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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Aug 31. 2024

23년을 함께 한 치타, 잘가

드디어 그날이 왔어요. 치타(우리 차 이름이에요)를 폐차하기 위해 견인차가 집 앞에 도착했죠. 치타가 23년 동안 함께 해준 걸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하더라고요. 아직도 처음 치타를 샀던 날이 생생한데, 이렇게 보내야 한다니… 참 감회가 새로웠어요.


견인차 아저씨가 다가와 치타를 견인차에 묶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어요.


차가 움직이기 전, 마지막으로 치타에게 작은 인사를 건네고 싶더라고요.


“치타야,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차를 오래 타다 보니, 가족의 일원처럼 느껴졌거든요. 아무리 기계라지만, 이렇게 정이 들 줄이야. 23년 동안 좋은 날도, 나쁜 날도 함께했던 차인데, 떠나보내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문제는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남편도 치타와의 이별이 너무 힘들었는지,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방에만 있더라고요. 원래도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힘든 사람인데, 치타가 떠난다는 게 큰 충격이었나 봐요. 저도 마음이 무거웠지만, 남편이 더 걱정되더라고요.


남편이 치타가 견인차에 실려 가는 모습도 보지 않고 휙 아파트로 올라가더라고요.


제가 대신 속으로 말했어요.

“치타야, 너 덕분에 많은 걸 이겨낼 수 있었어. 진짜 고마워.”


견인차가 치타를 싣고 천천히 멀어지는데, 마음 한쪽이 허전하고 또 아팠어요.


마치 우리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난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더라고요.


폐차된 치타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치타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너를 떠나보내는 게 이렇게 슬플 줄은 몰랐지만, 이제는 편히 쉬어. 그리고 너 대신 오는 동생 치타  잘 보내주라. 치타야, 잘 가!”


그 후 며칠이 지나면서 남편도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고, 저도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갔어요.


치타는 이제 떠났지만, 함께했던 추억은 언제까지나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거예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인생에서 어떤 것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동안 함께한 것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보세요.


모든 게 추억이 되네요.


그리고… 진짜 너무 더운 여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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