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진짜 장난 아니죠? 찌는 더위에 열대야까지 이어지니까, 숨이 턱턱 막혀요. 에어컨을 켜자니 뼛속까지 시린 그 바람이 너무 불편해서, 선풍기 하나 믿고 잤더니 다음 날 아침에 거울 보며 "이게 나인가?" 싶더라고요. 얼굴이 퉁퉁 부어서 마치 복싱이라도 한 줄 알았어요.
근데 그때 남편이 갑자기,
"이렇게 더울 땐 매운 거 먹어야지! 낙지볶음 먹으러 가자!"라고 하는 거예요. 하필 제가 낙지볶음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준비하고 집을 나섰죠.
우리 집에서 23년 동안 애지중지 타고 다닌 애마, 체어맨에 몸을 실었어요. 이 녀석이 이제 나이가 좀 있어서 에어컨이 참 애매한데, 창문 활짝 열고 더운 바람맞으며 달리니까 그럭저럭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아주 진지하게
"뭔가 느낌이 이상해."라고 한마디 하더니, 차가 그대로 길 한복판에서 멈춰버린 거 있죠.
뒤에서 차들은 빵빵거리고 난리가 났는데, 우리는 도로 한가운데서 '이게 대체 뭐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어요. 남편은 더위에 땀으로 범벅이 되고, 저는 속으로
'아, 오늘 진짜 왜 이래!' 하고 있었죠.
결국 견인차를 불러 차를 정비소로 끌고 갔는데, 거기서 들은 말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변속기 불량이네요. 오래 타셨죠? 이제 폐차하셔야 할 것 같아요."
헐, 23년을 함께한 차를 보내야 한다니, 가슴 한쪽이 싸하게 서글퍼지더라고요. 견인되어 가는 차를 보면서, 문득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이거 완전 내 인생이네." 20년 전에 유방암으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기억, 10년 전에 사업 망해서 전 재산 날렸던 그 시절... 정말 숨 막히고 깜깜했던 그때가 떠오르더라고요.
근데 문제는 저보다 남편이 더 심각하다는 거예요.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있는 사람이라, 감정 조절이 어려운데 이런 일이 터지면 난리가 나죠. 와, 이번엔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 싶더라고요.
여러분이 이 글을 볼 때쯤이면, 그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은 후 살아남은 제가 오뚝이처럼 다시 서 있을 겁니다. ㅎㅎ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이런 변속기 고장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요. 차도 그렇듯, 인생도 가끔씩 크게 휘청거릴 때가 있는 법이죠.
그럴 때는 과감하게 털어내고 새 출발하는 게 필요해요. 제가 겪은 이 사건도 결국엔 지나가겠죠. 나중에 웃으면서 '그때 그랬지' 할 날이 올 거예요.
스트레스 받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죽어라 견디면 되요. 인생이란 원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잖아요. 그 굴곡 덕분에 우리는 더 강해지고요. 무더위도, 짜증도 곧 지나가겠죠. 그리고 그 뒤에는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테니까요.
근데... 진짜, 왜 이리 덥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