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뭐 먹지? 매번 가족의 끼니를 챙겨야 하는 엄마이자 아내는 또다시 오늘의 메뉴를 고민 중이다.
아이들은 이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지만, 함께 사는 남편의 식사는 매번 무슨 특별식을 해줄 필요는 없더라도, 대충 넘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김치죽! 아, 김치죽이라니... 얼마나 오랜만인가. 신김치에 찬밥을 넣어 시원하게 끓여 먹자고 바로 결정했다.
남편도 흔쾌히 좋다고 했다.
김치를 송송 썰고, 물을 붓고, 찬밥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정말 간단하다. 물을 붓고 중불로 끓이다가 불을 줄이면 끝!
여기까지는 아주 순조로웠다. 죽이 잘 끓고 있나 싶어 주방을 떠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하던 중, ‘부르르’ 하는 소리가 나며 죽이 넘쳤다.
“이런 제기랄!”
아침에 가스레인지를 깨끗이 닦아놨는데, 그 위로 죽이 흘러내리니 짜증이 폭발했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남편은 허허 웃기만 했다.
다시 주변을 깨끗이 닦고 약불로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다시 자리를 비운 나, 그때 남편이 쏜살같이 주방으로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뚜껑을 열며 남편이 한마디,
“또 넘쳤잖아! 넌 뭐하니? 아이, 안 먹어!”
순간적으로 나도 거실로 달려갔지만, 이미 넘쳐버린 죽은 어쩔 수 없었다.
화가 났다.
결국 주변을 닦고, 다시 죽을 끓일 사람도 나, 짜증내는 남편도 아이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내면 결국 싸움으로 이어질 게 뻔했다. 예민한 남편과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끔찍했다.
그래서 억지로 웃으며
“애처럼 왜 그래, 그냥 먹자.”
그러자 남편은
“넌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 해.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지 말고! 안 먹어.”
말을 덧붙였다.
점점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알았어, 내가 주의할게.” 하며 식탁을 차리는데, 남편은 여전히
“안 먹어.”라며 짜증 섞인 얼굴이었다.
결국 나도 멈췄다. 그래, 여기까지다. 그만두자.
뚜껑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