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사를 했습니다. 이삿짐 나르는 것도 힘든데, 집들이라는 명목으로 또 모였습니다. 이제는 무슨 이유든 만나기만 하면 되는 사이니까요. 오랜 세월 서로 속을 털어가며 쌓아온 우정.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남편 욕하던 건 비밀로 해야겠죠.
우린 이런 사이입니다. 한 친구의 남편이 바람이 났을 때, 셋이 모여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릅니다.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가슴 속 억울함을 온 우주에 외치듯 소리 질렀습니다. 이혼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자식 생각에 참기로 했습니다. 결국 “남자는 다 똑같다”로 결론 내렸지만,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 결혼 내내 남편의 무능함에 속 끓인 친구입니다. 남편은 그저 나이만 먹고, 생활비 걱정은 친구의 몫이었죠. 저는 옆에서 듣기만 했지만, 무능한 남편을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더군요. 친구는 얼마나 속이 탔을지 짐작됩니다.
저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의 남편은 갱년기에 접어들자 성격이 완전히 더더 바뀌었습니다. 온갖 불평과 짜증을 저에게 퍼부었죠. 갱년기는 남편에게 왔는데, 고통은 제가 겪었습니다. 참 이상한 세상이죠.
이렇게 남편들 때문에 지친 우리 셋이 모이면, 거의 ‘남편 디스전’이 됩니다. 그래도 그런 고충이 우리 우정을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양념일 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남편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친구가 사업에 실패해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큰 빚을 지게 된 겁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일이 실제로 친구에게 일어난 것이죠. 마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우리 일상에 떨어졌습니다.
그 친구는 눈물만 흘리고, 우리는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각자 힘든 인생을 버티느라 바쁜데, 이런 큰일을 겪은 친구를 보니 마음이 막막하더군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입맛이 떨어졌습니다. 밥을 먹긴 했지만, 집에 돌아올 때는 아침 먹은 것까지 체한 느낌이었습니다. 머릿속은 온통 친구 걱정뿐이고,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는 말을 매일 실감하지만, 이번 일은 더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저는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열심히, 그리고 선하게 살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난이 왜 자꾸 찾아오는 걸까요?
정말 답답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우리들은 그 친구를 위해 뭔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엔 웃고 떠들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서로를 도와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오늘 밤 잠을 설치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좋은 의견들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