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결혼한 아들내외와, 그리고 독립해서 살고 있는 작은 아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다. 품 안에서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이 이제는 장성한 어른이 되어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니, 세월 참 빠르구나 싶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끼리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도 이제는 연례행사 수준!
그래도 오랜만에 모여 그동안의 일들을 나누고, 웃고 떠들며 보낸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남편은 역시나 형제간에 잘 지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고, 장성한 아들들은 그 말이 지루할 법도 했을 텐데도 특유의 재치로 웃어 넘기며 '소통과 배려'라며 멋지게 마무리했다. 그 순간까지는 완벽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들들과 헤어진 후, 신랑과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어라? 택시가 내가 아는 짧은 길을 두고 일부러 돌아가네? 난 뭐, 몇백 원 더 나와도 그냥 넘기지만...
우리 신랑? 절대 안 넘어간다.
신랑은 '이치에 안 맞는 것'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러더니 결국 택시 기사님과 말다툼이 시작됐다. 옆에서 나는 속으로 '그만 좀 해!' 외쳤지만, 두 사람의 기싸움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이건 그냥 집에 가는 게 아니라 택시 타고 지옥행 가는 기분...
부들부들 손을 떨며 택시 좌석을 꽉 붙잡았다.
결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언성 높이며 요금을 내고 마침내 택시에서 내렸는데, 아직도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넘어가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그릇된 건 꼭 지적하고 넘어가는 게 옳은 걸까?
반백 년을 살아도 그 답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