모우라라는 사실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8강전 맨시티와의 전투에서 손흥민이 해결사였다면, 이번 4강전에서는 루카스 모우라가 그 주인공이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모우라는 손흥민에 비해서 수비의 경계대상이 아니었을 테고, 그 일말의 빈공간으로 작지만 발재간이 뛰어난 모우라가 기회를 얻는 대로 슈팅을 때린 것의 결과가 해트트릭이었던 것이다. 지난 허더즈필드전에서의 해트트릭을 성공하고 너무나 좋아하던 모우라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 경기로 모우라는 더이상 백업이 아니라는 눈도장을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았던 모든 사람에게 찍은 셈이다.


최선을 다했고, 이후를 응원한다.

그 마지막 기회가 결국 기적을 만들었다. 경기 끝까지, 그 코너킥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까지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과 토할 것 같은 목을 버텨냈던 토트넘에게 무거웠던 승리의 저울이 기울었던 것이다. 아약스는 정말 강하고 멋진 팀이었다. 솔직히 말해 지예흐의 골대를 맞힌 슛이 들어갔다면 경기내용을 두고 보아도 아약스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그러나 짜릿한 승리인가.

그러나 이것이 축구이다. 전력과, 경기력과, 모두의 최선과 진검 승부가 있어도 결국은 그 숨막히는 무게를 견디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 포체티노가 울 때 얼마나 그 무게가 느껴졌는지 모른다.


만약 이 경기가 손흥민의 활약으로 승리했다면 그 또한 기뻤겠으나, 나는 토트넘을 응원하면서도 아약스를 부러워 했다. 뛰어난 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팀 모두가 하나가 되어있는 그 호흡이. 내가 토트넘을 좋아하게 된 것도 desk 라인의 초창기 시절, 윙백, 미드와 최전방 사이의 그 유기적인 연계가 너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모우라가 빛을 보면서 토트넘은 원팀이라는 걸 보여주어 고맙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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