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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첼 Dec 31. 2023

사랑, 어떻게 하시나요?

날이 추워진다는 이야기를 기사를 듣고 바로 든 생각이 있다.

'우리집창밖에 있는 다육이를 안으로 들여다 놔야겠구만.'

식물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없지만 주변에서 키우기 쉽다며 하나씩 둘씩 화분을 주신다.

거절할 수 없어 받아오지만 우리집에서 말라죽어가는 화초들을 보면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퇴근후 집에 오자마자  겉옷도 안벗고 여기저기서 분양받은 다육이들을 자리를 마련해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왠지 안심이 된다.

다육이 싹이 나고 뿌리를 내려 흙에서 또다른 다육이 잎사귀를 보면 살아숨쉬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나?

식물도 생명이라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인다.


결혼을 하고나서 나와 다른 시댁문화에 대해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하루는 선배오빠와 식사를 하면서  함께하는 시댁어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무 이상해. 어머니는 꼭 새벽에 일어나서 새밥을 하셔. 뭘 그렇게까지 하나몰라. 힘들게.”


친정부모님은 아침식사를 빵이나 우유로 간단히 먹는 습관이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식구들을 위해 밥을 하고 국을 끓이는 어머님이 너무도 옜날 사람같았다.


어머님은 나에게 새벽에 일어나 같이 밥을 하자고 한 적도 없었고 눈치를 주신적도 없었다.


돌이켜 보면 함께사는  며느리된 입장으로서 내가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주 이상하다는 핑개로  합리화 했던 것이다.


선배오빠는 조용히 듣기만하다가 이야기를 했다.


“빵이랑 우유를 주는 너희 어머님도 사랑이고 새벽에 밥을 해주는 시어어니도 사랑이야!”


“.....”


난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사실 굉장히 불편했다.


아침에는 아버님다음으로 일찍 출근하는 나를 위해서도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냥 편하게 먹을 수 가 없었다.


억지로 먹을 수도 없었다,


친정에서도 아침을 안먹던 습관도 있었지만. 며느리된 입장으로 나이든시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얻어 먹는 것이 영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시어머니는 내나이29살때 70이 넘으셨다.)



한사코 한숟가락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셨음에도 내 뜻대로 그냥 출근을 하였다.


고3때 우리 엄마도 그렇게 날 챙기지는 않으셨다.


우리엄마의 사랑하는 방법은 아침밥을 먹이는 것이 아니였겠지..



어느날은 출근을 하는데 무엇을 보자기에 싸주신다.


급한마음에 뭔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 불편한 상황에서 빠져나와 회사로 와서 그제서야 펼쳐보았다.


삶은계란2개, 깍은 사과2쪽.


어머님은 아침을 굶고 출근 하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셨던 것이다.



철없을 적에는 그런 생각도 했다.


당신마음 편하자고 그렇게 하시는 거지. 내가 안먹는 다고 하면 그것도 좀 인정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당신들 집안의 문화를 나보고 맞추라고 하면 내가 너무 곤란하지..



그 어른의 사랑방법이였다.


그분이야 왜 내가 안 불편했을까?


막내조카보다도 어린 며느리랑 함께 살게 되었는데. 남들 다 해주는 전세집 한칸 못 해줘, 데리고 살면서 


 멀리 직장까지 다니게 하니.


그런 상황 만으로도 불편했을 것이다.


당신이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애쓰셨고 표현을 하는 것이였다.


비록 지금은 이혼을 하여서 그분을 다시 볼 일은 없지만.


피곤해도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새밥을 지어 주는 것은 그 어른과 함께 살면서 배운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구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법을 내가 아이들에게 하고있었다.

아직도 아침을 간단히 먹는 우리 엄마는 “넌 뭐 밥을 먹을 때마다 새밥을 하니? 하루치 해놓고 밥통에서 퍼먹지.”라고 엄마딴에는 회사다니면서 고생하는 딸을 생각해서 이야기 하신다.

우리 아이들은 따뜻한 갓지은 밥과 국을 먹으면서 나의 사랑을 느낄까?

아마도 아는 것 같다.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시간에  일찍 일어나서 내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꼭 먹고 나서 

“아~ 맛있다.”라고 해주면 

아이들도 엄마에 대한 본인들의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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