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8강2차전 맨체스터시티 vs 토트넘

손흥민의 도약에 쐐기를 박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손흥민의 아성이 이전보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에 대해 1차전이 선제골이였다면 오늘은 쐐기골이라는 것이다.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가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에서 열렸다. 지난 1차전에서 케인을 잃은 토트넘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앞세워, 탄탄한 스쿼드로 맹공격을 시도하는 맨시티에 맞불작전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1차전과 달리 오늘은 거의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터진 스털링의 환상적인 인프런트슛에 선제골을 내어 준 토트넘은 추격자의 상황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그 후 전반 동안 몰아치는 골 파티가 열렸다. 손흥민은 맨시티로 승리의 흐름이 기우는 것을 번번이 끊어내며 멀티골로 토트넘의 숨통을 잡아놓았다. 항간의 ‘멱살캐리’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사실상 오늘의 MOM은 포치다

경기를 만들기 위해서 팀의 분위기를 만들고 끌고 가는 것은 감독이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경기장 안에서는 이제 감독은 오직 선수들에게 맡길 뿐이다. 바로 그 경기장 안에서의 분위기를 만들고 끌고 가는 선수가 흔히말하는 스타 플레이어다.

손흥민에게 그 기운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있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그 물오른 폼을 보여준다고 하기엔 기복이 있었고 좋은 흐름을 잘 타는 잠재력이 있는 정도였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잠재력을 능력으로 내뿜으며 지금에 이른 것이다.

크고 중요한 경기에선 팀의 스쿼드와 전략, 상대 전적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진기한 결과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그것은 결국 경기장의 분위기와 흐름이 경기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고, 피지컬적 운영만이 아닌 멘탈적 운영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검지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는 VAR 사인.

최근에는 VAR이 경기에 도입되면서 더욱 그 멘탈적 운영의 중요도가 커졌다. 요렌테의 세번째 골과 스털링의 마지막 골이 VAR을 통해 운명을 가르며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한 골이 가져오는 분위기와 흐름이 VAR로 단박에 무산될 수 있다는 변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앞으로의 축구는 달라져야 한다. 골이 가져오는 분위기를 타는 것만으로는 90분이 너무나 길어진 것이다.

오늘의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적으로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스펙타클함 속에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손흥민이 폭발적인 아성으로 경기장을 흔들 수 있었던 동기는 다름아닌 국가대표 게임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요렌테가 들어오기 전까지 완벽한 톱의 몫을 해냈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유롭게 기량을 발휘 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 손흥민은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만들어 가야만 하는 상황이였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하는 것만큼 골을 넣지 못하고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손흥민이 한 단계 성장한 토대가 된 것은,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은 유연한 연계와 정신적으로 힘든 경기 속에서 풀어나가고자 하는 멘탈이였다고 본다. 더구나 지난 월드컵 독일전에서 경험한 승리도 멘탈의 운영이 거둔 승리인 것이다.

이 선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는 이제, 강팀에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를 반전시키는 골로 흐름을 뒤흔드는 존재감을 내뿜는 헤비급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토트넘의 레전드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