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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잠에 빠져드는 바이러스에 걸린다면?

by 루이나탐정


“아얏!”

다인이는 약한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잘 참는데 나는 잘 안 되네.“ 다인이는 후유,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주사기를 내려놓고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러자 다인이의 반려동물, 달봉이가 다가와서 다인이의 배 위에 누워 몸을 비벼댔다. 다인이는 옅은 웃음을 짓고선 달봉이를 캣타워 위에 올려놓고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긴장감이 고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슬립프 바이러스로 오늘 아침 미래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10명이 사망했습니다. 정부는 슬립프 바이러스의 또 다른 변종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대체공휴일을 열흘간 더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도 감염되실 수 있으니 외출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이상 KUS뉴스였습니다.” 다인이는 리모컨으로 TV를 끈 다음 아까 전보다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 생각에 잠기더니 멍하니 소나기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2030년. 현재 슬립프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가 유행해 정부는 팬데믹을 내렸다. 슬립프 바이러스는 갑자기 잠이 쏟아지면서 2년 이상 계속 잠만 자는 병이다. 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은 숨은 쉬지만 움직이지 않는 일명 ”뇌사“ 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죽는 것이다. 지금까지 3월에 5명, 4월에 7명, 6월, 7월에 8명이 사망하였다. 오늘 아침에 사망한 환자 10명까지 합하면 모두 서른여섯 명이다. 지금 다인이는 대학교 2학년이니 면역력이 강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인 지금, 등교하는 것도 금지돼 있기 때문에 다인이네 학교와 다른 학교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한다. 그리고 누구나 다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매일 오후 4시에 슬립프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는 영양제가 들어 있는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다인이는 4시에 맞았으니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저녁, 다인이는 장을 보기 위해 특수 제작된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 나갔다. 다인이는 자신의 단골집인 '다 팔아 마트'로 갔다. 다인이는 걸어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 “아,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을까? 된장국, 미역국, 불고기, 김치찌개, 가락국수, 만두, 파스타, 호박 수프…. 아,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 다인이는 맛있는 저녁을 먹을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탁탁 탁탁탁. 5분 뒤, 다인이는 '다 팔아 마트'가 있는 '미래동 시장'에 도착했다. 이 시장은 다인이의 단골 가게도 있지만 그 옆에는 맛있는 탕후루를 파는 '맛나 탕후루'가 있고 또 그 옆에는 맛있는 한식을 파는 '최고의 한식'이 있다. 또 앞으로 직진해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를 파는 '이태리(미국식 발음) 면사무소'가 있다. 다인이는 망설임 없이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에 들어서자 자동문이 활짝 열리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생선 비린내, 고기 냄새가 다인이의 코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간지럽혔다. 그때, 이 마트의 주인인 김달순 씨가 다인이에게 다가왔다. “학생, 오늘도 또 왔네? 오늘은 뭐 사려고?” 그러자 다인이는 “하하하” 하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카레 먹으려고요.” “그래? 마침 50% 할인하는 감자랑 당근이 있는데, 오늘 아침에 막 들어와서 아주 싱싱해!” "그래요? 어디 있는데요?" “저~어기 육류 파는 선반 보이지? 저기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어류 선반을 끼고돌면 나올 거야!" "아,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다인이는 서둘러 당근과 감자가 할인하는 쪽으로 달려갔다. 이 마트는 특이하게도 6시에서 6시 반까지 할인 행사를 한다. 그런데 지금은 6시 28분이기 때문에 2분 뒤에 가면 이미 늦는다. 그래서 다인이가 서둘러 달려간 것이다. 아무리 대학생이라도 할인은 놓칠 수 없는 거 같다. 다인이는 달려가면서 시계를 봤다. 6시 29분. 더 빨리 가야 한다. 다행히도 다인이는 30분이 되기 30초 전에 도착해서 당근과 감자를 살 수 있었다. 다인이는 양파와 돼지고기도 샀다. 그리고 집에 고기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등심과 안심을 한 근씩 사갔다. 다인이는 마트를 나오고서 하늘을 봤다. 하늘색에 흰 구름이 드문 드문 떠 있었던 하늘은 어느새 그림에서 볼 듯한 연한 노란색과 주황색, 그리고 빨간색으로 그라데이션이 되어 있었다. 노을이 뜬 것이다. 다인이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찰칵!” 다인이는 사진을 봤다.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다인이의 머리를 스쳤다. “앗!” 잊고 잊었다! 지금은 저녁 6시 38분. 슬립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6시 40분까지 들어가야 한다! 다인이는 달렸다. 아주 빨리 달렸다. 아주 빨리. 다인이는 겨우 집에 도착했다. 사실 다인이는 집이 2층이라서 항상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급해서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뭐, 어쨌든 다인이는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다. “띠리리릭!” 현관문이 열리자 식빵과 비슷한 구수하고도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다인이의 집 냄새였다. 여러분은 집에 도착했을 때 어떤 냄새가 집에서 나는가? 매캐하면서도 퀴퀴한 곰팡내음? 아니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의 냄새? 뭐, 어떤 냄새라도 좋다. 그저 행복한 냄새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현재, 다인이는 집에 들어왔다. 고양이 달봉이가 다인이를 반겨주었다. 다인이는 달봉이의 부드러운 털을 실컷 쓰다듬었다. 아주, 아주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다음 날, 다인이는 4시가 되자 주사를 맞으려고 주사기를 놓아뒀던 선반 위로 갔다. 그런데….. 주사기가 없었다!! 다인이는 화장실에도 가 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주사기는 없었다. 다인이는 겁이 나서 병원을 찾았다. 혹시 주사기가 없으면 슬립프 바이러스에 감염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의사의 말은 다인이의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너무 긴장이 됐다. 손에서 갑자기 미친 듯이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인이는 의사의 말을 다 듣고 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진료실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문을 쾅 닫았다. 달봉이는 “캬옹!!”하고는 놀라서 캣타워 위로 바람 같이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다인이는 달봉이의 “캬옹!!”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떨리는 손으로 서랍에서 완전히 새것인 일기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일기를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써내려 갔다.


다인이는 일주일 동안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일주일밖에 살지 못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서 “일주일보다 더 많이 살 수 있는 약”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그런 약은 검색되지 않았다. 아무리 지금이 미래 시대라도 그런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다인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공상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당국의 회장은 슬립프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거지? 당국에서는 모든 연구원들이 슬립프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말이야. 수상해.' 그러고선 당장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그렇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다인이의 엄마였다. 다인이의 엄마는 당국에서 일하는 연구원인데, 유일하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엄마는 전화를 받자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 다인아, 소식 들었어. 일주일밖에 살 수가 없다면서? 엄마가 꼭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그 일주일 동안은 엄마랑 같이 지내자. 지금 바로 갈게!” “응, 엄마. 알았어! 끊어!” 탁. 다인이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엄마를 기다렸다. 30분 후, 엄마가 현관문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조그만 토파즈 귀걸이를 클립형으로 달고 있었다. 옷은 파란색 체크무늬 재킷을 걸친 초록색 긴팔 옷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평범하게 청바지였고, 흔들거리는 단발머리가 그 청바지를 더 돋보이게 했다. 다인이 엄마의 나이는 40세다. 만으로는 39세다. 그녀는 아주 동안이기 때문에 나이를 알지 못하면 35세 정도로 보인다. 그녀는 다인이에게 아까 전화에서 한 것처럼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그녀가 진짜 폭포였다면 다인이는 그녀의 이야기의 폭포를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인아, 아무래도 네가 계속 살려면 당국의 연구소에 가서 특수 제작한 약을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아" “뭐, 뭐라고?!” “그게 말이지, 사실….” 엄마는 다인이에게 그동안 당국의 연구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줬다. 연구소에 있던 연구원들이 스스로 감염된 게 아니라 그 연구소의 회장인 김석지 회장이 자기만 살려고 몰래 그날 밤 야근하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마취제를 쏜 다음 슬립프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주사기의 약물을 주입한 것. 또 자기만 살려고 했기에 300L가 넘는 슬립프 바이러스 치료제를 매일 밤 몰래 5cc씩 자신의 팔에 주입한 것. 연구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지자 간이침대에 옮겨놓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갑자기 쓰러졌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 그리고 아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연구원들에게 “수고하네”라는 핑계로 수면제를 넣은 커피를 줘 잠들자 주사기로 피를 뽑듯이 면역력을 뽑은 것. 잠시 후, 다인이는 이야기를 다 마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럼 내가 어떻게 그 특수 제작한 약을 가져와야 한다는 거야? “ ”네가 직접 연구 소에 잠입해 가져오는 게 좋겠지. “ ”그럼 잠복을 해야 한다는 거야?” "응. 지금 당장 짐을 꾸리는 게 좋을 것 같다. “ ”알겠어. “ 다인이는 말하자마자 버튼을 누르면 초소형으로 작아지는 대형 가방을 서랍에서 꺼냈다. 그리고 “엄마, 나 다녀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다인이는 'Ui편의점'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양이 많아서 네 달을 넘게 버틸 수 있는 '매콤 누들면' 20개, 라면과 같이 먹을 때 매우면 안 되니까 같이 먹을 '참치 듬뿍 삼각김밥' 30개, 비상시 쓸 손전등과 배터리, 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꼭 필요한 슬립프 바이러스 백신 20개와 물 20병. 마지막으로 접으면 손바닥보다 2cm 더 큰 텐트까지. 다인이는 이 모든 물건들을 8만 9천 원에 사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자 편의점에서 산 물건들을 모두 그 초소형 가방에 넣었다. 아직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크기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방을 연 김에 집에 있는 외투 두벌과 잠바 두벌도 넣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엄마에게 내일 연구소로 가겠다고 말도 했으니 내일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다인이는 내일이 기다려졌다.


다음 날, 다인이는 버스를 타고 연구소로 향했다. 버스의 창밖 풍경은 아주 맑게 겐 푸른 하늘과 녹색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마침 연구소에서 1m만 가면 넓은 들판이 있는 캠핑장이 있었다. 저곳에서 잠복을 하기 좋을 것 같다고, 다인이는 생각했다. 그때, 버스에서 상냥한 AI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역은, 미래동 당국 연구소. 미래동 당국 연구소입니다. 다음 역은 미래동 캠핑장입니다.” 다인이는 이번 역에서 내렸다. 캠핑장은 1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 걸어갈 필요가 없었다. 다인이는 드디어 당국의 연구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볼 때는 연구소가 아주 작아 보였는데, 지금 가까이에서 보니 엄청 컸다. 연구소는 네모난 아파트 모양이었는데, 밖에서 보니 수백 개의 홀로그램 창문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최첨단 CCTV와 최고급 현미경이 건물 안 방마다 모두 1개씩 있는 것을 보아, 엄청난 연구소일 것 같다. 우선 연구소 안에 바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텐트를 치고 짐을 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인이는 산 아래로 내려가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텐트가 접으면 작아져도 펼치면 크기 때문에 텐트 안에 짐을 많이 넣을 수 있었다. ”탁!' 하고 텐트 안에 고정되어 있는 전등이 켜졌다. 많이 밝지도 않고 그렇게 약하지도 않았다. 딱 적당했다. “이불이랑 베게는 여기에다가 깔아놓고, 컵라면이랑 삼각김밥은 소형 선반 위에다가 놔야겠어. 또 주사기가 있으면 일주일 밖에 못 사는 건 아니니까.. 백신을 사길 잘했어. 손전등은 내 외투 주머니에 넣어놔야겠고, 배터리도 선반 위 서랍 안에 넣어야겠다. 물은….. 그냥 가방 안에 넣어놔야겠다!“ 다인이는 짐을 다 배치한 후 연구소로 향했다. 다인이는 주머니에서 엄마의 연구원 자격 명함을 꺼내 들었다. 그때, 연구소 입구 안쪽에서 경비를 서는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학생, 무슨 일로 여기 온 거니? 여긴 출입 허가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통제 구역인데. “아, 학교 숙제 때문에 연구소 견학 왔어요. 여기서 일하시는 '김은하'연구원님의 허락을 받고 왔죠." 다인이는 마치 경비원이 시력이 안 좋은 것처럼 엄마의 명함을 경비원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경비원은 당황한 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래. 들어가렴.” 경비원은 그렇게 말하고선 입구 옆에 있는 빨간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문이 지잉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 위에서 친절하고도 침착한 AI의 목소리가 다인이의 귀를 울렸다. “이름. 김다인. 나이. 대학교 2학년. 성격. 열정적이고 친절함. 인물 확인 이상 무.“ 다인이도 AI의 목소리는 들렸지만 왜 자신의 성격을 말하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이와 이름 정도는 말할 수가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 타 버튼을 꾹 눌렀다. “ 10층. 슬립프 바이러스 백신 개발 연구소입니다.“ 문이 지이잉 소리를 내며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초고속으로 올라갔다. "10층. 슬립프 바이러스 백신 개발 연구소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인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지만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엄마가 말해준 이 연구소의 우두머리이자 당국의 회장이기도 한, 김석지 회장이 다인이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회장은 뒷짐을 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위엄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머리는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지만 군데군데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였다. 얼굴은 다인이의 엄마보다 4살 정도 많아 보였다. 옷은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야망심으로 가득 찬 눈빛이 다인이의 눈앞에서 이글거렸다. 김석지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학교 숙제로 견학을 왔다며? 내가 이곳저곳을 소개해줄 테니 따라오게나. 참! 회의실 안쪽에 있는 작은 틈은 궁금해하지 말게. 그냥 작은 틈이니까 말이야.” 그러고선 연구실 쪽으로 걸어갔다. 다인이도 그 뒤를 따르긴 했지만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반드시 300L가 넘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가져올 것이다. 그 뒤로 사람들에게 치료제를 나누어줄 것이다. 다인이는 회장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회장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다. ”지하 5층. 지하 연구실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다인이의 귀도 점점 멍멍해져만 갔다. 10층에서 지하 5층까지 내려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회장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잠시 후, 김석지 회장과 다인이는 지하 5층에 도착했다. 연구소를 둘러보며 신기해하는 다인이의 모습에 김석지 회장은 “후후“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다 내가 만들고 발명한 거라네. 더군다나 나의 아이큐는 자그마치 300, 이큐 200이니 못 만들 것도 없지.” 다인이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다인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 자기만 살려고 하는데 그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숨기려고 잘난 척까지 하네. ” 회장이 잘난 척을 하는 모습에 배신감이 끓어올라 회장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자신의 목적을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다인이는 폭발하기 직전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자신의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그때, 다인이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유리로 투명하게 만들어진 흔한 유리병이었다. 하지만 그 유리병 안에는 위험한 물질이 들어있었다. 짙은 보라색과 연보라색으로 이루어진 슬립프 바이러스였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말해주지 않은 것이 있는데, 슬립프 바이러스는 색깔은 예쁘지만 자칫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하고 오싹한 바이러스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도 위험한 바이러스가 왜 이 연구실에 있는 걸까? 그녀가 천천히 물었다.

"왜 이렇게 위험한 바이러스를 연구실에 두는 거죠?“ “그야, 뭐…. 알 필요 없네.” 시큰둥한 회장의 말을 들은 다인이는 앞으로 더 지켜보면서 슬립프 바이러스의 백신 치료제의 정보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온 그녀는 가방에서 “매콤 누들면“과 ”참치 듬뿍 삼각김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무료 정수기 시설에서 물을 가져와 끓인 후, 면 사리를 넣고 스프와 건더기를 넣은 뒤 3분 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다인이는 그 3분의 긴 시간에도 쉬지 않고 삼각김밥을 텐트 밖에 있는 무료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1분 동안 데웠다. 잠시 후, 따뜻하게 데운 삼각김밥과 쫄깃쫄깃한 면의 식감과 매콤한 맛이 조화를 이룬 라면이라는 두 명의 배우가 식탁이라는 무대에 등장했다. 먼저 라면부터 한 입 맛봤다. 쫄깃쫄깃하고도 탱글탱글한 면이 매콤한 청양고추 스프를 넣어 끓인 국물과 잘 어울렸다. 삼각김밥은 뜨겁지만 눅눅한 김과 참치로 가득한 밥이 잘 어울렸다. 식감 또한 잘 어울려 환상의 맛이었다.

다인이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연구소로 들어가 슬립프 바이러스 치료제가 들어있는 연구실로 갔다. 다인이가 슬립프 바이러스 치료제에 손을 대려고 하던 순간! ’애애애애애앵!!!!!!!! 하고 경보가 울렸다. 그럼 그렇지, 회장이 다인이가 치료제를 그렇게 쉽게 가져가게 할 리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경보가 울리자 다인이의 예상대로 로봇들이 달려왔다. 다인이는 체포되었고, 회장 앞에 강제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회장은 다인이를 보고 별로 놀라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눈에서는 공포와 겁에 질린 눈빛이 보였다. 다인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회장은 바싹 마른 목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다음번에 또 내 눈에 들어오면 그때는 용서하지 않을 거다. 보안 로봇! 저 학생을 내보내라!!’ ‘내, 알겠습니다. 당장 나가라, 나가!!’ 건물 밖으로 나동그라진 다인이는 으… 하며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그 순간, 다인이의 손에 흙이 묻어나면서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음날, 삼엄한 경비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기 위한 빨간 레이저를 모두 피한 다인이는 다시 연구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연구소는 경비가 삼엄하지만 아주 큰 약점이 있었다. 바로 자연과 관련된 물질을 가져오면 로봇은 그것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해서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다인이는 이를 이용해, 이끼와 물이 약간 섞여있는 축축한 흙을 손으로 들어 올려 연구소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슬립프 바이러스 치료제가 들어있는 방으로 가서 치료제가 나오는 구멍에 흙을 전부 집어넣었다. 그러자 기계가 순식간에 고장 나면서 치료제가 전부 다른 구멍으로 흙과 함께 흘러나왔다. 다인이는 재빨리 미리 가져온 물통에 치료제를 담았다. 그다음 캠핑장으로 달려가 채로 흙을 걸러냈다. 다인이는 치료제를 주사기에 넣어 순식간에 치료제 1013개를 만들어냈다. 그걸 가방에 넣었다. 그 순간, 회장이 달려왔고 다인이는 재빨리 이동용 드론을 불러 드론을 타고 날아갔다. 가방만 챙겨 왔지만 남은 물건들은 다 친환경으로 만들어졌기에 환경오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저 멀리서 회장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안돼애애애애애~~!!!!!!!!!!!!!‘


1시간 후, 다인이는 도시에 도착했다. 그녀는 서둘러 병원으로 가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나누어 주었다. 환자들 모두가 그 치료제를 맞고 정신을 차렸다. 다인이도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뉴스에서 김석지 회장의 본심이 드러났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그는 5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지금 다인이는 그 뉴스를 보고 있다. 다인이의 발아래에서 달봉이가 갸르릉거리면서 애교를 부렸다. 다인이도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달봉이를 쓰다듬어주었다. 다인이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나기는 어느 소나기와도 비교가 안될 만큼 즐겁게 내리는 소나기였다. 다인이는 장을 보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를 해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TV를 끄고 장바구니를 챙겼다. 잠시 후, 다인이는 마트에 도착했다. 마트 주인인 김달순 씨가 다인이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다인이도 같이 웃었다. 치즈를 살 때도 치즈 가게 사장에게 웃어주었고, 면을 살 때도 가게 주인에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10분 뒤, 다인이는 집에 도착해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말랑말랑하고 식감이 좋은 면과 고소하고도 짭조름한 치즈가 잘 어울렸다. 그리고 바질이 들어가 다인의의 혀와 입이 느끼하지 않게 해 줬다. 세상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져서 그런지 기분도 좋아 스파게티가 더 맛있었다. 다인이는 창밖을 내다봤다. 시원한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리듯 노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인이는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지구에 바이러스가 덮칠 일은 없을 거라고. 그리고………………… .


” 여기는 2030년 지구. 아무 일 없이 평화롭다. “



~끝~



ㅡㅡ맛있는 음식에 진심인 10살 초등학생의 순수한 음식 묘사가 군데군데 포함되어 있어, 긴박한 스토리 전개 중에도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입니다. 맞춤법 외에 수정하지 않은 원본입니다^^ ㅡㅡ작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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