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파스타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파스타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요리사의 길을 걷는 친구들이 있다. 외식업에서 일하면서 파스타가 서양 음식의 최대 존엄인 것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 혹은 후배들에게 물어본다.
'파스타가 뭐야?'
여태까지 파스타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애초에 파스타가 뭐예요?라고 질문을 해본 사람도 본 적이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들 중에서도 대부분 없을 거라 생각한다. 현장 일에 치이다 보면 원론적인 것을 생각하기에는 나태해질 수밖에 없지. 하지만 본인이 파스타를 그렇게 떠받들고 파스타를 위해 주방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면 적어도 이 질문엔 바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안에서는 파스타의 개념이 굉장히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요인 중 하나는 동양에는 국수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파스타 개념 중 '스파게티'가 가장 빨리 퍼졌고. 당시에는 파스타라는 말이 생소한 단어라 스파게티가 파스타라는 음식에 속해 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심지어 숏파스타를 파스타의 전부로 알고 스파게티와 파스타는 다른 음식으로 아는 사람도 대다수였다. 그다음의 파스타 유행은 페투치니로 넘어가고, 최근엔 링귀니로 파스트를 만드는 집들이 많아지면서 파스타는 이탈리아 면요리로 인식하면서 숏파스타와 라자냐 같은 파스타는 파스타 취급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번 유행이 바뀌어도 면의 형태를 벗어나질 못하는 우리나라의 파스타의 인식을 보면 누들 즉, 국수의 영향이 가장 클 것 같다.
내가 매니저일 때 직원들을 교육하다가 파스타를 교육해줘야 하는데, 사실 나도 그때까지 '파스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파스타란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구글에서 한글로 검색을 했더니 나무 위키나 위키백과에 '면'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아 영어로 검색을 했다. 영어로 검색했을 땐 내용에 'Noodle'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영문으로 된 정의에서는 [세몰리나라는 밀가루와 물, 계란을 섞어 만든 이스트를 넣지 않은 반죽의 식품의 일종으로 시트 또는 다양한 형태로 성형한 다음 끓이거나 베이킹하여 조리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반죽'이다. PASTA의 단어 자체가 반죽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어의 PASTE(페이스트)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즉 반죽이란 큰 범위로 봐야 파스타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르다. 그래서 롱 파스타처럼 면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파스타, 마카로니나 리카토니처럼 짧은 형태도 파스타, 만두와 같은 라비올리의 형태도 파스타라고 부를 수 있다.
대전에서 나폴리 피자를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다. 전기나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참나무를 떼서 화덕의 열을 만들고 가스나 전기보다 훨씬 더 높은 열로 피자를 만들기 때문에 피자의 도우는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촉감을 만든다. 그리고 참나무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때의 피자 맛에 감동을 잊지 못해 말이 돌아갔지만, 그렇게 피자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에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다르게 파스타 메뉴를 3가지만 리스팅 했었다. 피제리아, 피잣집이라는 콘셉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중에서도 2개의 메뉴는 라자냐였다. 나는 대부분 고객들의 반응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파스타 메뉴는 뭐가 있어요?'라는 질문에 '이쪽에 라자냐 두 종류와 리가토니 한 종류입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그러자 고객은 '라자냐도 파스타예요?'라고 물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라자냐도 파스타였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라자냐는 피자의 다른 종류 아니에요?라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다. 라자냐는 가장 먼저 시작된 파스타의 기원 같은 격이다.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 거기에 채소와 고기 등을 같이 구워내 먹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라자냐를 커팅하는 기준으로 파파르델레, 딸리아뗄레, 페투치니 등으로 나누고 있어 파스타의 기준이 된다.
주방에서 팬을 돌리는 직원의 '지적인 나태함'을 더 지적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나는 사실 외식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지적인 나태함에 더 비판을 하고 싶다. 우리는 외식에 수많은 돈을 쓰면서 그 돈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는지 간과하는 듯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외식이 천대받는 이유도 이런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유튜브에 해산물 까르보나라를 올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뭐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일단 까르보나라에 해산물이 들어가는 것 자체로 보고 싶지 않았다. 뭐 맛이야 있겠지만, 이건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다. 해산물 크림 스파게티 정도의 이름이었다면 봤을 것 같은데. 크림과 해산물 두 가지 다 까르보나라와 연관성이 없지만 그 두 가지가 주 재료가 된 아주 아주 이상한 영상이었다.
내가 이 영상을 기억하는 이유는 '좋아요'가 가장 많이 달린 댓글 때문이다. 그 댓글이 '그냥 좀 닥치고 보면 안 될까'였다. 당연히 안되지. 당신은 다른 나라 사람이 김치찌개를 소개하는 영상에 된장찌개라고 제목을 단 영상 그 밑에 '그냥 좀 닥치고 보면 안 될까'라는 댓글을 보고 기분이 안 나쁠 자신이 있나 봐? 걱정이 되는 점은 저 댓글의 좋아요가 많은 점이었다. 아직까지도 음식에 대한 예의가 그곳에서 멈춰있다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
외식업에서 일하다 느끼는 건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문화적인 것에 대한 건 살아가는 데 부가적인 요소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니면 기초적인 본능이나 욕구이기 때문에 천대 시 해야 한다는 유교적인 사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누군가는 그 부가적인 것을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와인이라는 마실거리로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가 문화를 만들고 발전하는 것이지 터부시 해야 할 가치가 아니다.
주제는 파스타였지만 내가 음식문화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이유는 두 가지 염려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식사를 굉장히 무가치하게 여긴다. 그냥 먹는 건데 뭘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생각하냐 먹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서 먹는 것, 음식에 대한 스토리나 역사, 어원 이런 걸 대충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음식 먹을 때 이런 게 다 재미 아닌가. 그래서 먹방 유튜버나 맛집 리뷰가 넘치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 아닌가. 음식 리뷰하면서 맛있다 맛업다 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음식의 유래, 보편적인 그 음식의 조리법, 그 음식의 지역성 등을 따지며 그 음식의 클래식을 이야기하는 걸 보고 공감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의견을 교류하며 즐거움을 찾는다. 저 '좀 닥치고 보자'라는 댓글이 좋아요가 많은 이유는 도저히 공감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우리가 사고를 깊이 하지 않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뭐 단순히 소비자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 생각하지만 적어도 주방에서 팬을 잡고 파스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파스타에 대한 개론에 대해 더 공부하자. 소비자의 수준은 판매자의 수준에 따라 올라간다. 해산물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면서 까르보나라라고 소개하는 영상 밑에 저런 댓글로 옹호받으면 너무 창피하지 않을까? 그리고 판매자 조차 본인의 주 분야에 대해 사고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수준이 형편없다고 욕하는 모습 또한 정말 보기 안 좋다. 심지어는 고객의 지식이 판매자보다 앞서기도 한다. 키친에 있는 직원들이 이런 걸 간과하는 이유는 홀에서 직접 고객을 맞이하고 케어해보지 않아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잘 모르는 듯하다. 모든 지식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을 마주했을 때 해당 지식에 대해 찾아보고 더 많은 사고를 해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먹을 것 따위에 그런 노력을 뭐하러 해?’가 아니라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더 맞는 게 아닐까? 지금 대한민국의 대부분이 그날그날의 끼니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월급 받으면 술값에 택시비에 십만 원도 가뿐히 쓰는 사회인데, 사고하는 걸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하면 그 십만 원으로 더 가치 있는 걸 얻을 수 있다. 어쨌든 내 돈인데, 내 돈 한 끼 식사 5천 원 만원 뭐 3만 원 많게는 몇십만 원까지 하는데, 이제 우리는 끼니를 챙길 돈이 없어서 걱정하는 세대가 아니니까. 충분히 여유로운 시대에 매일 식사를 전자레인지에 데운 쌀밥과 김치로 대충 때우며 지내는 게 아니라면, 매일 보내는 한 시간의 식사시간 더 의미를 가지고 보내면 어떨까. 매일 하는 식사잖아. 식사에 돈을 지불하고 내 시간을 쓰는데 가치 있는 식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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