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넘는 사람들

by 안성미

24년 11월 28일 출근길. 어제 내린 눈으로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도로상황은 전쟁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분주히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며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은 커다란 언덕 앞에서 멈췄다.


언덕 밑에서 도로 정비를 하던 한 사람이 버스기사에게 말했다.

“이 앞은 언덕이라 못 올라갈 겁니다. 저 앞에 멈춰 있는 버스들처럼 될 테니, 그냥 멈추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의 말투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누가 봐도 합리적인 조언이었다. 하지만 기사는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차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몇몇 승객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용히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굳이 무모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듯했다.


남은 사람들은 기사의 선택을 지켜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걱정과 의구심이 뒤섞인 공기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과연 이 버스가 언덕을 넘을 수 있을까? 아니, 그냥 이대로 후진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순간 기사는 엔진을 조금 더 강하게 돌리며 말했다.

“붙잡으세요. 갑니다.”

버스는 크게 요동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엔진 소리는 점점 커졌고, 차체는 심하게 흔들렸다. 마음속에서 ‘멈추라’는 외침이 들려올 만큼, 그 짧은 시간이 긴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버스는 언덕을 올라섰다.


언덕을 넘은 뒤, 차 안은 환호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기사를 향해

“기사님 최고예요!”를 외쳤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깨달았다.


인생이란 이런 게 아닐까?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언덕은 높고 길은 험난해 보인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있다. 몇몇은 도전의 가치를 믿지 않고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가기로 결심한 사람만이 그 언덕 너머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늘의 버스기사처럼, 우리도 가끔 무모하게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실패로 끝날지, 아니면 환호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가만히 멈춰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내 앞에 언덕이 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도 온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말한다.


“붙잡으세요. 갑니다.”


가즈아. 인생이라는 언덕을 넘을 때까지.

언덕길을 넘는 버스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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