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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제 Aug 30. 2023

인스타를 지웠다

취향과 소비 인플레의 시대

1. 인스타를 지웠다. 남의 일상과 나의 그것을 비교하는 게 싫어서다. 내 준거틀이 인스타 피드 속 뭇사람들의 사진과 동화되어 가는 걸 느끼고는 문득 지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언가가 보기 싫으면 내가 안 보는 걸 선택하면 그만이다. 아주 단순한 원칙. 


30대 이후엔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점차 고정되어가기 마련이다. 원래부터 잘 휩쓸려 다니는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타인의 일상에 자꾸 반복적으로 노출되니까 삶의 방식을 택하는 과정에서 어쩐지 줏대가 없어지고 말았다. 신혼여행과 별도로 일 년에 해외여행 2회 이상... 풀빌라 혹은 전망 좋은 5성급 호텔은 필수 코스... 이런 것들이 자꾸 내 머릿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조금 번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중요한 것, 본질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감각. 


보통 우리 나이대 정도의 사람들은 이제 자기 삶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경제적인 부분들은 어느 정도 감내하고, 지나친 욕망은 잠시 유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취향과 소비 인플레의 시대에는 남들이 사는 만큼 살고 싶고, 좋다는 건 다 따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연예인이든 SNS 인플루언서든, 평범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사는 이들이 너무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들어온 탓이다. 


내 주변 인맥이 대졸/전문직/대기업/창업 커뮤니티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계급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므로 유산상속이나 고액의 연봉, 사업 수익, 또는 결혼 등으로 남들보다 일찍이 기반을 다진 경우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뭐든 형편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지금 시점을 돌아봤을 때 우리 저 때 많은 걸 가지진 않았지만 참 예뻤지. 분수에 맞게, 그러나 분에 넘치게 아기자기한 일상을 잘도 꾸려나갔고 말이야. 세심하게 고른 조약돌이 정제된 다이어몬드보다 반짝이는 것처럼. 원하는 걸 선별하는 눈이 있어 다행이었다고, 흐뭇하게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인스타 없는 일상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요새는 휴대폰을 들어도 할 게 없다. 원래부터 휴대폰을 잘 보지 않는데, 이제 더더욱 볼 일이 없어졌다. 예쁜 플립폰이 무전기로 전락하긴 해도 괜찮다. 



2. 웬만해선 종이책을 사지 않는다. 집을 소유하고 공간을 돈으로 사면서 달라진 소비 개념 중 하나다. 가용할 만한 공간에 비해 책의 절대량이 많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책장이 모자라 불필요한 책을 버리게 되는 경험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맘에 드는 책도 살면서 두 번 이상 읽을 일은 생각보다 없다는 것을 알았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거나 ebook으로 다운로드해 읽는 걸 선호한다. 굳이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생일 등 계기 시 선물로 받는다. 미니멀 라이프까진 아니어도... 쓸데없는 삶의 부피는 줄여보기로 한다. 



3. 2월부터 시작한 수영이 다음 달이면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든다. 여차저차 상급반까지 왔지만 선생님의 핀잔을 듣기 일쑤다.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즐겁게 내 속도에 맞춰 잘 헤엄치고 있다. 좋아하는 걸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내 모습이 좋다. 수영에 관한 글감도 그간 많이 쌓였는데 기억을 잘 되살려서 하나씩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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