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수록 드러나고 마는 제 서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by 루플레아

우리는 자기 이름으로 쓰이는 '삶'이라는 서사를 살아가요. 그 서사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나죠. 그들은 내 서사를 다채롭게 만들어 줄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잠시 스치기도, 자주 나타나기도, 계속 머물기도 해요. 하지만 어떤 인물과 자주 엮이며 그것이 기쁘든 괴롭든 슬프든, 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든, 분명한 건 이 서사의 유일한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 서사는 오로지 ‘나’의 시선, ‘나’의 해석으로만 다음 장을 펼쳐나갈 수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순간에도 조용히 쓰여지고 있고요.


내 서사가 어떤 이의 서사와 유난히 자주 스치고 유난히 비슷하게 굴러가는 것 같을 때, 신기하죠. 재밌죠. 공감되죠. 마음 쓰이죠. '이 사람은 누굴까..' 하면서 내 서사 속 등장인물에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 들여다보며 캐릭터를 분석하고 정체를 파악하려 애쓸수록 자꾸 주인공은 조용해지기 시작해요. 물론 이 시간조차 이 서사에 필요한 장면일지 몰라요.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과 왠지 다르다 싶은 감지. 어쩌면 그 등장인물은 이 서사에 중요한 키-맨일 수 있다는 작가의 시점이 발동된 거니까. (당장 알 수 없어 주인공은 답답하겠지만)


하지만 제가 깨달은 사실은, 다른 캐릭터에 스포트라이트를 켜느라, 주인공 아닌 캐릭터 해석에 공들이는 장면만 나오느라 서사의 주인공이 '필요 이상으로' 조용해지고 있다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거였어요.


영화에서도 등장인물들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사건을 마주하지만 각자의 시점은 분명히 다르잖아요? 서로 살아온 삶이 다르고 해석한 방식이 다르기에 함께 교차하는 순간에도 다른 시점이 전개돼요. 스토리의 결말을 아는 독자 눈에는 '결국 둘이 잘될 거야.'하고 안심할 수 있고 '어차피 서로 헤어질 건데..' 아쉬워할 수도 있죠. 또는 결말을 모르더라도 '앞으로 이렇게 되겠네~'하며 예측할 수도 있고요. 근데 그건 독자의 몫. 주인공은 자기 시점만 이해할 뿐이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람과 사건만을 봅니다. 즉 어떤 스토리 안에서든 주인공은 오롯이 드러나야하고 표현하면서 고유의 장면을 만들어나갈 책임이 있죠. 그 결말이 누군가와의 연결이든, 주인공의 홀로서기든, 그 장면들은 모두 중요한 단서가 되거든요. 결국 우리는 삶을 오롯이 행동하고 느끼며 표현해야 해요. 또 반드시 그 다음을 써 내려가야 해요. 이 서사가 멈추지 않도록.




물론, 세상에 꺼내지 않는다고 서사가 쓰이지 않는 건 아니죠. 직접 쓰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나지만 깊은 층까지 들여다볼 독자도 나뿐이라서 이 서사의 비하인드씬까지 파악하고 있죠. 그것이 서사가 연재되는 충분한 연료로 작동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쯤 풀어보니, 최근의 저는 제 서사에 매료되어 버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주인공, 작가만으로 모자라 감동하는 독자, 타인 서사까지 교차하는 시선으로 해석하는 평론가까지.. 이러니 매번 머리는 터질 듯 복잡하고, 하루는 언제나 부족하고… 결국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갔어요.


서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역할은 다 해보니 결국 나는 ‘표현하는 존재’라는 본질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제 예상보다 자주 주어지던 역할이었어요. 올해는 유독 속에 있는 생각과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포스팅했었는데요. 다채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고 마음의 그릇은 훨씬 깊어져 좀 더 따스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주저하지 않고 진솔하게 표현했던 덕분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고요한 문장만으로 담기에 오래 품은 제 꿈이 자꾸 흘러넘쳐요. 더 깊은 가치로 나누고 싶다고 자꾸 고개를 들어요. 요즘 들어 부쩍 사람들은 "혹시 나를 도와줄 수 있어?" 물어오기도 하고, "네 덕분에 그때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 라며 오래 전의 고마움을 전해와요. 때로는 낯선 이들도 다정히 먼저 웃어주네요. 어쩌면 이제는 나아가도 된다는, 초록색 신호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동안 내가 뭘 했지...?' 곰곰이 생각했는데, 오래전부터 저는 그저 솔직히 썼을 뿐이었어요. 아니 처음엔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어요. 말을 차라리 아끼고 문장 안에만 진심을 꽁꽁 숨겨 전하는 부끄러웠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를 드러낼수록, 점점 마음에 솔직해질수록 그 씨앗이 오랜 시간을 지나 이제 꽃망울을 하나 둘 틔우기 시작하네요. 진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누군가의 달라진 모습으로 특히 달라진 나의 모습으로 또렷이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크게, 깊이, 멀리 나누고 싶어요. 소중할수록 아껴두기만 했는데, 소박한 메시지로는 모자라 이제는 서사로 꺼내보고 싶어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곤 했던 아름다운 것들을 저만의 시선으로 담을게요. 그 속에는 '우리, 함께 살아내 보자'라는 진심의 씨앗이 함께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삶의 에피소드가 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누군가의 일상과 마음에도 조용히 남는 향기로 퍼지도록, 제 서사를 먼저 움직이고 표현하며 더할 나위 없이 살아갈 거예요. 사랑하는 이들과는 비하인드 신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도 만끽하면서요.


그동안 숨겨둔, 제 마음속 서사 정원에 당신을 초대해도 될까요?



#내서사의지은이 #이제는함께쓰는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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