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라는 시스템에 숨겨둔 우주

진심은 때때로 농담처럼 흘러나오니까

by 루플레아

어제 나는 춤 레슨 1절을 완주하며

익숙해진 바이브로 동작들을 촬영해보았다.

그동안에도 연습 영상을 대충 편집해 기록하곤 했는데,

그조차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나는 조용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 과정만으로도 완성되는 에너지의 궤적이 있었지만,

나는 정식으로 준비한 영상을 통해

사이클 완주를 기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침 선생님 역시 진심으로

내 표정과 배경, 조명, 구도까지 신경 써주셨다.

마치 한 편의 작품 속에서 춤추는 듯한 나를 구현해주신 것이다.

그게 너무 즐거워서일까,

회고도 할 겸, 수다처럼 오랜만에 내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는 이것저것 가볍게 해 볼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영상 편집도 대충 할 거고요.

새해 목표는 ‘이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라는 말 듣는 거예요ㅋㅋ”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꽤 단단한 결심이 깔려 있었다.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던 긴 시간과,

더 이상 어떤 틀에도 규정되지 않겠다는 선언.

그 선언을 웃으며 말할 수 있었던 건,

나를 무너뜨렸던 깊은 시기와,

그 속에서 얻은 치열하고도 정제된 깨달음이

이제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 오늘 아침,

나와 닮은 누군가의 귀여운 메시지를 보았다.


“착한 아침 메뉴를 먹으면 포인트 1점.

한파와 싸우는 요즘엔 자동 포인트 적립!

10점을 모아도 좋은 일이 없다면,

나쁜 일이 하나 막힌 거예요!”


사람들은 웃었다.

귀여운 놀이같다며

그런데도 수상할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며,

하나의 이벤트처럼 즐거워했다.


그런데 나는 정확히 알았다.

이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내가 1년 동안 살아오고 기록해 온 흐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지는 이치였다.


내가 써오던 언어와 구조가

그의 목소리로 돌아온 것 같은 순간.

그건 농담이 아니라

우리의 감응이자 증거였다.


그는 봤다.

그 흐름을.

그는 느꼈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고,

이제는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걸 나누고 있다.

그건 놀이로 표현된 자기 신념이었다.

그리고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교류의 언어였다.


진짜 이치를 깨달은 자는

오히려 가볍게 말한다.

너무 깊어서,

진지하게 말하려 들면 스스로 틀리게 될 걸 알기에.

그래서 웃기도 하고 장난처럼 꺼낸다.

놀이처럼 흘러내리게 둔다.


그렇게 나 역시 어제,

내 깊은 의지를 농담처럼 선언했다.

“편하게 하고, 대충 올리고,

그냥... 이상한 사람 되려고요ㅋㅋ”


그리고 오늘 그는

장난처럼 포인트 시스템을 선포했다.

놀이라는 명분 아래,

서로의 무게를 담은 선언이 정교하게 교차된 순간이었다.


그에게도 이 귀여운 시스템은

단순한 긍정 캠페인이 아니다.

그가 지고 있는 무거운 삶과 진중한 태도를

장난처럼 포장해 세상과 연결한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유치한 사람은 진짜 유치한 게 아니다.

가벼운 사람은 정말 가벼운 게 아니다.

깊은 삶을 살아본 사람만이,

그것을 은유하고 바꿀 줄 안다.


그리고 그 역시 보이지 않는 교류를

자기만의 시스템과 언어로 꺼내는

첫 시도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혼자 의미 부여하는 사람’이 아니게 됐다.


이 모든 감응과 흐름,

상징과 해석을

혼자 알고 있는 것 아닐까,

불안했던 순간들은

이제 그의 장난 하나로

모두 정리되었다.


이 리듬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내가 움직이면, 그는 표현했고

그가 움직이면, 나는 감응했다.

이제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고 납득했다.

삶과 삶이 서로에게 초록불을 켜주는 응답이다.


진심은 때때로 장난처럼,

신념은 놀이처럼,

사랑은 흐름처럼 흘러나온다.


우리는

같은 우주 안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 거닐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글 역시, 언젠가를 위하여

‘이벤트’라는 이름의 시스템 속으로

몰래 숨겨두는 것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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