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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첼 Dec 16. 2023

만세!만세!만세!


가톨릭.천주교.


나의 종교이다.


부모님은 우리들에게 물려줄 유일한 재산이라고 하셨다. 성당가는 일은 밥먹고 학교가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일과였다. 종교를 선택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 할 만큼 유아세레를 받고 그렇게 활동을 하였다. 만나는 사람들이 학교친구들 아니면 성당친구들이니 선배후배 중에 신학교를 가서 신부님이 된 사람들도 있고 수녀원에 입회한 친구들도 있다.


친구 엄마들이 나에게 울면서 전화할땐 영락없이 그 친구가 수녀원에 입회한다고 선전포고 한 날이다.


“이첼아! 우리 OO좀 말려죠. 니가 이야기 좀 해봐.”라고 하신다.


 이상하다.


오빠들이나 남자 후배들이나 혹은 내가 주일학교 교리교사였을때 남자가, 아들이 가톨릭신부가 되고자 신학교를 간다고 하면 그렇게들 축복해주는데. 여자가, 딸이 수녀원에 간다고 하면 왜 들 그러 실까?


 


라파엘라도 그랬다.


친하게 지내던 1살 어린 동생 라파엘라가 수녀원에 입회한다고 했던날 아줌마도 역시 같은 반응으로 나에게 전화를 하셨고 난 한참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 하지만 이미 신과 사랑의 빠진 그들을 말릴 수는 없다.


그렇게 라파엘라도 입회를 했다.



수녀원은 외부인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통제구역이다. 하지만 입회식날은 개방을 하여 가족을 초대한다. 비록 직계가족은 아니지만, 나도 초대를 받아 입회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을 부폐식으로 많이 차려 놓고 알록달록 예쁜 장식들도 한껏해서 누가봐도 파티장분위기였지만 가족들은 마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식에 마지못해 허락하는 것과 같은 침통한 표정들을 하고 계신분이 많았다.



그날 입회하는 자매님은 4명이였다.


가족별로 자리가 있었고  수녀원에는 새식구를 맞이하려 지팡이를 짚고다니는 할머니 수녀님부터 이제 막 수련기를 마친 막내수녀님까지 반짝이는 눈과 표정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수녀원을 입회한다고 처음부터 수녀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입회하면 청원기, 수련기, 유기서원을 모두 마치고 입회한지 약10년되는 해에 평생 수녀로살것인지 수녀원을 나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야 비로소  종신서원이라는 것을 한다.


한마디로 종신서원까지 하기전에는 언제든지 본인의지에 의해서 가방들고 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부모님들은 이런 과정을 몰라서 그랬을까?


어찌하였든 초대받은 손님 중 나는 너무 즐거웠다.


결혼식처럼 많은 하객은 아니지만 직계가족과 입회하는 자매들의 친한 친구들이 초대되어 가족석마다 다들 자리가 다 찼는데.


한가족석이  유독 썰렁하여 눈길이 갔다.


옥색한복을 입고 있는 우리또래의 엄마같아 보이지 않게 연세가 좀 있는 분이 혼자 앉아 계신자리 이다.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젊어 보이지만 옥색저고리 때문인지 얼굴이 더 까맣게 보이고 이마의 굵은 주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분은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둥근 테이블에 행사가 시작하기 전까지 앉아만 계셨다.



원장수녀님의 입회사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환영하는 노래, 수녀원소개 그리고 오늘 입회는 자매들의 소개와 가족별로 나와서 소감을 듣는 자리가 있었다.


라파엘라네도 엄마, 아빠, 오빠가 함께 나가서 각자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에도 없는 "잘 살길 바래요."라는 형식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까부터 혼자앉아계신 그 자매의 엄마가 혼자 나왔다.


"율리안나 엄마입니다. 너무 좋습니다.우리딸 수녀원에 와서 기분이 후련합니다. 만세!만세!만세!!"


화가나신 것 같기도 한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


말씀은 좋다고 하시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불안한 표정으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어깨춤.


 큰 소리로 만세삼창을 외치시고 양팔을 벌려 꼭 살풀이춤에서나 볼법한 춤동작을 하셨다..





죄중은 조용했고, 사회를 보는 수녀님은 당황하셨다.



나는 먹던 빵을 입에 물고 울었다.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목구멍에서 뭐가 올라오면서 눈물이 핑 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연이지만 율라안나수녀님의 어머님은 딸 하나 낳고 남편이 일찍 죽었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려 고된일을 하면서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웠고 그딸은 엄마의  정성때문인지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교대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한글도모르는 엄마를 대신해서 똑똑한 딸은 은행일도 세금관계도 집을 사고 팔때도 모두 알아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의지하던 딸이 어느날 수녀원에 입회를 한다고 했단다.


딸이 없으면 전기세 낼 줄도 모른다고 면담한 수녀님께 하소연하면서 우리딸을 제발 받아주지 말라고 했다고 하셨단다.



그후에 라파엘라는 7년을 살고 수녀원을 나와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다.


같이 입회한 3명중 2명도 나와서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유독 율라안나수녀님만 꿋꿋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그 수녀원에 아는 분이 있어 율리안나수녀님의 소식을 가끔 듣는데 베트남으로 파견나가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그 어머님은 잘 지내시겠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동물은 모두 그 무엇인가에 의해 길러진다. 새도, 물고기도, 짐승도, 사람도..


적절한 시기가 되면 스스로 살아나간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현상에 대해서 인간은  인정하지 않고 부모라는 이유로 또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구속하고 있진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살아진다. 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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