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과장급 선배로서 외식인들을 위한 조언, 첫 번째
현재 저는 요리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현재는 퇴사 후 와인수입사에서 근무하며 와인샵 운영중). 외식업 12년 차에 요리학원으로 옮겨와서 수강생 관리와 취업 매니지먼트, 창업에 관한 조언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외식업 경력이 적은 게 아닌데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이유는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의 시작단계부터 바로 잡고자 하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건방진 말일 순 있겠지만 외식업의 현재 환경을 경험한다면 이해하실 거예요.
처음 요리학원 공고를 봤을 땐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다녔던 요리학원의 기억이 그다지 좋진 않았습니다. 정말 바퀴벌레 걸어 나올듯한 건물에 식재료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수강료가 결코 싸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학원이든 다 그렇겠지...' 생각했지만 사이트를 찾아보니 제가 어릴 때 배우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커리큘럼이었습니다. 대개는 요리학원은 기능사 정도만 수업하는데 이 요리학원은 입시와 취업, 창업에 따라 적절한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시설 또한 서울 시내에서 가장 좋다고 자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학원에서 제가 못 이뤘던 꿈을 이루고자 입사했습니다. 훌륭한 외식인들을 키워내고 나 또한 훌륭한 외식인이 되어 그 사람들과 외식인 파트너가 되는 것, 그러므로 외식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영향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런 기반을 가장 시작하기 좋은 곳이 현장보다는 이 학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나무들의 시작단계부터 방향을 잘 잡아주는 것이 현장에서 이미 여러 경력을 갖춘 사람의 방향을 수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엔 꽤나 무기력하고 되는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브레이크 타임만 되면 누가누가 더 낮잠을 많이 자나 경쟁하는 것처럼 개인 발전을 위한 시간도 가지지 않으려 하고, 본인이 다니는 업장의 현 상황에는 관심도 없고, 본업인 음식의 퀄리티를 지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러다 본인의 실력이 크지 않으면 적성이 아니라는 말을 빌려 그만두는 경우도 있죠. 본업보다도 본인의 영향력을 위해 정치질만 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 이미 길들여진 인원의 사고 구조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란 채널을 운영하시는 '장사의 신'이란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오래 한 사람도 주방 밖으로
한 발짝만 나와도 초등학생이 된다.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음식 만드는 것 외로는 정말 초등학생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분석해보려는 시도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머리가 조금만 복잡해지면 포기가 빠르죠. 왜냐면 주방에 있을 땐 이런 게 나한테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초점으로 제가 미래 외식인들에게 그리고 현 외식인들에게 감히 드리는 조언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현장에서 외식인들이 가장 부딪히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왜 개선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취업자, 창업자 모두가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테마와 콘셉트를 아주 잘 갖춰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만 경영에 골머리 앓는 분들, 그런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분들, 앞으로 외식업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을 분들은 여기 집중합시다!
회사 체계에 대한 이해
마치 직원들은 회사의 운영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음식이나 잘 만들고 테이블에 잘 갖다 주기만 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회사의 운영관리나 현금흐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회사에서 서류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인사관리와 급여체계도 숙지해야 합니다.
그나마 홀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합니다. 매번 포스로 매출을 보고 명세서로 식재료와 소모품 지출을 눈으로 보기 때문에 자연스레 익숙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은 마치 이게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인 것 마냥 생각을 해요. 그런 사람들이 매장에서 발주를 담당하게 되면 지출관리가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 매장의 현금흐름을 모르는 사람이 발주를 맡는 것부터가 잘못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부분 업장에서 발주하는 분들이 이런 식의 월 매출과 지출을 생각하면서 발주하지 않습니다. 그저 없으면 발주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대한민국은 회계가 월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월 초에는 넉넉히 발주를 해도 되지만 월말에는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적정량 외로는 넘치지 않게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재고조사를 자주 해야 합니다.
정말 관리 안 되는 매장에서 월말에 재고 조사해보면 냉장고과 식자재 창고에 500만 원 정도 재고가 쌓여있는 경우가 허다해요. 심하면 1,000만 원 정도도 쌓일 때도 있어요. 대부분 매장에는 자금이 넘쳐나지 않습니다. 자금이 넘치더라도 적자가 유지되는 매장은 운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외로 인사체계와 급여체계도 알아야 합니다.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매장의 인건비를 회사에서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 인건비로 어느 정도의 생산성을 목표로 하는지를 알아야 내가 그 회사에서 어느 정도로 생산성을 만들어야 하는지 가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인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파악해야겠죠. '이걸 설마 모르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규모가 조금이라도 작은 업장에서는 셰프가 본인의 기안서 하나 작성 못하는 경우 허다합니다. 연차 신청서도 작성 안 하고 그냥 말만 하고 훌쩍 떠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해요. 메인 셰프도 그런 실정인데 밑에 직원이라고 어련하겠습니까?
급여체계에 대한 인지 또한 심각합니다. 이직을 하는 친구들에게 연봉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본인이 이번에 급여가 올랐다면서 기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금액과 시간을 물어보면 단순히 근무시간이 늘어서 올라간 급여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거기에 연장이나 야간으로 1.5배가 돼서 엄청 오른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최저시급에서 머무는 급여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면접을 여러 군데 보고 나서 시간으로 쪼개어 계산해서 '시간당 급여'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월급은 최저시급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정말 많고, 대한민국 급여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모든 급여는 최저시급을 기초로 합니다. 본인이 받는 급여체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정상 아닐까요? 보통 급여로 컴플레인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급여체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컴플레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한심한 사람으로 보이지 마세요.
시작부터 관리(매니지먼트)를 초점으로 업무이행
'내가 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외식업에서 경력이 점차 늘면 언젠가는 관리직으로 가게 됩니다. 정말 처음부터 외식업은 1년만 하고 다신 안 할 거라고 하면 상관없을 순 있지만, 외식업을 주업으로 삼으면서 '나는 관리직 안 할 건데?'라고 하면 일 할 수 있는 나이는 30대 초반까지 일 겁니다.
관리의 책임을 가져가란 말은 아닙니다. 대신 관리자가 어떤 관리를 하는지 알아야 해요. 외식업에서 하는 매니지먼트는 뭐가 있을까요? 재고/지출/발주 관리, 식자재 관리, 직원 교육관리, 고객관리, 예약 관리, 전화 관리, 매장시설관리, 컴플레인 관리, 거래처 관리, 인사채용관리, 급여관리, 근무 스케줄 관리, 주류관리 등이 있습니다.
이 많은 업무들이 일반사원들과 아무 연관이 없는 것들이 아닙니다. 다 관여를 하는 업무들이죠. 이 업무를 왜 관리의 초점으로 봐야 하냐면, 언젠간 다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인 것도 맞지만 각각의 업무마다 그 업무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목적 자체가 파악이 되면 업무의 이행이 몇 배로 원활합니다. 업무능력이 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업무가 관리와 아무 연관 없을 거란 생각에 업무의 목적이 표류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일찍부터 목적이 명확하게 일하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일찍 갖게 됩니다.
사업주와 매니저 혹은 점장 위치의 분들도 이 초점으로 직원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직원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사업주와 점장의 역할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게 키워내야 합니다. 사업주는 그렇게 매장 안 인원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교육이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기피하죠. 아니면 애초에 사업주도 그런 초점으로 매장 운영을 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이런 교육을 하지 않고 알아서 잘하길 바라는 비양심적인 사업주나 매니저도 있습니다.
사업주나 혹은 매니저와 점장처럼 관리직에서 바라보면 '직원들이 그래도 이 정도도 알아서 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많이 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키워줄 수 있는 건 본인들의 역할입니다. 알아서 주인의식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게 잘못된 방향입니다. 어찌 보면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입니다. 자신들이 그 재산의 주인이 아닌데 왜 주인의식을 가집니까?
대신 깨우쳐줘야 하는 건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이점과 그리고 그 무형의 의식들이 큰 재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그저 월급만 맞춰서 주는 것 만으로 알아서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그들은 근로수당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시간과 급여를 맞바꾸는 사람들이란 뜻이죠. 근로자를 같은 시간 안에 발휘하는 업무 역량의 차이를 만드는 건 사업주들의 몫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차원의 논의가 아닙니다. 방법은 다양하겠죠.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던져주거나, 근로수당 외로 실적에 따른 보상을 주는 방법도 있겠죠.
그리고 근로자도 스스로 이런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세요. 저는 이 정도의 연봉과 보상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모든 관리체계의 목적을 알고 수행하는 업무의 퀄리트를 높여 어느 회사도 나의 근로를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이점이라는 걸 스스로 어필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어필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그리고 데이터로 만들어집니다.
저는 조만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직장이 프리랜서 체계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정직원의 채용 부담이 커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능력제에 의존하게 될 겁니다. 얼마나 많은 접시를 만들어내는지, 한 테이블에서 얼마나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는지, 얼마나 많은 와인을 판매하는지에 따른 '인센티브'제로 체계가 바뀔 것이라 예상합니다. 근무시간에 따른 기본급여 외로 나머지는 판매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만드는 것이 증명되면 그 체계의 도입은 더 빠르게 진행되겠죠.
그렇게 되면 시간당 급여만 받던 근로자가 설 자리가 있을까요? 외식업도 영업입니다. 영업의 요소가 가장 큰 업종임에도 사람들이 그걸 간과하는 이유는 외식업의 고객은 매장에 입점하면 90%는 무조건 소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어느 정도 규모의 소비를 하는지는 차이가 테이블마다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백 원이든 십만 원이든 소비는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들의 업무는 단순노동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테이블 단가에 따라 급여의 차이가 없다 보니 굳이 영업스킬을 키워낼 이유나 동기가 없는 거죠. 가끔 급여의 차이가 없더라도 테이블 단가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아주아주 역량이 좋은 친구들도 분명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특이한 케이 스지 이런 친구들을 표본으로 다른 직원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직원들을 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겁니다. 근로자 스스로도 경각심을 깨닫고, 업주들도 근로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착각에서도 빠져나오세요.
직원은 모든 업무를 관리 초점으로 이해하고 수행함으로써 스스로의 영업력과 업무능력을 키워내는 것에 집중하고, 업주와 관리자들은 그런 동기부여를 심어줄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하는 것!
그래픽 디자인, 엑셀
기본적으로 엑셀 정도는 만질 줄 알아야죠. 여태까지 제 글을 읽었음에도 '굳이 뭐하러'라는 말은 안 하시겠죠? 외식업에서 숫자를 만질 일은 많습니다. 우선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출과 매출에 대한 숫자가 있고, 레시피 작성에서도 식재료의 투입량에 대한 숫자가 있고, 고객에 대한 마케팅이나 만족도 부분의 확률에 대한 숫자가 있습니다. 대부분 금액에 관한 것들이겠죠.
우선 자금 관련으로 내 매출과 지출에 관한 것들을 관리하기 위해 엑셀에 정리하는 건 필수입니다. 하루하루 금액 변동 사항을 기록하여 파일로 만들어두는 것을 습관화해야 금액 관리가 수월합니다.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의 목록을 전부 기록하여 돈이 엄한 곳으로 흘러나가는 걸 방지해야 합니다. 레시피도 엑셀로 작성해서 레시피 변경될 시 들어가는 투입량만 변경해도 알아서 원가가 계산될 수 있게 해야 원활한 레시피 관리가 되고 같은 파트원들끼리 공유도 수월하겠죠. 고객 목록을 만들어 재방문율과 단가를 기록해 그 고객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첫 방문 고객을 재방문 고객으로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내 손님이 한번 온 손님인지 충성고객인지 조차 파악하는 건 필수겠죠.
하지만 이런 것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기 이전에 엑셀부터 좀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엑셀에서 수식 만드는 게 어려울 순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수식 다 만들어서 준 파일에 색깔 없는 칸에만 기입하면 된다고 몇십 번을 말해도 파일 받아보면 정말 엉망이 돼서 돌아옵니다. 말단 직원에게 받은 것도 아니고 직급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에게 받아도 대부분 이렇습니다. 이런 걸 어려워한다기보다 그 이전에 이런 걸 본인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기본으로 깔려있기 때문이죠. 지출 분석? 확률 분석? 애초에 숫자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분석이 가당키나 할까요?
직원부터 시작하는 분들은 윗사람이 이런 상태니 나도 안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윗사람이란 사람들도 아래 직원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줍니다.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죠. 직원의 수준이 그 자리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걸 기반으로 보고를 올리고 공유를 해야 하는 사람들만 속이 터지죠. 월말만 되면 남의 집 불구경하는 것 마냥 보다가 쉬프트가 되면 "쟤는 왜 일 안 하냐" 라며 비아냥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픽 디자인도 교양 과목처럼 좀 배워둡시다. 메뉴판 맡길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충 그림판이나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서 프린트 한 뒤 코팅해서 테이블에 던져놓은 꼴 보면 정말 처참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정도만 대충 만지는 법만 알아도 메뉴판 정말 깔끔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텍스트만 넣어서 만들어도 간격과 정리만 잘 되어 있다면 나름 퀄리티 있어 보이는 메뉴판이 됩니다. 종이 재질도 주변 인쇄소나 사무용품 판매하는 브랜드만 가도 좋은 종이 재질로 쉽게 출력할 수 있습니다. 인쇄하는 곳은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수천 개 업체가 나옵니다.
혹은 누군가 디자인 요소를 넣어서 기초적인 베이스를 만들어 준다면 그 안에 내용 수정 정도는 굳이 다시 맡기지 말고 스스로 하세요. 우선 손을 한 번 더 타는 대로 다 돈입니다. 명함도 통일된 베이스에 내용만 바꿔서 인터넷에 결제만 하면 삼일 내로 오는데 굳이 사람 손 한 번 더 타서 돈 쓸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직원들에게 교육해줘도 쉽게 습득 가능합니다.
이 뿐 아니라 PC로 하는 활동들에 대해 익숙해지세요. 모든 내용은 최대한 서류로 이야기하고, 회사에 맞는 틀 대로 보고하는 습관을 만드세요. 간단한 수량조사도 엑셀로 칸을 만들어 누가 봐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게 파일로 만든 후 공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작년에 다녔던 직장에서 메인 셰프에게 현재 남아있는 이벤트 용 식재료 재고 수량조사를 맡겼더니 종이 대충 찢어서 펜도 없어서 매직으로 슥슥 써서 주더라고요. 아무리 작은 업체 작은 개인 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행동은 그 업체를 무시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직원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외식문화에 대한 이해
지난번에 파스타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파스타의 역사보다도 우리는 얼마나 음식에 대해 알고 먹고 경험하는지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파스타를 조리하는 사람도 파스타에 대한 고찰이나 지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소비를 하는 사람들도 정보가 정말 많은 시대에 단 한 번 찾아보지 않고 돈을 쓰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었죠.
우리는 고객에게 음식을 판매하는 입장이라 고객이 갑의 위치이지만, 그 고객들에게 리드를 함으로써 그 고객이 해당 음식문화에 대한 극대화된 경험을 누리게 하는 것이 외식인들의 목적입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만 먹이는 게 목표라면 저렴한 급식소를 차리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외식산업이 정말 밥만 먹이기 위한 끼니를 채우기 위한 산업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테마와 콘셉트를 가지고 문화를 공유하는 산업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본인이 일하는 매장의 콘셉트와 테마를 이해하고, 스스로 그 장르에 대한 공부를 필수로 해야 합니다. 제가 양식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음식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해 보려고 물어보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파스타가 뭐야?" 두 번째로 "레스토랑에서 피클을 꼭 제공해야 할까?"입니다.
(파스타에 관한 이야기는 https://brunch.co.kr/@lugis/4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피클에 관한 글은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피클을 꼭 제공해야 하는지"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신 분도 대부분 없을 거예요. 서양엔 반찬 개념이 없습니다.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대부분 생각해본 적 없을 거예요. 저는 제가 일하는 가게에서는 고객이 먼저 말하기 전까진 피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굳이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피클을 열심히 만들어 주는 수고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서양의 외식문화에 한국의 반찬 문화를 덧붙여 피클을 제공하는 수고를 만들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제공하고 안 하고는 그 매장의 결정이지만 적어도 피클을 매일 같이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피클에 대해 좀 찾아보세요.
돈가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네 제 이야기입니다. 돈가스는 크게 일본식과 경양식으로 나뉘죠. 하지만 더 세부적으로 보면 일본식에서도 등심과 안심 정도만 구별해서 먹었다면 요즘은 특등 심이라고 부르는 부위로 등심에 지방이 붙은 형태의 카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식 돈가스가 아닌 카츠라는 장르로 자리 잡고 있죠.
경양식 돈가스도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금과 다른 문화를 가집니다. 지금은 동네 분식집이나 돈가스 전문점에서 볼 수 있지만 예전엔 경양식이라는 콘셉트로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에서 함박스테이크와 같이 판매했었습니다. 검은 베스트와 검고 긴 앞치마를 입고, 손가락 세워서 트레이를 들고 다니는 전문 서버들이 돈가스를 제공했었습니다. "식사는 밥으로 하시겠습니까, 빵으로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은 필수였고, 수프와 샐러드, 메인 메뉴, 후식 순으로 코스처럼 제공되던 게 돈가스였습니다. 후식은 콜라, 사이다, 오렌지주스, 커피 중 선택이었죠. 그 외의 장르 중에는 돈가스 백반 집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가 변해가는 과정을 소비자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정도일 순 있겠지만, 돈가스집을 한다는 사람은 그리고 돈가스집에서 일하고 있다면 이 정도의 스토리텔링을 말하며 돈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일하는 직원인데요? 굳이 그렇게까지 알아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고객과 소통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의사로 알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니, 돈 쓰는데 내가 그런 것 까지 공부해야 돼?"라고 하지만, 스시야(초밥 오마카세) 업장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디너 인당 22만 원, 주류까지 하면 2명이서 50~90만 원은 거뜬히 나옵니다. 이런 분들은 돈을 많이 냈기 때문에 이런 음식 지식에 대해 아무것도 공부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주는 대로 먹겠네요? 아니죠. 오히려 그 정도 규모로 소비하는 분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한 지식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거나 경험이 별로 없다면 나에게 서비스해주는 셰프에게 정보를 얻는 즐거움으로 스시를 즐깁니다. "내가 그런 것 까지 알아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소비할 때 쓰는 돈에 대한 성의가 없는 거예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활용/소비습관, 소비 스펙트럼
외식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다른 음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 끝나면 대충 눈에 보이는 곳에 가서 배 채우고 술이나 마시는 식으로 아무 이득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 뭘 해야 할까요? 뭐라도 얻어와야죠. 외식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먹을 것에 소비하는 대부분을 벤치마킹이나 외식문화의 공부라는 초점으로 봐야 합니다.
저로 예를 들자면 저는 한 가지 장르에 관심이 생기면 일주일 이주일 동안 같은 메뉴를 업장마다 돌아다니며 여러 번 경험합니다. 한 번은 우동에 꽂혀서 우동을 일주일 동안 8가지를 먹었습니다. 갔던 곳은 '교다이야우동', '우동카덴', '가타쯔무리' 이렇게 세 곳이었습니다. 교다이야 우동에서 붓카케와 따뜻한 우동을 먹어보고, 우동 카덴에서도 붓카케와 냉우동, 그리고 마를 갈아 넣은 냉우동을 먹어보고, 가타쯔무리에선 국물과 면의 온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세 가지로 조합해서 경험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제와 테마를 정해서 경험해보며 외식 지식의 범위를 늘려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먹는 즐거움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분석적으로 다가간다면 이런 지식은 금방 축적됩니다. 이렇게 찾아다니는 걸 숙제처럼 부담감이 느껴진다면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흥미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넓어진 소비 스펙트럼을 가지고 경험을 한 뒤 기록을 해야 합니다. 어디에 기록해야 할까요? 바로 소셜미디어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등에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내가 느낀 내용과 짤막한 지식을 같이 기록하며, 그 음식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을 꾸준히 만들어가면 상당한 수준의 지적재산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외식인의 수준은 이런 것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집니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기계처럼 만들며 퇴근하면 대충 끼니 채우다 자는 생활을 반복하는 사람은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낮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면 이런 격차가 눈에 훤히 보입니다.
소셜미디어에 기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음식과 관련한 소통으로 나만의 팬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내가 갔었던 맛집, 내가 만든 음식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며 내가 음식으로서 전문성 있다는 이미지를 쌓아야 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팬심은 나의 직업적 기반과 사업적 기반이 됩니다. 요리로써 그리고 외식인으로써 인지도를 쌓아 나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하죠.
퍼스널 브랜딩으로 만들어진 '나'라는 브랜드는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사실 활용이라기보다는 내 활동의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활동의 '포트폴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 진학을 하거나 취업을 할 때 보여주기 위한 포트폴리오 일 수도 있지만, 내 브랜드 자체의 포트폴리오로서 내 직업적 모든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사업적 가능성을 늘려나가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죠. 정말 좋은 시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 직업적 가치를 뽐내기 정말 좋은 시대를 누려보세요.
추가적으로 제발 사진 좀 잘 찍을 수 있게 연습하세요. 잘 찍는 법을 모른다. 그럼 연습하세요. 인터넷에 사진 찍는 법만 찾아봐도 자료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진을 따라서 찍어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잘 나옵니다. 평행만 잘 맞춰도 적당히는 나와요.
그 주방 스텐 테이블에 놓고 그림자로 다 가려진 상태로 카메라 렌즈도 안 닦고 주변 지저분하게 찍는 거 보면 정말 속이 답답합니다. 본인 음식 사진을 그렇게 맛없어 보이게 찍어도 괜찮은 건가요? 어딜 가나 음식이 나오면 어떻게 하면 먹음직스럽게 사진이 나올지 고민하는 성의를 가지세요.
글쓰기, 스피치, 언어
문화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필수적인 능력이지만 모두들 이 능력을 간과하고 넘어가죠. 다른 분야에서는 스피치와 논술 분야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의 시장이 활발하지만 이 외식 분야에서는 무관심합니다. 셰프들은 '자신이 손님 응대할 것도 아닌데 굳이 왜 그런 노력을 하냐'라며 그런 말 하는 능력과 업무는 식음료(홀 서비스)에서 활용될 능력이지 자신은 전혀 관계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홀에서 영업과 서비스하는 직원들의 언변도 정말 처참하죠.
조리사들 말대로 언어능력이 정말 굳이 필요하지 않은 능력일까요? 그럼 반대로 제가 묻고 싶어요.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집단인가요? 말하는 능력이라는 게 꼭 누군가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 사람의 어투와 언변은 신뢰와 큰 연관을 가진다 생각합니다. 직원과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해야 하고, 어느 정도 직급을 가진 사람은 더 확실한 언어로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 업무를 전달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은 언어능력과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으나 막상 현장에서 정확하지 않은 의사소통으로 업무가 혼동되거나 어그러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언어적으로 약속을 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 사회적 약속이 외식업이라고 해서 제외되는 건 아닙니다. 언어적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건 외식업의 격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행위입니다.
우리는 문화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내가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있는지,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인지, 내가 어떤 음식문화를 만들어내는지를 우리 스스로 표현해야 합니다. 문화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언어적 표현은 필수사항이라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본인의 음식설명 정도는 본인 입으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나 푸드트럭 같은 프로그램 보면 본인의 음식임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언어적인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미경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생각하세요” 입은 내 생각의 출구에 불과합니다. 정보를 찾고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연습해야 당연히 언어적 능력이 늘겠죠. 생각하는 사람이 되세요. 팁을 드리자면, 원래 맞다고 느끼던 덕목들을 백지상태에서 뜯어보는 연습을 해보면 생각이 많이 깨우쳐질 겁니다.
글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네요. 사실 가장 중요하게 하고 싶었던 주제는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다음 주제는 서비스와 영업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그것과 더불어 기초적인 외식서비스에 관해 나열해보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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