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기 Sep 01. 2021

노키즈존

아이의 권리를 무시하는 게 과연 '가게의 업주들'일까 '부모'일까

  오늘은 좀 민감한 문제


노키즈존


  사실 나는 아이를 많이 좋아해서 가게에 아이가 있는 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아한다. 가끔 아이 아빠가 아이를 혼자 가게에 데려와 아이를 돌보며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고 있으면 5분이라도 편하게 식사하라고 아이를 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줄 정도다. 하지만 그런 나도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부모 때문에 노키즈존에 찬성한다.


  수제맥주와 와인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 일했었다. 그 업장 특성 상 8시가 넘어가면 식사 고객이 아니라 주류 고객이 많다.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도 식사가 목적이 아니라 술을 마시러 오는 목적이다. 그럼 아이들은 와서 뭘 해야할까? 어른들이 술마시고 있을 때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부모들이 술을 마시며 어른들의 시간을 보낼 때 아이들은 심심해서 그 자리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견디지 못하자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소리지르고 누구 한명이 도망가면 잡겠다고 뛰어다니면서 난장판이 되는 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노키즈 존의 이유는 분명하다. 당신들이 데려가는 곳은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아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지도 않고선 그저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술자리가 끝날때까지 기다리기만을 기대한다. 가만히 기다리기를. 본인들도 지루한 자리에서 아무 목적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는 걸 견딜 수 없을텐데 본인들의 술이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이들한테 그런 것들을 강요한다.


  노키즈존 관련한 영상들을 일주일 간 본적이 있다. 노키즈존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보통 '아이들의 권리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아이들도 어른과 똑같이 인권이 있어요.' 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모들이 외치는 게 아니라 피켓을 든 아이들을 앞세운다. 이건 또 다른 의미에서 그 부모들에게 소름이 돋는다. 죄송하지만 애초에 어른들이 원하는 장소에 아이들의 의견없이 데려오는 것 부터가 아이들의 권리를 생각한 적이 없는 것 아닌가요? 애초에 카페와 맥주집은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 아닙니다.







  몇가지 겪었던 것들을 얘기해보자면,


  김밥 두 줄을 아이들과 같이 들고 들어오던 무례한 부모가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양해를 구하던 게 아니라 들어오자마자 주문도 하기 전에 아이들한테 그 김밥 포장을 뜯어주더라. 나에게 외부음식은 노키즈존보다 더 민감해서 아이들 음식임에도 이용하지 못하게 했었다. 아이들 핑계로 과자 뜯어놓고, 과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애들이 먹을건데도 너무 야박한 거 아니에요?'라고 항의해도 강경하게 외부음식은 거부했었다. 아이들이 어린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파스타와 소세지는 먹을 수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였다.

  결국엔 그 테이블과 싸움이 발생했다. 싸움 원인은 아이들의 말썽이 아니라 외부음식 때문이긴 했지만 이런 말을 한다. '아니 고객이 김밥 좀 먹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됐나요?' 그 권리 그 김밥집 가서 찾으라고 얘기하고 그 고객은 보냈습니다. 요점은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없는 곳에 데려왔다는 걸 김밥으로 너무나도 잘 보여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유모차에 탄 아주 어린 아이가 매장에 들어온다. 음악소리가 크고 ROCK음악이 나오는 펍에. 정말 이해가 안가는데, 나라면 매장에 그렇게 음악이 빵빵하게 나오면 유모차끌고 들어오진 않을 것 같다. 할머니, 따님, 사위 그리고 유모차에 탄 아이가 테이블에 앉고 주문을 한다. 주문을 마치고 세팅을 가져다 드릴 때 그 다음 요청은 음악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저희 매장 컨셉으로 그 요청은 좀 어렵습니다." "저희 아이가 자고 있는데 음악이 너무 커요." "네 음악이 큰 매장입니다." 난 절대 음악음량에 그런 컴플레인으로 조절해주지 않는다. 클럽에도 자는 아이가 탄 유모차끌고 들어가서 음악소리 줄여달라고 할 것 같은 고객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우리 아이가 이러하니까 이렇게 하달라 하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아이랑 같이 먹을거니까 낭낭하게 주세요."가 있겠지. 이렇게 이야기 하면 나는 눈치없는 척 "그럼 아이분이 드실 만큼의 금액추가 후에 주방에 요청드리면 될까요?" 라고 물어본다. "아니 그냥 좀 더 주시면 안돼요?" 라고 하면 "네? 저희 재료비를 사용하고 고객님에게 무료로 드리라구요?" 라면서 순수한 척 몇마디 하면 더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 외로 뭐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으로는, 아이들 뛰어다니는데 종업원이 주의를 줄때만 말리는 척 하다가 다시 술 마시는 부모들, 똥기저귀를 떡하니 테이블 위에 두고 가는 부모들, 비싼거라고 강제로 먹이다 결국은 토하게 만드는 부모들, 아이엄마 3명에 아이들 6명이 와서 아무 주문도 없이 아이들을 위해 테이블을 달라고 하는 부모들, 매장 내 비치한 장식물들 만지지 못하게 말리지 않다가 결국 뭐 하나 사고를 만들고, 애들이 그런건데 너무하다면서 투덜거리는 부모들.








  위험한 상황도 많다. 베니건스에서 일할 때, 보통의 패밀리레스토랑처럼 낮은 벽으로 이루어진 부스가 많은 매장이었다. 무거운 그릇을 담은 트레이를 어깨에 들고 다니고, 뜨거운 그릇도 많이 왔다갔다 하는 매장입니다. 부스가 높아서 아이들이 부스 뒤 복도로 다닐때 커브에서 아이들이 튀어나오면 정말 식겁한다. 뛰어다니던 아이가 튀어나와 피하다가 넘어지면서 접시 가득 담은 트레이 그대로 날아가는 일도 봤고, 넘어지는 와중에 아이 피해서 넘어지다가 엄한 곳을 더 다치는 경우도 봤었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위험한 상황을 방관하고 아이들이 어디서 뛰어노는지도 모르는 부모들 너무 이해가 안간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들을 식사에 참여하게 하면 어떨까. 이미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식사에 참여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갈 것이다. 외국인 고객을 받으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낯선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도 각자의 메뉴북을 받고 자신의 메인메뉴와 자신의 사이드메뉴, 자신의 음료를 고릅니다. 이게 제대로 된 식사참여 아닌가? 그에 반해 우리가 보는 아이들은 먹고 싶다는 메뉴를 얘기해도 '어차피 남길거잖아.' 라며 가볍게 무시하는 장면도 흔하게 본다. 아이들이 좋아서 같이 밥먹으러 오고 싶겠습니까. 어떤 아이가 그 밥먹는 자리가 좋아서 거기 앉아있겠습니까.


  아이들의 선택권을 애초에 생각에 두지 않기 때문에 음식점의 선정부터 아이들의 의견을 배제하기 때문에 매장 입장할 때부터 아이들의 권리는 없다. 노키즈존이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하는 부모님들, 잘 생각해보세요, 누가 아이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지를. 그리고 본인들이 챙겨야 할 자신의 아이들의 권리를 너무도 당연하게 남들에게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매거진의 이전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매력 넘치는 와인 매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