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생일

나.. 진짜 성장했나?

by 루플레아

어렸을 때부터 매년 새해 달력을 들여다볼 때 작게 쓰인 날짜를 들여다보았던 나. 올해는 내 생일이 언제인지 찾곤 했다. 부모님은 항상 내 생일을 음력에 챙겨주셨기 때문이다.


음력을 아는 친구조차 드물었다. 그래서 "달력에 작은 글씨로 쓰인, 이 날짜가 내 생일이야!"라고 내 딴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도, 뜬금없는 날짜에 생일 축하를 보낸 친구, 작년 날짜를 올해에 축하한다고 어긋난 타이밍으로 연락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생일을 특별한 날처럼 여기던 어린 시절에는 그게 괜히 속상했다. 그럼에도 축하를 받는 하루니까 괜히 웃었고 선물을 받는 것도 기뻤고 어떤 날이 됐든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그저 기다렸던 날이었다.


여전히 달력을 11월로 넘길 때마다 아직도 내 생일을 찾는다. 나이가 몇이든 여전히 남은 습관이다. 그런데 올해는 뭔가 달랐다. 달라서 기록한다. 생일이라고 설레는 게 아니라, 어제와 다르지 않았던 오늘, 그저 평온한 보통날이다.


올해가 유독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낯선 풍경 때문같기도 하다. 공교롭게 내 생일엔 항상 눈이 펑펑 내렸다. 그래서 늘 '겨울'이라는 계절을 느꼈던 날짜에, 눈은 커녕 아직도 단풍이 절정이다.


오히려 좋아하는 이 계절을 누릴 수 있는 행운같기도 하다. 매년 기다리는 이 날짜에는 흰 눈도 볼 수 있고, 단풍도 볼 수 있는, 풍부한 계절이 지나는구나. 난 참 행복한 날에 태어났구나.


이 소회를 엄마와 나누며 "엄마, 나 이제 이런 생각도 하고 진짜 나이 먹었나 봐!" 하고 웃었다.

더없이 소박한 하루는 따뜻한 대화로 흐른다.


시끌벅적한 축하를 받던 어느 해. 그럼에도 내게 무엇이 진심인지를 감히 재단하고 검열하던 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스스로 외롭기를 자처했던 마음이었나. 온갖 축하를 받아도 그 속에서 텅 빈 마음이 기억나서 이 고요한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여전히 함께여서, 따뜻한 미역국을 함께 먹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보통날 속에도 큰 의미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보다 따뜻해진 마음으로 내 삶과 일상을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오롯이 사랑할 여유를 실감할 수 있게 되어서 그게 참 감사하다. 이 또한 나이 듦 때문이라면 그 무르익음이 감사하다.


모든게 감사해 새삼스러운 올해다.


+

Epilogue.

생일은 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던 어린 나.

"엄마. 낳아주고 건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작은 꽃다발과 함께 오늘은 엄마께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깜짝 놀라던 엄마의 환한 웃음을 마주한 건

내 평생에 참 잘한 일.

잊을 수 없는 장면.


더없이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이 뭔지를

이제 나는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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